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번화가 근처에 살고 있기 때문에 레이드를 할 환경 자체는 매우 좋은 편입니다. 그래서 굳이 사람들과 약속을 잡지 않아도 근처에 마기라스가 있다면 공개방으로 들어가 무난히 클리어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근처에 뜬 레이드 정보만 확인할 수 있는 관계로 위치 정보의 폭이 너무나 좁고, 또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면 공개방에 들어가도 사람이 별로 없다는 문제가 있더라고요. 즉 사람이 많이 몰릴만한 '마기라스'같은 최고 인기 포켓몬이 많은 시간을 남겨둔 채 떠있어야하는 등의 까다로운 조건이 갖춰져야 4단계 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번화가를 5시간 이상 돌아다녀도 허탕치는 날이 잦았습니다만... 운동겸 겸사겸사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인 관계로 굳이 단톡방에 가입해서 활동할 필요를 느낄 정도는 아니었기에 비교적 최근까지 혼자 플레이를 해왔지요.

 

그러다 친구를 만날 일이 있어서 이틀간 날 잡아 다른 지역으로 간 적이 있었는데요. 그 친구는 단톡방 활동을 해서 저 역시 옆에 꼽사리 껴 위치 정보를 공유 받으면서 같이 레이드를 돌았었는데... 정말 신세계였습니다. 일단 제가 확인할 수 없는 곳에 위치한 레이드 정보를 알 수 있고, 또 약속을 해서 만나기 때문에 레이드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별로 신경 쓸 필요가 없더라고요. 시간 내에 만나 다같이 깬다는 것이 정말 편하고 좋았습니다. 이래서 다들 단톡방 단톡방 하는 거란 생각도 들었지요.  

 

그렇게 친구랑 같이 신나게 그 지역을 돌아다닌 후, 패스권 다 쓰고선 친구집에서 쉬다가 정말 우연히 친구의 단톡방 내용을 보게 되었는데요. 어떤 분이 지도 그림을 올려놨던데 보니까 포켓몬의 이미지 및 스킬, 시간 등이 그 지도에 표시돼 있더라고요. 소위 '트래커'라 불리는 지도 그림이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었지요. 그걸 본 순간 간과하고 있던 것이 확 떠올랐습니다. '단톡방'에는 트래커 활용에 관대한 성향의 분들도 많이들 참가하고 계신다는 것을요. 대외적으로 치터 행위를 지양하고 배제하는 '인벤'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절대 트래커 사용을 규탄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일개 유저인 제가 그에 대해 간섭할 권한도 없고, 그만큼 개발사가 치터 행위를 단속하지 못한다는 말도 되지요. 즉 1차적인 책임은 전적으로 나이앤틱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견해이자 입장이기에, 트래커를 활용하여 레이드 위치 정보를 알아내시는 분들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나무라려는 의도가 절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실하게 밝힙니다. 문제가 되는 건 제 개인적인 양심이지요.

 

전 어렸을 때 포켓몬을 처음 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거의 20년가량 포켓몬을 즐겨왔습니다. LOL, 오버워치, 세븐나이츠 등은 지인들 또는 회사 동료들과 같이 친목을 다지기 위해 해왔던 반면, 포켓몬제가 정말 하고 싶어서 쭉 해오던 유일한 게임인 셈이지요. 학생 때 포켓몬 관련 커뮤니티에서 만났던 사람들 중 몇몇은, 지금까지도 제 지인으로서 같이 연락을 주고 받기도 합니다. 즉 제게 있어서 '포켓몬IP'는, 이제껏 살아오는 내내 저한테 매우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존재이며 그래선지 포켓몬에 대한 애착 역시 매우 남다른 편입니다.

 

 

때문에 포켓몬과 관련된 어떠한 것을 제공하는 개발사가 내세운 약관을 부정하는 행위만큼은 정말 하고 싶지 않습니다. 즉 나이앤틱의 운영이 개판인 것과는 별개로, 어쨌든 개발사 나이앤틱이 봇, GPS 조작, 트래커 등과 같은 치터 행위를 배제하니 이에 동조하고자 하는 것이 포켓몬고를 대하는 저의 마음가짐인 셈이지요.

 

게임은 어디까지나 자기만족을 위해서 하는 겁니다. 트래커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그 편의성을 통해 목적을 보다 쉽게 달성하시고 그로 인한 '만족감'을 성취하시는 것과 동일한 맥락으로, 저는 치터 행위를 하지 않는 것에서 만족감을 느낍니다. 그래야만 '포켓몬' 자체를 더욱 진솔하고 떳떳하게 접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포켓몬에 대한 생각이 좀 평범하지 않아서(?) 갖게된 일종의 특이점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트래커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꽤나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대개의 단톡방의 경우, 매우 꺼려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분들이 공유해주신 정보로 이득을 보는 순간, 저 역시 간접적으로 트래커를 사용한 게 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분들께 저의 생각을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인 관계로, 결국 단톡방 가입 자체가 꺼려지게 되네요. 철저하게 치터 행위를 배제하시는 분들만이 모인 단톡방이 만약에 있다면 그런 곳에는 가입하고 싶긴 합니다.

 

물론 겉으론 트래커를 사용하지 않는다 해놓고는 트래커로 위치 정보를 얻어서 공유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신이 아닌 이상 이런 것들을 일일이 다 구별할 수는 없는 관계로, 이건 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즉 단톡방이란 대외적인 공간에서라도 트래커 등의 치터 행위를 배제해주는 곳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저같은 사람들은 불편함을 좀 감수하더라도 혼자 활동하게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