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이 분쟁 지역인 서사하라에 대한 모로코의 주권을 인정한 이후, 모로코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 국가들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이번 주 스페인과의 이주민 위기에서도 드러났다.

모로코의 한 고위 장관은 화요일, 스페인의 북아프리카 영토인 세우타 국경 통제를 완화한 이유에 대해, 스페인 정부가 서사하라 독립운동 지도자를 치료받도록 입국시킨 방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사하라는 오랫동안 모로코 외교정책의 핵심 과제였다. 모로코는 알제리의 지원을 받는 독립운동 단체 폴리사리오 전선의 영유권 주장에 맞서, 국제사회가 서사하라를 모로코 영토로 인정하도록 설득해 왔다.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로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합의의 일환으로 서사하라에 대한 모로코의 주권을 인정했다. 이는 지금까지 모로코가 서사하라 문제에서 거둔 가장 큰 외교적 성과였다. 후임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이 정책을 뒤집을 뜻을 밝히지 않고 있다.

모로코정책분석연구소의 모하메드 마스바 소장은 "모로코는 미국의 주권 인정 결정을 기회로 삼아 서사하라 문제에서 최대한의 외교적 이익을 얻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20개국 이상(대부분 아프리카와 아랍 국가)이 서사하라에 영사관을 설치했으며, 이는 사실상 모로코의 영유권을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모로코는 과거에도 이 문제를 둘러싸고 우방국들과 충돌한 적이 있었지만, 미국의 입장 변화 이후 더욱 강경한 외교를 펼치고 있으며, 특히 유럽으로 향하는 대규모 불법 이민을 막는 역할을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나세르 부리타 모로코 외무장관은 지난 1월 유럽연합(EU)에 "안락한 입장에서 벗어나" 서사하라를 모로코 내 자치지역으로 두자는 모로코의 제안을 지지하라고 촉구했다.

스페인과의 갈등

스페인이 폴리사리오 전선 지도자 브라힘 갈리를 알제리 여권으로 입국시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이 과정에서 모로코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것이 이번 갈등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모로코는 과거 카탈루냐 독립 문제에서 스페인을 지지했던 만큼, 이번 조치가 단순한 인도주의적 결정이라는 스페인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모로코는 마드리드 주재 자국 대사도 본국으로 소환했다.

스페인은 과거 서사하라뿐 아니라 모로코 일부 지역도 식민지로 지배했으며, 현재도 북아프리카의 세우타와 멜리야 두 자치령을 보유하고 있다. 모로코는 이들 지역에 대해서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사드 에딘 엘 오트마니 당시 모로코 총리는 지난해 12월 서사하라 문제가 해결되면 세우타와 멜리야를 "되찾고 싶다"고 말해 스페인의 반발을 샀다. 이어 그는 5월 10일, 갈리를 받아들인 스페인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벤함자는 "이번 이주민 유입은 모로코가 유럽을 위해 돈만 받고 국경을 지키는 '경찰' 역할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경고 메시지"라며 "모로코는 그 대가로 외교적 성과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