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는 나한테도 아주 재미있는 게임이었지

2003년도에 웹진 이었나... 게임잡지였나 그런걸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라는 게임이 나온다는걸 알았고
2004년도에 나오자마자 바로 시작했어.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이트엘프 마을에서 도적으로 시작하면서
마음에 드는 그래픽에 배경에 우와.... 하면서 게임을 즐겼지

그렇게 퀘스트를 하나씩 정말 재밌게 하면서 아이템도 바꾸고 더 쎄졌다고 좋아하다보니
도착한 어둠의 해안에는 나처럼 강한 몬스터들이 많더라.

하나씩 잡아가며 정말 재미있게 하다보니 어느덧 나는 20레벨 중반쯤 되어 
잿빛 골짜기라는 곳에 도착하게 됐고 아직도 기억이 나네

조람해안에 퀘스트가 있었는데 가다보니 호드 2명이 보이는거야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고 어떻게 할까 어떻게 잡을까 생각하다가 한명의 기절을 걸고
나머지 한명을 먼저 잡고보자 하는 생각에 바로 실행에 옮겼어

그렇게 두 명을 잡게 되었는데 그때의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때부터 호드 잡는데 빠져서 조람해안에 계속 상주하며 오는 호드들은 다 잡았었지

그러다보니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지났어

내 레벨은 아직 25고 아 이제 슬슬 레벨업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던차에

맨 처음 나한테 죽었던 호드 2명중에 한명이 만렙찍고 오더라

만렙 앞에는 도적 은신도 소용이 없는지 거리가 꽤 떨어져있는데도 나를 찾아서 패기 시작했고
'
무슨 직업인지는 모르겠는데 멀리 있으면 마법으로 때리고 가까이 있으면 무기로 때리는데 그게 또 너무 아프더라

와 뭐지? 뭐 저런 개사기가 다 있지? 하며 알아보니까

영웅직업? 같은거더라
얼라에는 성기사가 있다면 호드에는 주술사가 있다.

진영의 상징 같은 직업이었고 나는 그 멋짐에 빠져 주술사를 키워야겠다고 마음먹고
도적을 지우고 주술사를 키웠어.

생각보다 그렇게 사기는 아니었는데
질풍의 무기 타격감이 괜찮았어

크로스로드에 있는 무슨 구릉 던전에서 양손무기 시체 절단기를 먹고
힐스브레드 구릉지에서 얼라들을 썰고 썰렸는데

질풍이 터지면 사제들 보호막 같은게 있어도 만피여도 한방에 죽일때도 많았고
이 재미에 빠져서 주술사를 계속 했다.

그때 힐스브레드 구릉지는 조용한날이 없었어

매일매일 얼라 호드 유저간 교전이 있었고
자! 우리 싸우러 가자! 하고 파티맺고 싸우는게 아니라

어떻게든 싸우고 있으면 야! 너두? 응! 나두! 하듯이
양 진영이 싸우면서 실시간으로 파티초대 하고 실시간으로 공대가 만들어지고
그런 재미와 낭만이 있었지.

한 번은 얼라기지 근처에 가는 퀘스트가 있었는데 만렙 전사가 보이길래
냉기충격을 날렸더니 냅따 돌진 박더라.

레벨차이가 많이나서 이길수는 없어서 나는 물 속으로 도망쳤고
이쯤이면 안따라오겠지? 하고 뒤돌아보니 잠수 존나하면서 꾸역꾸역 따라오더라.

근데 와우에는 호흡게이지가 있잖아
내 호흡게이지가 다 닳아갈때쯤 전사 호흡게이지도 다 닳아가겠지 생각하고
계속 잠수를 했고 전사는 계속 따라오다가 어느순간 뒤돌아서 올라가더라

호흡게이지가 다 되어 가는 거겠지
나는 수중호흡 스킬을 쓰고 전사를 따라가면서 냉기충격 존내 날렸다.

저항이 몇번 뜨긴 했지만 전사 속도 늦추기엔 충분했는지 
올라가다가 전사가 숨 못쉬어 죽는거보고 존내 재밌었다.

인던을 가도 뭘 잘 모르면 이렇게 이렇게 하면 돼요
이렇게 하는게 좋아요 하면서 가르쳐주고 또 가르침 받기도 하고

내가 여러 게임을 해봤지만 나한테는 이 때의 와우만큼 재밌었던 게임이 없다.

생각해보면 시간 낭비잖아

어떻게든 빨리 만렙찍고 인던 돌아서 템 맞춰야 하는데
몇일이고 이러고만 있으니 캐릭터가 성장 하겠나.

어느순간 사람들은 만렙부터 시작이라며 만렙만을 바라보며
백골마 천골마를 뽑고 좋아하기 시작했고

더 시간이 지난 후에는 던전에서 실수로 애드를 나거나 어떤 실수든 하면
가르침 대신 눈치나 핀잔을 듣기 일쑤였지...

서로 퀘스트 하기만 바빠 즉흥적인 대규모 필드교전은 사라졌고
같은 진영 내에서도 던전을 갈때는 사람을 가려받고 가기 시작했어.

시간이 더 지나 사람들은 내 캐릭터 스킬의 쿨타임도 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게임의 낭만은 사라졌고 재미는 다른데서 찾아야만 했지.

대체불가능한 게임이었던 와우가 어느게임이든 대체가능한 게임으로 바뀌었던 거야
나한테는 말이야.

그럼에도 확장팩이 새로 나올때마다 한 번씩 하거나 가끔 와우 영상을 보는건
앞서 말했던때의 와우가 나한테는 어떤 게임도 비견되지 못할 정말 재밌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한 번씩 오게 된다.

그런 와우가 없다는걸 알면서도 말이야.

경주마처럼 달려만가는건 현실 생활로도 충분한데...
게임에서라도 걷다가 앉아 쉬다가 경치도 보고 낮잠도 자고 그렇게 할 순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