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혁명 당시 

먹고 살기도 빠듯한 광부 사씨에게 한통의 소식이 내려왔다.

[오늘 부로 임금을 줄이고, 곡괭이는 너무 좋았으니 이제는 전부 헌것으로 바꾼다.]

"아니, 이게 뭔 개 소리여!"
그가 살아온 세월을 대변하듯 
주름가득한 사씨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

안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이젠 그 마저도 가져간다고?!

-이대론 살수없다.

너덜너덜해진 외투를 황급히 걸쳐 인근에 있는 광부집합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합소의 안은 항상 그래 왔듯 난장판 그자체였지만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누워누워! 이대론 우린 일못해 안그래?"

다들 누워있다는 거겠지.

한번도 다같이 움직이는 꼴을 보지 못한 광부조합이 이렇게 한마음이 되는걸 본 사씨는 가슴 한켠이 그나마 따뜻해 지는걸 느끼다--

아니 이럴때가 아니지!

사씨도 이에 질세라 한자리 차지해볼려는 그 순간, 집합소 한 구석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뭔 소란이래? 아직 할만하구먼, 이게 뭔 지랄 병들이여 지랄병들이!"

한달전에 새로 들어온 신참광부 박씨다.

"다들 이 일이 지랄같은거 알면서 들어온거 아녀? 그런거 아니냐고! 힘든거? 그건 니들이 너무 뼈빠지게 일하니까 그런거지, 왜 그렇게 고초를 겪어가면서 일하는겨!! 누가 돈이라도 더 준데!, 아니잖아! 
아무런 이득도 없는데 왜 그 쌩 고생을 해서 북북히 일해놓고 이제와서 병신짓들이여! "

또 시작이다.
사씨는 누울려는 자세를 바꿔 조용히 구석으로 갔다.
이에 발맞춰, 언제 한 마음이었냐는 듯 서로 물고 뜯고 싸우고 있다.

"하..."
마음 깊숙한 곳에서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돌렸다.

'누가 몰라서 그런데? 어려운길인거 잘알지 잘 알고 말고. 그런데 말이야, 옆동네 아씨네들이 그런거 처럼, 우리도 사람답게, 그저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한소리 하는게 그렇게 나쁜건가.'

한번 제대로 뭉쳐 소리도 못내는 광부의 현실에 낙담하며
빌어먹게도 잘 움직이지 않는 문을 억지로 비집고 나가자니

문 앞에 서서 빙글 거리고 있는 임사장이 보였다.

"내일 봄세."

그의 말이 비수처럼 사씨의 가슴에 내리 꽂힌다.

그렇게 시체 처럼 멀어저가는 사씨를 뒤로 하고 임사장은 서로 싸우기 바쁜 집합소를 내다보며 조용히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