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용은 지혜의 섬 책에서 확인할 수 있음






사슬전쟁의 기록 - 카단 편 1권
참으로 긴 밤이었다.

세상의 끝, 어두운 별빛이 쏟아져 내리던 절벽에 새벽이 내리고 있었다.
병사들은 두려움에 창을 떨어뜨렸고, 지면에 엎드려 두려움을 토하기도했다.
병사를 이끌던 자는 말에서 떨어져 땅을 나뒹굴었지만, 아무도 그를 일으키지 못했다.
나 역시 그랬다.
어둠의 균열이 열리고, 악마들이 나타난 시대였다.
루테란의 정예 기사단은 지반을 부수며 뛰쳐 오른 정체모를 괴물에의해
끔직히 학살 당했다. 그 괴물은 악마들마저도 씹어 삼키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모두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었다.

루테란 기사단의 부단장인 샤르나크 후작은, 칼을 겨누던 손을 내렸다.
병사들의 피와 살점, 비명이 어우러졌다, 악마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 생각해 보자면, 그 괴물은 단순한 피아의 개념이 아니었다. 마치...
자연이 만들어낸 재해와도 같았다. 모두가 죽음을 예감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두의 생각은 한 순간에 무너졌다.



사슬전쟁의 기록 - 카단 편 2권
어둠이 갈라지고, 칼날이 밤을 찢었다.
우리를 습격한 괴물의 포효가 비명으로 바뀌었고, 떨어져 나뒹군 후작은
다급히 후퇴를 명령했다. 지축을 울리는 굉음에 모두가 도망치고 있었다.
절벽 끝에 도착한 나는, 억지로 숨을 들이켜 마셨다.
어둠 속에 별이 있었다.

은발의 남자는, 들고 있는 긴 검을 휘둘러 괴물의 앞발을 잘라냈다.
사방에 뜨거운 핏물이 쏟아진다. 남자의 일격이 주변의 바위산을 무너뜨렸고,
괴물의 발버둥에 지반이 으깨지고 있었다.
악마의 군세는 비로소 상황을 깨닫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지금 나타난 이가, 인간들의 편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후작 역시 겨우겨우 흐트러진 투구를 바로 잡으며 앞을 응시했다.
모두를 절망에 몰아넣었던 괴물은, 조각조각 나뉜 채로 울부짖었다.
후작을 비롯한 모두가 환호와 함께 그의 이름을 외쳤다.

카단.

중간계를 구해낸 일곱 영웅, 최초의 가디언 슬레이어,
그를 처음 본 날은, 내 평생에 가장 경이로웠던 날이었다.


저자는 '루테란의 역사학자 모일린'이라고 되어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