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日前)에 본인이 쏟아낸 지나치게 현학적(玄學的)이고 과장(誇張)된 언사(言辭)들로 인해, 행여나 나의 진의(眞意)가 훼손(毁損)되고 가려졌을까 심히 저어되오. 그 허세 가득한 활자(活字)들 이면에 숨겨둔 나의 참된 진심(眞心)은, 제위(諸位)가 압도적인 절망 앞에서도 결단코 무구(武具)를 내려놓지 않고 몽예(夢魘)의 불합리한 운명 앞에서도 결코 무릎 꿇지 않는 간절한 염원(念願) 끝에 찬란한 희망(希望)을 품게 만들고자 함이었소이다.

즉 소인(小人)의 진심(眞心)은 파멸(破滅)의 구렁텅이 속에서도 결코 자포자기(自暴自棄)하지 않고 희망(希望)의 불씨를 살려내길 바라는, 간절(懇切)한 호소(呼訴)이자 저 칠흑(漆黑) 같은 악몽을 기어이 불태워버릴 단 하나의 심장의 도화선(導火線)에 불을 지피고자 했던 뜨거운 출사표(出師表)였소이다!



보시오! 가장 향기롭고 찬연(燦然)한 연화(蓮花)는 맑은 시냇물이 아닌, 가장 더럽고 부패한 진흙탕(泥沼)의 밑바닥에서 비로소 그 눈부신 자태(姿態)를 드러내는 법이오. 작금(昨今)의 칠흑 같은 절망과 몽예(夢魘)의 겁화(劫火)가 우리의 육신을 짓밟고 영혼을 진흙탕 속에 처박을지라도 결코 절망(絶望)하지 마시오. 그 참담(慘憺)한 오물 속에서 우리가 피워낼 희망(希望)의 꽃망울은 그 어떤 빛보다 눈부시게 만개(滿開)하여 이 마경(魔境)을 정화(淨化)할 것이외다!

또한 작금(昨今)까지 우리가 삼켜야 했던 수많은 패퇴(敗退), 그리고 수없이 차가운 바닥을 뒹굴며 맛본 좌절(挫折)과 불합리한 운명의 기억들을 한낱 무의미한 잿가루라 폄훼(貶毁)하지 마시오. 그 쓰디쓴 고배(苦杯)와 참담(慘憺)했던 실패야말로, 다가올 눈부신 승리(勝利)를 잉태(孕胎)하기 위해 심어진 가장 고결(高潔)한 종자(種子)였소이다! 형제들이 흘린 피눈물을 자양분(滋養分) 삼아 자라난 우리의 투지(鬪志)가 마침내 저 몽예(夢魘)의 하늘을 뚫고, 가장 달콤하고도 찬란한 결실(結實)을 맺을 것임은 자명(自明)한 이치(理致)가 아니겠소! 거센 불합리한 운명의 폭풍에 짓밟히고 깨어질수록 그 심연(深淵)의 씨앗은 도리어 단단하게 여물었으니! 마침내 작금(昨今)에 이르러, 그동안의 눈물을 기꺼이 딛고 일어나 저 마경(魔境)의 정점(頂點)에서 그 어떤 화마(火魔)에도 꺾이지 않을 영광(榮光)의 꽃을 피워낼 것이오!



그러니 흉중(胸中)에 새기시오! 그대들이 여태껏 벼려온 처절한 검격(劍擊)과 꺾이지 않은 투지(鬪志)와 절치부심(切齒腐心)의 노고(勞苦)는 이미 저 마수(魔獸)의 명줄을 끊어내고도 남을 만큼 충만(充滿)히 차올랐소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단 한 걸음의 전진(前進)뿐! 찰나(刹那)의 고통에 무릎 꿇지 말고 지친 육신을 이끌고 마지막 한 호흡(呼吸)의 기력(氣力)마저 쥐어짜 내어 저 짙은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는 것이오. 불합리한 운명을 단멸(斷滅)시킬 우리의 결속(結束)된 기백(氣魄)을 검 끝에 담아 지독했던 악몽(惡夢)의 종지부(終止符)를 찍을 단 하나의 찬연(燦然)한 검궤(劍軌)를 그어낸다면 그토록 갈망(渴望)하던 찬란(燦爛)한 내일의 여명(黎明)이, 길고 길었던 칠흑(漆黑)의 밤이 영원히 종식(終熄)되고 잔혹한 수라장(修羅場) 너머에, 필경(畢竟) 우리가 그토록 부르짖던 찬란(燦爛)한 광명(光明)의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