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을 구조신호나 집회소에서 도와드리다보면 여러가지 유형의 헌터님들을 보게 됩니다.
요새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몬헌은 장비 맞춰서 스펙 올리는 게 주 목적인 게임이 아닙니다"  

라는 말인것 같네요.
몹을 때려잡고 장비를 만들고 더 강력해져서 더 강력한 몹을 때려잡고 하는 일반적인 RPG는
캐릭터의 성장이 주 목적이 됩니다.
더 높은 던전을 클리어, 더 강한 보스를 사살, 더 좋은 아이템을 먹는게 게임을 하는 driving force가 되죠.
몬헌도 물론 장비 시스템이 있지만, 장비 맞춰서 강해지는게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낮습니다.

나름 흥한 한국 RPG를 보면, 정상급 장비를 맞추기 위해서는 많은 돈을 넣던가 많은 시간을 넣던가 둘다 넣던가 해야됩니다.
사실 대부분의 유저는 "정상급 장비" 라는걸 못 만져보기도 하죠. 
이건 게임의 목적이 장비이기 때문에 당연합니다. 
시작하자마자 게임을 하는 목적을 달성해버리면 게임 하는 의미가 없으니까요.

반면 몬헌은 지금 최종장비라고 할 수 있는 흑룡세트를 만드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능숙한 헌터 (부캐) 라면 2~3일이면 만들 수 있죠 (장식주 파밍은 별개지만요)
새로 시작한 찐 몬린이라고 해도 고인물이 거의 전부 버스태워 줄 수 있는 형식이고, 장비 맞추는 난이도는 엄청 낮습니다.
버스 안타도 밀라가 좀 과하게 어려운거지 밀라 전까지 교복이던 카브카카브 같은건 진짜 금방 만들어요.
뭐 그런 낮은 난이도에 비해서 장비의 갯수가 많기 때문에 이것저것 만들어보는것도 컨텐츠이지만
많은 분들이 그냥 남들이 추천하는것만 골라입기 때문에 마랭 세자리가 되도록 한번도 안잡아본 몹이 여러가지가 있기도 하더라고요.

아이스본 입문부터 밀라까지 구조신호로 싹 다 밀고 "몬헌 컨텐츠 다 즐겼다"며 돈이 아깝다고 하시거나 게임이 할게 없다는 분들도 꽤 많이 봤습니다.
드래곤셋 입고 벨리오로스 솔플을 못합니다. 심지어 3수레를 타서 터지는것도 아니고 그냥 열받아서 리셋해버리시더군요.
그분들 머리속에는 "엔드급 장비 입고 저런 초급 몹 하나 못 잡는게" 부당한가봅니다.

몬헌의 주 컨텐츠는 제 생각에는 컨트롤 연마 / 몹 연구 입니다.
장비? 흑룡 장비 만든 이후 몇백시간 더 했습니다. 그 시간동안 뭘 했을까요 ㅎㅎ
저는 지금 몬헌에 존재하는 모든 아이템을 가지고 있거나 지금 당장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 많습니다.
저희는 게임을 왜 할까요 ㅎㅎ

몹을 잡는게 컨텐츠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단순히 "잡는다"에서 시작해서, 내가 원하는 페이스로 몹을 끌고 옵니다. 이런게 몬헌을 하는 이유입니다.
뭐 더 고이면 타임어택을 한다던지, 장비를 벗고 잡는다던지 등등 본인의 목표를 스스로 세우고 하게 됩니다.
어쨌든 전 몹과 어느정도 제가 머리속에 그리는 전투를 하는게 몬헌을 하는 이유입니다.
처음에는 패턴 보려고 방어적인 세팅 둘둘 말고 가서 연습 하다가, 나중에는 공격적인 세팅이로 바꾸고 몹을 단시간에 잡아버리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저는 알바트리온 처음 나왔을 때 첫 클리어까지 몇트 했는지 세어보지도 않았습니다.
한 20트? 30트? 정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요.
저한테는 그게 당연했던것 같네요. 월드때 처음 몬헌 접하고 스토리 밀 때도 그랬거든요.
하루에 퀘스트 하나가 목표였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어려우면 팁글도 보고 유투브도 보고 장비도 갈아엎어보고 하면서 재미를 붙였죠.

요새 많은 분들은 같은 퀘스트 두세번 터지면 멘탈을 잘 잡지 못하시더군요.
밀라보레아스가 패턴도 하나도 모르고 심지어 자기 무기 사용도 능숙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 가서 1~2트에 잡힐 몹이었으면, 노잼몹이었겠죠.
맞아가면서 패턴 생각도 하고, 방어구도 고심해보고, 본인의 나쁜 습관같은것도 생각을 해보면서 깨는겁니다.
그게 재미고요.
밀라 특수임무에서 첫 1페를 못넘겨서 스스로한테든 밀라한테든 욕하고 나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음... 원래 그런 게임이에요. 지금까지 무슨 재미로 하셨는지? 엄청 쌔 보이는 몹을 남이 잡는거 구경하는 재미?

뭐 싹 다 구조신호로 밀어서 밀라까지 잡았다. 좋습니다.
지금부터 여러가지 몹 솔플로 잡아보시는거 추천합니다. 
마랭 100 언저리에 흑룡 장비 끼고 같이 사냥하는데 4인팟에서 딜을 5% 6% 이렇게 한다? 
딜미터기 켜놓은게 자랑은 아니지만 그정도로 심하면 딜미터기 없어도 보입니다. (뭐라 하진 않습니다)
딜 못한다고 뭐라 하는게 아니라 진정 안타까워서 그래요
몬헌 재밌는 게임인데 왜 게임을 하면서 게임을 하시지를 못하나...

안타까운 마음에 글이 길어졌는데 요약하겠습니다.
1. 몬헌은 몹잡는 게임이고 장비 파밍의 비중은 굉장히 낮다
2. 원래 맞아가고 죽어가고 퀘 터져가면서 몹 패턴 익히고 연구해서 잡는 게임이다
3. 장비'만' 다 맞췄다고 자랑하지 말고 장비에 걸맞은 뇌와 손가락을 맞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