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던전 시스템을 와우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거 같아 정정해드리자면, 와우보다 더 먼저 나온 에버 퀘스트에서 처음 시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당시 에버퀘스트는 이미 사양길을 걷고 있었고 인던의 필요성이 사라졌죠.
인던의 등장 배경에는 지나친 필드 보스몹 경쟁과 이를 둔 다툼이 심각해서였습니다.
한국에서의 에버퀘스트는 상위 레이드를 갈 수 있는 길드가 한정되었었고 그나마 인원이 빠듯하게 나오는지라 이번 주는 이 길드, 다음 주는 저 길드 하는 식으로 돌려먹었지만 한창 시기의 북미 서버에선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인던의 기능을 최대로 사용한게 바로 블리자드였습니다.
예전부터 블리자드는 자신들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시스템을 쓰기보다는 이미 검증된 방식을 더욱 간략화하고 최적화하여 개선한뒤 사용하였죠.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스토리를 더욱 몰입감 있게 연출하는 방법으로 인던 시스템을 사용하였고 이는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이후엔 일정 필드를 인스턴트 형식으로 분리하였습니다.
특정 퀘스트를 완료하면 건물이나 엔피시가 바뀌는 것이 바로 그것이죠.


전 검은사막을 그냥 프로모션 동영상으로만 접했습니다.
이런 저런 뉴스와 겪어본 사람들의 이야기로 간접 체험만 하였죠.

검은 사막이 마치 쉐도우 베인마냥 유저들끼리 집단을 이루고 특정 지역이나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PVP에 주력한다면 인던은 없는게 더 낫습니다.
리니지나 울티마 온라인마냥 게임 내에 몰입할 스토리가 없이 그냥 무한 사냥과 NPC의 잡부 셔틀로 렙업한뒤 싸우는것에 주력한다면 말이죠.

하지만 그런 PVP는 극과 극의 평가로 갈립니다.
한국처럼 경쟁을 필수로 여기는 환경에서조차 반 정도는 환영할 것이고 나머지는 몇 번 죽어나간뒤 때려칠겁니다.
롤과 마찬가지에요.
누구나 대인전에 능하고, 이기기 위해 연습하는건 아니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일부 유저들이 인던시스템이 없다는 말에 우려를 표하는 것이죠.
PVP를 즐기지 않는 유저들까지 끌어들여 다양한 집단을 만들어 낼 가능성을 스스로 막아버리는 것이거든요.

글들을 훑어보면 RYL을 만들었던 사람이라 타격감이 좋다, 기대된다 라고 평가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근데 그러한 타격감과 대인전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수준과 규모가 아니에요.
현재까지 나타난 검은사막의 규모로 보면 더 정밀한 경제체계와 정치 체계등에 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