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아."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
눈꺼풀의 안쪽이 기억하고 있는 로아온의 영광 따윈 저버린 채, 시야에 펼쳐진 로아 인벤은 오늘도 불타고 있었다.

쌀숭이들의 불만 서린 목소리를 들으며,
회의실의 상석에 앉아 인벤을 미러링 하던 전재학은 신이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총괄 디렉터님. 무슨 일이십니까?"
"이사진에서 연락이 왔다."
회의실에 흐르던, 온화하기만 하던 봄의 공기.
그것이 전재학의 주의에서 한순간, 날카로워 졌다.
"어떤 연락이죠..?"
"로아M의 개발이 막바지. 아직까진 피시 유저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데, 공개되는 것도 시간 문제다."
전 로아의 디렉터이자 자신의 우상인 금강선이 가져온 소식에 전재학은 입을 다물었다.

아주 잠깐 동안 생각에 잠기며 시선을 돌렸다.
시야에 펼쳐진 로아인벤, 그리고 딜버스로 불타는 글들이 능선을 이룬 30추의 방향을.
"사람이 아닌 신의 견해를 여쭙고 싶습니다. 유예는 어느 정도라 생각하십니까?"
"열흘 하고도 3일. 직감일 뿐이지만."
차분함을 가장한 물음에,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전재학은 그 대답을 의심하지도 않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서버 오픈과 함께 새로운 운영진이 필요한 참이야."
"그렇다면 제가 가겠습니다. 그리고 허락하신다면.... 동반자를 데려가고 싶습니다."
"동반자라면... 그 사람인가?"
"예."
신의 눈꺼풀이 살짝 구부러져 온화한 미소의 모양을 그린다. 전재학 또한 웃으며 대답하고, 마지막으로 그것을 보았다. 일침을 찌르는 노인장 흰딱을 가진, 거대한 우매봉으로 둘러쌓인 '로스트아크 인벤'을.

"새로운 [영웅]을 이 기회에 꿈꾸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