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 시간 꼴아박은 몬창이 거의 최종 몹이라고 나온 밀라 잡으면서 별 생각이 다들었네요.
아무튼 밀라 잡으면서 다른 분들은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솔직히 캡콤한테 좀 고마운? 기분이 들었네요.
왜냐면 월드 때 별짓을 다해가면서 처음으로 왕넬기를 잡았을 때의 짜릿함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선물받은 것 같았거든요.

 몬스터가 처음만난 왕넬기처럼 재미 있어서 그런건 아니고 설명이 좀 필요한데 
(몬창분들은 공감할 수도 있지만) 이미 어느 경지에 도달하게 되면 
첫토벌이 주는 짜릿함을 다시 느끼기가 어렵더라구요.

 제가 컨트롤이 엄청 좋고 잘해서 그렇다기보다는 
이제 몇 백 몇 천 시간 시스템 자체에 익숙해지면 언제 포션먹고 뭐가 쉽고 이런 걸 본능적으로 아니까
오래 걸려서 그렇지 깨는 것 자체는 사실 어렵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솔직히 아이스본에서는 한번도 첫 토벌 후의 그 속 시원한 감정은 한번도 못느꼈어요.

 아무튼 그런데 이번에 흑룡을 잡으면서 아이스본 올라와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느낀 것 같아요.
월드 첫 오프닝을 오마주한듯한 컷신부터 시작해서 
복장, 슬링어, 격룡창까지 월드의 모든 요소를 사용해야 조금이나마 쉽게 잡을 수 있게 만든 시스템에 
클러치 경직 때문에 게임이 쉬워졌다고? 철갑 기절이 게임을 쉽게 만들었어? 다 없애~
격룡창 후에 바뀌는 영웅의 증표브금까지.

 이렇게 하니까 어떻게 보면 천시간을 넘게 하면서 빠져버린 매너리즘? 같은게 사라지고
30분 동안 마치 예전 왕넬기를 처음 잡았을 때의 그 시절로 잠깐 돌아간 기분이 들었네요.
아마 재밌기만 한 몹이였다면.. 적어도 저는 이런 감정까지는 안들었을거 같아요.

 요약하자면 몹 자체는 불합리하고 어렵고 재미있는건 아닌데,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어려워서 짜증났고 너무하다 싶을정도로 어려워서 설렜네요. 
잠깐이나마 제가 몬헌을 좋아하게 된 이유를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