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로아하면서 은근 신뢰하는 판별법이 하나 있는데 원정대에 본캐 바드에 부캐 딜러로 스커가 있으면 일단 한번쯤은 여자인지 의심해본다.

왜냐하면 이 조합이 나온 시대적 배경을 봐야 한다.

보통 바드 본캐들은 게임 시작할 때부터 "딜은 못해도 사람들 도와주는 거 좋아해서요" 같은 이유로 바드를 고른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몇 달 지나면 반드시 찾아오는 시기가 있다.

"아... 나도 딜러 한번 해볼까?"

문제는 여기서 뭘 고르냐는 거다.

당시 남캐 직업들을 보면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워로드는 갑옷 입은 냉장고고 버서커는 얼굴보다 대검이 더 눈에 띄었고 데빌헌터는 자세가 불편해 보였다. 그런데 스커는 달랐다.

잘생김.

몸 좋음.

상의 탈의 가능.

스킬도 화려함.

점프하면서 발차기함.

한마디로 "딜러도 해보고 싶은데 남캐 하나 키워볼까?" 하는 순간 가장 눈에 들어오는 직업이었다.

그래서 바드만 키우던 사람이 처음 딜러를 만든 게 스커라면 난 일단 의심한다.

특히 캐릭터 이름이

별이 달이 꽃이 뿌꾸 냥냥

이런 계열이면 의심 수치가 더 올라간다.

거기다 스커 아바타 염색까지 정성스럽게 되어 있다?

난 이미 마음속으로 여성 유저 확률 70%를 찍고 시작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예전에 딱 이런 원정대를 본 적이 있다.

본캐 바드.

부캐 스커.

아바타 염색 완벽.

닉네임도 귀여움.

그래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디스코드 들어오자마자

"아 형님 안녕하십니까"

하는 31세 군필 남성이었다.

그 이후로 확신은 안 한다.

그래도 아직도 레이드에서 바드 본캐에 스커 부캐 보이면 속으로 생각한다.

"흠... 이건 한번 의심해볼 만한데?" 하고.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 사람은 여자도 아니고 그냥 스커 복근에 진심인 로붕이였다. 이게 로아의 무서운 점이다. 여자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알고 보면 남자고, 남자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알고 보면 남자다. 결국 로아에서는 아무도 믿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