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3년의 길다면 긴 연애를 끝으로 헤어지게 되었다.

 뭐 이런 기적이 다 있나 싶을 정도의 시작이였는데, 

 하룻 밤 꿈처럼 허무하게 헤어지니 온 몸에 구멍이 난 듯한 공허함에 뭘 어찌해야 될 지 모르는 날들의 연속이였다.

 3년 내 매일 붙어있던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나는 뭐라도 해야했다. 몰두할 대상이 필요했다. 

 매일 필요 없는 야근을 했고, 받지도 않는 술을 언제 잠들었을 지도 모를 정도로 마셔댔다.

 문득 떠오른 게임 좋아하는 친구들.

 없는 시간 쪼개 게임을 하고, 밤을 새는 친구들을 보면 한심하면서도 내심 부러웠다.

 어떻게 저렇게 어떠한 대상에 몰두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

 ㅡ

 간간히 하던 로아를 시작했다.

 레이드라곤 버스밖에 타본 적이 없는 내가, 공략을 보고 트라이팟을 가며, 캐릭터를 늘려나갔다.
 
 하루종일 모코코를 캐러 다니고, 섬마를 모으고, 모험의 서를 채우고, 오르골을 모으는 등,

 로아로 내가 할 수 있는 컨텐츠들을 모조리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부족했다. 8캐릭의 숙제와 6캐릭의 레이드. 안하면 손해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어느 순간 숙제가 귀찮고, 레이드를 안하면 날라가는 골드들이 그닥 아깝지 않게 생각되었다.

 접속을 안하는 날이 잦아졌다.

 아...





..






 버텨졌구나.





 ..





 이별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들 한다. 

 맞는 말이나, 그 시간을 견디는 나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시간이 흘러 나를 해결해주는 대상은, 성숙해진 내가 과거의 나를 안쓰러워 하며 보듬어 주는 것이였다. 

 ..

 벚꽃이 지고 장미가 만개한 날들이다.

 예쁜 풍경 아래 우리 둘이 웃으며 사진을 찍고, 맛있는 걸 먹으며 행복해하는 상상을 한다.

 그래 너는 여전히 나를 괴롭게 하지만, 이젠 견뎌진다.

 그렇게 난 로아로 이별을 견뎌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