게임이 시작하자 당신은 일단 조합과 픽을 봅니다.

탑이 골치 아프게 칼 대 칼이네요.

탑은 보통 방치하지만 칼 대 칼 매치업이면 이제 좀 핫플이 되는데 여기서 망한 탑이 영원히 망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죠.

멘탈 약한 탑신병자는 곧바로 게임 던지기에 들어가는 걸 우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봐줘야 할 필요성이 생기는데 탑정글 2:2 매치업 특성상 싸움을 이기기 힘든 조합이라면 당신은 탑을 봐줘도 망하고 안 봐줘도 망한다는 딜레마에 빠지고 맙니다.

근데 뇌없는 탑은 그런 거 모르겠고 지가 일대일 이기는 줄 알고 신나서 무지성으로 라인 푸시하다가 갱 처맞고 패드립을 장전하죠.

이런 과정을 수백 번 경험해본 우리들은 정글을 돌면서 속으로 배팅을 해야 합니다.

죽어도 탑과 함께 죽을 것인지, 아니면 과감히 탑을 버리고 반대 동선을 팔 것인지.

그래서 탑을 버리고 바텀을 파기로 결심했는데... 갑자기 바텀에서 울려퍼지는 빨간색 더블킬~!

아 시발... 당신은 벌써 게임이 끝났구나 하는 걸 직감합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하듯이 그 순간 우리 탑은 당연히 갱을 처맞고 뒤졌네요.

ㅋㅋㅋ 시발 그럼 그렇지.

당신은 헛웃음이 나옵니다.

당신은 아쉬운대로 미드라도 염탐합니다.

하지만 미드는 요즘 반반 매치업이 많이 나와서 딱히 각이 안 보이네요.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억지갱을 쳐보지만 탑에서 꽁킬 먹은 정글러가 미드로 내려와서 역갱을 치고 바텀에서 더블킬 따서 여유 생긴 상대 서폿이 미드로 로밍을 왔습니다.

조졌네요.

근데 내가 억지갱을 안 친다고 해서 상대 정글과 서폿이 미드를 안 오는 건 또 아니죠. 

결국 우리 미드도 죽거나 점멸 빠지고 실피로 겨우 살아남습니다.

쨔잔~ 당신은 아무것도 안했는데 벌써 게임이 끝났네요?

당신은 속으로 팀운 씨발씨발 하면서 다음 정글을 돕니다 

탑은 빅웨이브 라인을 앞에 두고 지원핑을 계속 찍습니다. 이미 패드립을 준비한 모습입니다.

더블킬이 따인 바텀도 타워에 처박혀서 맞고 있네요 그래도 얘들은 지들이 솔킬 따인 거라서 아직 양심상 핑을 찍진 않아요.

미드는 이미 억까를 당해서 무빙에서부터 불만이 가득한 게 보입니다. 

세 라인 다 주도권이 나간 모습입니다. 당신은 또 배팅을 해야 합니다. 왜 난 망할 가능성이 존나 높은 옵션에만 배팅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원래도 이기기 힘들었던 탑을 이제 또 가긴 무섭습니다. 패드립을 각오하고 당신은 그나마 물몸들이 있는 바텀으로 갑니다. 

하지만 부쉬에는 와딩이 당연히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 바텀은 풀피인데 우리 바텀은 처맞느라 반피가 되어서 웨이브를 앞에 두고 호응할 생각도 못하네요. 그냥 압박 한 번 풀어주는 것만으로 당신의 턴은 끝났습니다.

그 순간 탑에서는 다이브를 당했네요. 이제 무수한 핑과 패드립과 ㅈㄱㅊㅇ가 채팅창에 쏟아집니다.

당신은 그냥 탑 다이브를 봐주는 게 맞았나라고 생각하지만 그랬으면 그냥 바텀이 뒤졌을 거 같습니다. 

이제 정글 간 성장 차이도 심해져서 정글 일대일 매치업도 불가능해지고 미드 주도권도 완전히 나갔습니다. 

겨우 10분이 됐을 뿐입니다.

몰래 용이라도 챙길까 싶지만, 이미 시야 장악을 다 해둔 상대 바텀이 눈에 불을 켜고 쫓아옵니다. 

당신은 인생을 한탄하며 그냥 정글몹이나 주워먹습니다. 그동안 편안하게 전령을 챙긴 상대 정글은 탑에 전령을 풉니다. 

탑 1차 타워가 박살나고 우리 탑은 또 죽습니다. 레벨 차이가 2레벨이 나고 0/3/0이 됐습니다.

우리 탑은 이미 게임을 하는 시간보다 채팅을 하는 시간이 더 깁니다.

탑을 희생하는 사이에 바텀에 궁을 쓰고 갱을 갑니다.

근데 우리 바텀은 노스펠인데 상대 바텀은 풀스펠이네요?

결국 스펠만 빼고 소득이 없습니다. 

당신은 그래도 스펠 다 뺐으니 우리 바텀이 이제 뭐 좀 해주겠지 희망을 품습니다.

하지만 그 희망이 헛된 희망이라는 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라인 초기화가 되고 탑이 끝나자 이제 상대 정글이 바텀에 갱을 왔네요.

우리 바텀은 꿀열매 따먹듯이 쉽게 따먹힙니다. 

이제 바텀도 정글 차이를 외치네요.

씨발 새끼들...

결국 바텀 타워도 깨지고 우리 미드는 올라온 상대 바텀에 의해 3:1로 다굴당해서 죽습니다.

미드 타워 체력이 절반 이하로 까였네요.

다음 턴에 상대 바텀과 사이 좋게 2번째 전령까지 먹은 상대 정글은 미드에 전령을 풀고 미드를 뚫어냅니다. 

이제 미드까지 채팅을 합니다

??? : 우리 정글 하는 거 ㅈㄴ 없음 rpg만 함 용도 안먹음

당신은 속에서 천불이 끓습니다.

드디어 15분이 됐네요. 

서렌 찬성 4 반대 1

지옥같은 15분이었습니다.

채팅창은 패드립과 정글 차이로 도배됩니다.

사람들은 롤이 정글 게임이라고 말합니다. 당신은 그 말이 맞나?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롤은 정글 게임입니다. 왜냐면 이 겜엔 짐승 새끼들밖에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