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또 반복이다.
여느 때처럼 웃고 있었던 한 사제의 말이, 내 머리속을 한 껏 헤집어놓는다. 남겨진 바람의 절벽에서 그를 붙잡지 못한 이후로 계속 되는 악몽. 머리가 울렁거리는 기분나쁜 느낌과 함께 몸이 강제로 일으켜졌다.

숨을 얕게 헐떡이며 주위를 둘러보니, 어둠이 걷히지 않은 방이 보였다. 아직 새벽인걸까? 나는 자그마한 방 위에 놓인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땀을 어찌나 흘렸는지, 내 머리와 배게는 차갑게 식은 내 체액으로 흥건히 젖은 상태였다.

울렁거림이 가시지 않는 머리에, 오른손을 들어 이마를 살짝 짓눌렀다.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나는... 뭐라고 대답 했었지...'

피해갈 수 없는 말로. 데런들이 결국 다다르게 되는 길.
애처로운 웃음을 짓던 사제는 길의 끝, 그 낭떠러지에 발을 딛고 서 있었다.

실리안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를 붙잡는 와중에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언제부터 였을까? 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말았다.
내가 모두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지긋지긋한 악마와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고.
이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세상을 구하고자 다짐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나는 눈앞에 있는 친구 한 명 조차 구할 수 없었다.
보레아 영지의 사람들이 그를 피하고, 데런이라는 이유로 멸시 받던 한 사제의 아픔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의 말대로 난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가비슈 만이 그를 두둔하던 와중
하울로크와 아자란 마저 그를 피했다.
그럼에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이었다.
악마로 변해 가면서도 지키려 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들마저 죽었다.
무참하게.
그 절벽 위에서 아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생각했던 사제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지키려 했던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
그마저도 루페온이 정한 빌어먹을 "운명" 인걸까.
내 꿈은 그렇게 떠나는 아만의 모습과 함께 끝이 난다.

나는 애꿎은 천장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