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라는 시스템이 갖고 있는 한계점과 시스템 자체의 허점으로 인해 발생하는
투표식 영주 선출의 문제점은 지난 기사에서 다루어진 바 있다.


☞ 관련기사 : 여전한 문제점의 영주 선출 투표 시스템



하지만 또 다른 영주 선출 방식인 전장에서도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 투표의 경우 일단의 수정은 이뤄졌으나, 전장 선출 방식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전장 선출 방식.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또, 그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전장 선출 방식,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공공연한 승부 조작


전장에서 특정 팀에게 승리를 밀어주는 승부 조작 ― 통칭 어뷰징 문제는
전장 시스템이 공개된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지적된 사항이다.


만레벨인 50레벨이 아니라 하위 레벨에서 인원을 모아 매칭을 하거나
음성 채팅을 이용해 승부조작을 하려는 다수의 팀이 동시에 전장 신청을 하는 등,
팀 단위 전장 신청이라는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전장 어뷰징은 이미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 관련 기사 : 전장 논란, 시스템 허점 이용한 승부 조작 확산



3월 24일 패치를 통해 매치 메이킹 시스템을 추가하였다고 하지만
단순히 승률을 기준으로 전장팀의 매칭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그나마도 서로 이기고 지고 하는 형태로 50:50의 승률을 유지하는 어뷰징 팀이라면
오히려 더 어뷰징을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 3월 24일에 추가된 매치 메이킹 시스템 관련 공지



결국 고의적인 승부 조작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장을 통한 영주 선발은 투명성에 있어서 그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 서버의 대표 세력을 뽑기 위해 서버 내 경쟁이 아닌 타 서버와의 경쟁을 필요로 하는 구조


전장을 통한 영주 선발의 또 다른 논란 요소는 현재 전장이 가지고 있는 매칭 구조이다.


전장을 신청하면 다른 서버에서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팀과도 전투를 벌이게 되는데,
한 서버의 지역을 다스리는 영주를 선발하는데 있어서 다른 서버와 전투를 벌인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법인가라는 의문을 준다는 것이다.




▲ 타 서버와도 전투를 벌이게 되는 현행 전장 시스템



물론 많은 승수를 쌓고, 그에 따른 승점 포인트를 많이 획득했다는 점에서
해당 길드의 저력이 서버 내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서버 내 경합이나 공성전 같은 직관적인 힘의 우위를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
전 서버를 뭉뚱그려 승점을 책정한 뒤, 해당 서버에서의 상위권을 선별하는 현재의 전장 선출 방식은
그 길드가 해당 서버 내에서 강력한 길드라는 체감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강한 적을 상대해도, 약한 적을 상대해도, 이겼을 때는 똑같은 1점


마지막으로, 현재 전장 보상 및 영주 선출 포인트 산출의 한계적인 부분을 언급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전장의 보상 방식은 무조건 승리와 패배에 따라 보상이 결정되며,

영주 선출을 위한 전장 경합에서는 해당 길드에 소속된 길드원이 승리한 숫자 하나당
1점씩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원이 많은 길드가 유리한 편이다.




▲ 전장 선출 방식에 대한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



물론 길드의 인원도 그 길드가 가지고 있는 힘의 척도이다.


그러나 실제 영주 선출 시즌이 되면 정상적인 전장 플레이로 점수를 쌓아나가기 보다
투표를 타 길드에 몰아주고, 몰표를 받은 길드는 길드원들을 임시로 해당 길드에 가입,

인원 수를 이용한 점수의 추가 획득이나 어뷰징 지원으로 활용하는 편법 운영이
일부 대형 길드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장 선출 방식, 보다 투명한 방법은 없을까?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전장 선출 방식을 개선할 방향은 어떤 것일까?


가장 직관적이고 확실한 힘의 논리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리니지 스타일의 공성전을 게임 내에 도입하는 것이 깔끔한 방법이다.


하지만 테라의 전투 방식은 대규모 전투에 적합하지도 않고 당장에 구현하기 어렵다는 부분이 있다.




▲ 화끈하게 공성전으로 싸우면 좋겠지만... 전투 시스템이 갖는 한계가 뚜렷한 것이 문제




이를 위해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전장 방식을 응용한 영주 선출 개선 방향을 제안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 콘텐츠 명

 발키온 무술대회





◆ 스토리


사악한 아르곤 무리들과 맞서 싸우던 발키온 연합은
다수의 신병들이 보충되어 양적인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균형을 갖추는데 성공했지만,

포악한 적들과 맞서 싸우기 위한 질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은 상황이었다.


특히, 내부 고위층의 배신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전사가 필요했던 연합의 수뇌부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게 된다.






결국 벨릭 여신과 벨리카 수비대 참모장 길버트 그레이스, 알레만시아 사령관 프레이아 로헨은
아르곤 일당과 맞서 싸우는 최전선이자 수많은 모험가들이 몰려들면서 이권이 집중되고 있는
동부, 웨스토니아, 비아 아우레움 가드 지역의 영주 자리를 걸고 대규모 무술 대회를 개최하게 된다.


그렇게 아르곤과의 대결을 위한 실력을 쌓고 싶은 자, 영주 자리에 걸린 이익을 차지하고 싶은 자,
혹은 자신의 명성을 드높이고 싶은 자 등, 각자의 목적을 위해 발키온 무술대회에 참여하는데…….






◆ 기본 개념

- 현재 게임 내에서 지원하고 있는 5:5 데스 매치 전장 및 10:10 자원 획득전 전장을 활용한 토너먼트

- 각 대회는 만레벨을 기준으로 하며, 길드 단위로 참가한 팀의 경우 순위에 따라 일정 포인트를 얻는다.

- 모든 전장에서의 대회가 종료되면 각 대회별 입상자에게 상품이 지급되며,
길드 단위 팀이 얻은 포인트를 정산하여 가장 많은 포인트를 획득한 길드를 우선적으로
전장 선출 방식의 영지(동부, 비아 아우레움, 웨스토니아)를 획득하게 된다.




◆ 진행 방식

1. 영주 선발 기간이 아닌 경우, 전장은 종래의 형식으로 운영된다.
 단, 각 시즌별로 일정 승리 횟수를 채운 경우 무술 대회 참가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영주 선발 이후 승리 횟수 초기화)


2. 무술 대회 참가 신청은 영주 선출 주간이 되기 전 사흘간 진행되며,
 신청은 팀 단위 신청이고 소속된 선수 전원이 일정 승리 횟수를 넘긴 상태여야 한다.
 (미달자 포함 시 신청 불가)


3. 대회 참가 신청이 마감되면 대진표가 작성, 경기 시작 직전에 공개되며,
 영주 선출 주간에 대진표에 따른 전투가 각기 정해진 시각에 토너먼트로 진행된다.


4.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자가 가려지면 순위에 따라 보상이 지급된다.
 (PvP 장비류 혹은 소모성 아이템, 골드 등)


5. 길드 단위 참가팀의 경우 순위에 따라 포인트가 지급된다.
 (1등 100pt, 2등 50pt, 4강 25pt, 8강 12pt 같은 형태)


6. 5:5 전장과 10:10 전장의 각 포인트를 합산해
 가장 많은 포인트를 획득한 길드부터 전장 선출 방식의 영지를 획득하게 된다.




위의 경우는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지만 이처럼 대회를 통해 영주를 선출하는 방식의 경우,
현재의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음과 같은 장점을 얻을 수 있다.




어뷰징의 위험에서 상당 부분 자유로워진다.


대회 방식의 대전을 펼칠 경우,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전에 승부를 합의하는 어뷰징 플레이에서 자유로워진다.


특히, 대진표를 사전에 공개할 경우 사전 작업으로 상대팀을 포섭하거나 하는 것이 가능하나
위 방식에서는 경기가 진행될 때까지는 대진표 공개가 없이 자신의 팀이 플레이하는 시간만 알 수 있어서
음성 채팅 등을 통한 승부 조작 역시 사용하기가 어렵다.


대회에 참여한 상태에서 같은 팀끼리의 채팅을 제외한 다른 대화를 제한한다면
경기를 벌이는 도중에 상대 팀을 포섭하는 등의 행위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같은 길드끼리 대전을 벌이는 경우가 아니라면 고의로 승패를 나누거나 하는 행동을 할 수 없는 것이다.





▲ 드래곤볼 온라인의 천하제일 무술대회
상위 랭커끼리 무작위로 뒤섞여 싸우다보니 어뷰징이 힘든 스타일이다.





영주 선출 기간 외에도 꾸준한 전장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전장 시스템의 경우 전장 아이템을 획득하고 나면
전장 자체의 승부에 재미를 느끼는 경우가 아니라면 꼭 가야할 의미가 없다.


하지만 주기적인 대회를 개최한다면 우승이라는 명예에 대한 도전과
대회에 참여하면서 얻을 수 있는 전장 고유의 아이템(혹은 골드) 보상,
추가로 자신이 속한 길드가 게임 내의 영지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대회 자체에 참여하기 위해서 일정 이상 승리를 쌓아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전장이 운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장의 활용성을 보다 높일 수 있다.





세계관에서의 스토리 개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전장 시스템이 잘 갖춰진 ― 비록 그 콘텐츠가 성공적인가를 떠나서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경우,
각 전장별로 전장이 속해있는 구역에 해당하는 퀘스트/세계관에 맞는 대립구도를 배경으로 가지고 있다.




▲ 숲을 수호하려는 나이트 엘프와 목재를 필요로 하는 오크간의 대립이 배경인 WOW의 전쟁노래협곡 전장



그러나 테라에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유저들이 아르곤이라는 세력에 맞서 싸우는 발키온 연합 소속이고,
일종의 동료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장 시스템이 공개되던 단계부터 “같은 편끼리 왜 싸워야 하는가?”,
“하필 싸우더라도 패권을 놓고 싸우는 게 아니라 타 서버와 싸워야 하는가?”라는 개연성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전장 시스템을 활용해 대회라는 형태로 발전시킨다면
그동안 지적되던 스토리적인 개연성 부분을 다소나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 스토리 상, 유저들의 적은 다른 유저가 아닌 아르곤 몬스터들이다.






영웅이 탄생할 수 있는 구조


대회 형태의 시스템이 추가될 경우 생기는 또 다른 이점을 꼽으라고 하면
PvP에서 이름을 날리는 유저 ― 이른바 네임드라고 불리는 PvP 강자가 직접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물론 테라의 PvP는 개인전보다는 파티 단위이기 때문에 한 명의 유저가 이름을 드높이기는 힘드나
길드의 톱니바퀴로 단순히 점수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길드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대회에 참여하여
우승을 따내게 된다면 그 PvP 팀을 지휘하는 유저와 팀에 소속된 선수들은 서버 내에서 널리 알려지게 된다.


MMORPG의 재미요소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의 캐릭터가 남들보다 강하다"를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대회를 통한 네임드의 발굴은 게임 내의 새로운 재미와 활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 리니지의 포세이든, WOW의 용개 같은 홀홀단신의 네임드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특정 길드의 부속품으로 존재하는 PvP 팀이 아닌, 누군가의 이름이 내세워진다.





전장 시스템 자체의 근본적인 개선은 필요



전장을 통한 영주 선발은 승부 조작을 하기 쉬운 허점이 많을 뿐만 아니라
게임 내의 이권이 걸려있는 영주 선발에 있어서 빠른 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PvP 콘텐츠에 많은 유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전장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단순히 승률을 이용한 매칭이 아니라,
WOW의 투기장이나 스타크래프트 2에서 ELL(Expected Ladder Level : 추측 래더 수준),
혹은 MMR(Matchmaking Rating : 대전 기준 값)이라고 부르는 가상의 평점값을 도입해
비슷한 실력의 유저들이 싸울 수 있도록 하는 합리적인 매치 메이킹 시스템의 추가나


개인 전장 신청, 무작위 매칭과 같이 쉽게 전장을 신청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역시 필요하다.



▲ 스타크래프트 2의 MMR 시스템은 평균 승률 50%가 되도록 매칭을 보정해
비슷한 실력을 가진 유저들끼리 대등한 싸움을 벌일 수 있게 해서 재미를 유도한다.




전장 보상 역시, 경기를 벌이는 것보다 지자팟을 통해 ― 심지어는 더 빠른 지자팟을 위해 버그까지 사용하는 ―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단순 승패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수준의 보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잘 갖춰진 전장 시스템을 활용하여 영주를 선출했을 때,
지금과 같은 영주의 전장 선출과 관련한 논란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 평점에 따라 승리 시의 획득 점수가 달라지는 WOW의 투기장



▲ 승리의 어려움 이전에 보상 체계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길드와 커뮤니티의 핵심 콘텐츠라고 개발자 스스로가 언급했던 정치 시스템.


그러나 정치 시스템의 기초를 구성하고 있는 투표 시스템과 전장 시스템 모두
부정 선거, 어뷰징 논란에 휩싸여 걸음마 단계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상태이다.


새로운 시스템과 콘텐츠가 추가되는 것만큼이나
게임 내에서 발견되는 문제점들을 고쳐 나가는 것이 중요한 만큼,
표류하고 있는 정치 시스템이 하루 빨리 제자리를 찾기를 기대한다.





Tera Inven - Its
(its@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