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미션, 던전만 지겹게 돌다가 도저히 못해먹겠다 싶어서 장문의 글 좀 투척하렵니다.

요즘 실시간 유저 게시판이 랭크 초기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거기에 대한 제 의견 좀 말해보겠습니다.



일단 저는 트오세의 랭크 초기화에 대하여 그렇게 까지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분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제가 WOW 같은 서양식 게임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몰라도 직업스킬 초기화 시스템은 현대 MMORPG 라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이미 게시판에 많은 분들이 랭초권이 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많은 분들이 필요성을 주장하고 계신데요,

여기서는 랭초권에 대하여 반대하시는 분들의 의견을 반박하여 랭초권의 필요성을 주장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WOW가 MMORPG로써 훌륭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WOW와 비교하는 내용이 많을겁니다.



1. 랭초권 나오면 망한다. 랭초권 나오면 누가 부케 육성하는가? 부케 육성이 주 컨텐츠 중 하나인데

랭초권 때문에 유저가 줄어들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시는 분은 개발자의 인터뷰 내용을 근거로 드실겁니다. 바로 부케 육성으로 이것 저것

키워보는게 주요 컨텐츠이라는 겁니다.

말로는 그럴듯 하게 들리지만 이건 뒤집어서 해석하자면 "만렙에 즐길 컨텐츠가 없으니 부케나 새로 키워라"

이런 말입니다. 



레벨을 무한정 올릴 수 있는 게임이 아닌 이상 만렙을 달성하는 유저들은 점점 쌓여갈 것인데, 

MMORPG에서 그런 유저들을 수용할 수 있는 컨텐츠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개발자로서는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이고, MMORPG에 있어서는 낙제점입니다.

이건 게임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일 수도 있는데

제 생각에 제대로 된 MMORPG라면 만렙 이후 컨텐츠를 즐기느라 부케를 키울 겨를이 없어야 하는거지,

할게 없어서 부케를 키운다? 이건 개발자가 게으르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게다가 랭초권이 있다고 하여도 그건 단지 한 직업군 내에서만 적용되는거지

예를 들어 소드맨이 성직자로 변하는건 아닙니다. 새 직업군을 새로 키울려면 부케 육성이 필요한건 여전하다는거죠.

랭초권의 의의는 그저 한 직업군 육성을 중복해서 할 노력을 줄이는 것 뿐입니다.

과거 WOW의 경우 트오세의 렝초권에 대응되는 직업 내 특성 초기화가 굉장히 자유로운 편인데도 불구하고,

부케 육성이 활성화 되어 있는 편이었고, 무엇보다 신규 유입 유저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일명 쪼렙존의 고사는 문제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지금이야 게임 수명이 거의 끝물 수준이라 신규 유입은 없지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킬 초기화 시스템 도입해서 게임이 망했다는 사례는 제가 알고 있기로는 없습니다.



2. 랭초권이 풀리면 다들 효율있는 트리만 탈 것이다. 또는, 렝초하면서 꿀빠는 직업으로 바꿔가면서 키울 것이다


일단 전자의 주장은 결과를 예측하는 주장인데,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현재 상황하고 비교를 해야 합니다.

즉, 현재 유저들은 인기 직업 비인기 직업 구분 없이 키우고 있으며, 렝초권이 등장하면 이러한 벨런스가 깨질것이다.

위 주장을 풀이하면 이런것인데, 알만한 사람들은 저게 얼마나 헛소리인지 알겁니다.



지금 당장 각 게시판을 보더라도 비인기 직업 타면 캐삭맨, 바삭맨 등등 이라 불리는 등

특정 트리 외에는 사장되는 분위기인데, 이거는 랭초권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고 근본적으로 벨런스의 문제입니다.

오히려 랭초권으로 다양하게 스킬 트리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는 거지요.



개인적으로는 소드맨 7랭 찍게 되면 바3커2 쌍수맹공 프렌지 트리를 타보고 싶은데

현재 상황으로는 어림도 없는 꿈이지요. 만약 랭초권이 있으면 실험해 보겠지만요.



그리고 후자의 주장은 문제될 게 있나? 하는 생각입니다.

일단 꿀 빤다는거는 경쟁자가 없어야 성립되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쪼렙 때 알케미스트로 포션 만들어 팔아 돈벌고 이후에 딜트리로 바꾼다?

지금 당장만 해도 알케 물약 값 치킨런 중인데 알케로 꿀 빨 수 있겠나요?

만약 나중에 상황이 바껴서 알케로 돈 벌 수 있다고 해도 오히려 신규 쪼렙 유저가 돈 벌 수 있는

수단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신규유저 유입에 어필할 수 있는 사항이죠.

딜트리로 쉽게 육성 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3. 독특한 직업 트리로 육성한 유저들이 박탈감을 느낄것이다.



솔직히 이 부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주장하기가 힘드네요. 분명히 비인기 트리를 힘들게 육성하면서 

달성감 느끼는 유저들도 있고, 분명 랭초권은 그러한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현재 힘들게 육성한 것에 대한 보상이 있는가 라고 물어보면 대답이 힘든것도 사실이에요.

지금 현재 트오세의 시스템은 그런 독특한 트리를 선택한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구조가 아니라

오히려 패널티를 주는 구조입니다.



비인기 직업은 밸런스 패치 우선 순위에서 밀려있으며, 성능에 있어서도 인기 직업에 비해 크게 밀립니다.

도펠 사이클론 패치 이후 버그 발생하고나서 당일날에 픽스가 되었지만, 소서러, 사두, 보코르 등

비인기 직업들은 여전히 치명적인 버그들을 안고 있습니다. 딜 성능은 굳이 제가 비교 안해도 다들 알 것이고요.



현재 트오세에 그나마 있는 컨텐츠인 필드 보스 사냥, 닥사, 인던, 이벤트에서도 소외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힘든 과정을 딛고 육성해도 자기만족일 뿐, 다른 사람들은 스캇러, 변태, 예능캐라고 업신여깁니다.

이런 비인기 트리들은 언젠가 각광받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자기 최면을 걸지만, 기약없는 기다림입니다.



그럼 랭초권을 찬성하는 글쓴이는 뭐 키우냐고 물어보신다면

저는 현재 레벨 211이고 클클크팔3입니다. 스텟은 지능, 정신 위주로 찍었고요.

나중에 팔라딘의 마방 능력은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보았기에 성직자 게시판에서도

팔라딘 키우지 말아라, 예능캐이다 글 보면서 힘들게 키워왔지만, 솔직히 고통스럽네요.

요즘 대지의 탑에서 각광 받는다지만 프 대신 크 찍은 시점에서 나가리 되었고, 솔직히 더 이상 동기부여가 안되요.



제가 팔라딘을 키우다 보니 성직자 게시판을 자주 가는데, 힐러분들 글을 보면 박탈감 느끼는 사람들

꽤 많이 보입니다.

힘들게 키워놨는데, 정작 인던, 닥사에서는 천민 취급이고, 필보사냥, 알파벳 이벤트 등 게임 시스템의 은총은

힐러의 역량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한탄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랭초권이 있으면 힘들게 키운 사람들이 박탈감 느낄 수 있는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재 상황이 비인기 직업에게 자비로운 것은 결코 아닙니다.



제가 함부러 예언을 하나 하자면 이러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레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순수 힐러 인구, 순수 탱커 인구는 거의 멸종될겁니다.

그나마 있는 유저들도 길드에서 독점하고 지인 파티 아니면 답 없는 상황이 생길겁니다.



4. 이러한 직업 시스템은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정체성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독특한 직업 시스템은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독특함이다' 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어떤 유저분이 지적하였듯이 트오세의 직업 시스템은 일반적인 직업 스킬 트리를

잘게 쪼개고 잠궈놓은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트오세 공홈에는 뭐라고 적혀있을까요?

공홈 특징 및 세계관에 있는 그대로 인용하자면


"트리 오브 세이비어에서는 캐릭터의 능력을

세밀하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여 제각기 다른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캐릭터를 키워보세요!"


'커스터마이징'이라는 단어가 쓰였군요. '커스터마이징'이라는 단어를 네이버 사전에서 검색해보죠.

생산업체나 수공업자들이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주는 일종의 맞춤제작 서비스를 말하는 것으로, ‘주문 제작하다’라는 뜻의 customize에서 나온 말이다. 최근에는 IT산업의 발전으로 개발된 솔루션이나 기타 서비스를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원하는 형태로 재구성·재설계하여 판매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역으로 타사의 솔루션을 가져와 자사의 제품에 결합하여 서비스하는 것 역시 커스터마이징이라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커스터마이징 (매일경제, 매경닷컴)


이용자가 사용방법과 기호에 맞춰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설정하거나 기능을 변경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청 전문용어



일반적으로 커스터마이징이라는 것은 변경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말입니다.

말장난으로 말꼬리 잡는거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러한 단어를 선택하고 공식적으로 게시한 이상

랭초권은 트오세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5. 글을 마치며


여기까지 읽어주신 왼손잡이 분들이 얼마나 있으려는지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제 장황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글에 또 하나 사족을 달자면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게임 시스템 상 

랭초권 유무 상관 없이 특정 직업이 소외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다들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트오세에는 속성, 방어구 시스템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종 컨텐츠로 레이드가 나왔는데 보스가 유체 속성에다가 출혈 면역이면 물리 딜러들은 멸종입니다.


물리 딜러들은 25퍼 감소된 딜을 하는 반면에 법사들은 50퍼 뻥튀기 된 딜을 하게됩니다.

물리 딜러들을 데려갈 필요가 전혀 없지요.

위에서 입아프게 랭초권의 필요성에 대하여 설파하였지만, 솔직히 근본적으로 시스템이 망해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끔 플레이 하러 접속할거 같습니다만 솔직히 이후가 별 기대되지 않네요.

그래도 남아서 플레이하실 왼손잡이 계시자분들은 그저 행운을 빌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