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근에 <요즘 와우>라는 글을 썼던 사람입니다.
반응이 생각했던 것보다 좋아서 후기를 남깁니다.
댓글들을 쭉 읽어봤습니다. 인벤 고렙 분들도 많으시고 아닌 분들도 있으시고
생각보다 다양한 의견이 달렸는데, 막상 하나하나 읽어보니까 러프하게 두 가지 정도로 모이는 것 같더라고요.
1 그냥 게임하지 마라
2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물론 표현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글을 쓴 건 특정 유저층이나 특정 플레이 방식을 까려고 쓴 것은 아닙니다.
그냥 와우를 오래 하면서 제가 느꼈던 것들을 한번 적어본 겁니다.
그러다 보니 제 글을 보고 불편하셨던 분들도 있는 것 같고,
반대로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겠다는 분들도 계셨고요.
우선 불편하셨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전해드립니다.
다만 그렇다고 완전한 공감을 바라고 쓴 글도 아닙니다.
그냥 제가 그렇게 느꼈다는 이야기입니다.
댓글을 읽으면서 제일 많이 보였던 이야기가
“그럼 쐐기에서 뭘 보고 사람을 데려가냐”
“점수, 템렙, 로그가 그 사람의 증명 아니냐”
“던전은 클리어가 목적 아니냐”
“사람이랑 하는 게임인데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이 부분은 저도 이해합니다.
저도 쐐기에서 아무나 데려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제가 원하는 단수에서 어느 정도 클리어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찾고,
그 과정에서 점수나 템렙이나 로그를 볼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왜 그런 걸 보는지도 압니다.
내 시간을 같이 쓰는 사람을 고르는 거니까요.
그런데 댓글을 계속 읽다 보니 조금 재미있었던 건,
제가 말한 '평가받는 느낌' 자체를 이야기했는데
“그럼 뭘 보고 뽑냐” 라는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온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말한 건 점수를 보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댓글에서는 자연스럽게
점수 → 사람을 고르는 기준 → 당연한 것
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마 제가 이상하게 생각했던 부분도 정확히 여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의에 대한 이야기도 비슷했습니다.
“게임 끝나고 수고하셨습니다 한마디 하는 게 그렇게 어렵냐”
“사람이랑 하는 게임인데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한다”
“그게 싫으면 싱글게임을 해라”
이런 댓글이 꽤 많았습니다.
이것도 이해합니다.
저도 누군가한테 일부러 무례하게 굴자는 이야기를 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댓글을 읽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하면 좋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의 경계가 거의 없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인사를 하는 게 좋다.
→ 인사를 하는 게 기본이다.
말을 하는 게 좋다.
→ 말을 안 하면 이상하다.
파티가 끝나면 인사를 하는 게 좋다.
→ 안 하면 평판을 감당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저는 이것도 틀렸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플레이하는 분들이 있는 거니까요.
오히려 댓글을 읽으면서
“아,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누군가에게는 정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상당수 댓글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말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파티를 하지 않으면 된다.
공찾이나 일반 던전을 가면 된다.
저단을 가면 된다.
구렁을 하면 된다.
싱글 RPG를 하면 된다.
이런 이야기들입니다.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저는 댓글을 읽으면서 오히려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이런 방식으로 게임하지 못하게 해달라”가 아니었는데,
결론은 자꾸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게임과 맞지 않는 것 아니냐” 로 돌아가고 있었거든요.
아마 이것도 제가 처음 글에서 느꼈던 부분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와우에는 이미 굉장히 오래된 방식과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면
“왜 그렇게 해?”가 아니라
“그럼 이 게임을 왜 해?”
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물론 댓글을 다신 분들 입장에서는 그냥 현실적인 조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너무 눈치를 보면서 게임하는 것 같다”,
“게임이 아니라 노동하고 있는 것 같다”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이런 댓글을 보면서는 조금 묘했습니다.
사실 저도 제가 와우를 너무 오래 해서 그런 건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10년을 했으니까요.
좋아하니까 계속 하고,
짜증나도 다시 하고,
접었다가도 다시 하고,
또 어느 순간에는 재미있어서 몇 시간씩 하고.
그러다 보니 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사소한 것들이 쌓였던 것 같습니다.
“내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가?”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댓글을 읽고 나니까 오히려
“아, 나만 이상하게 생각했던 건 아니었구나”
싶은 부분도 있었고,
반대로
“아, 내가 너무 다르게 받아들였던 부분도 있겠구나”
싶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결국 사람마다 와우를 하는 방식이 다른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클리어가 제일 중요하고,
누군가는 점수 올리는 게 중요하고,
누군가는 사람들과 같이 하는 게 중요하고,
누군가는 그냥 접속해서 아무거나 하는 게 재미있고.
저도 그중 하나일 뿐이고요.
그래서 처음 글에서 말했던 것도 결국
“이게 틀렸다”보다는
“나는 이렇게 느낀다”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댓글 중에는 제 글의 내용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글 하나 썼을 뿐인데 어느새 제 템렙이랑 실력까지 추측되고 있더라고요.
뭐, 이것도 와우답다면 와우다운 것 같습니다.
다시 댓글을 읽어보니까 조금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래 한 사람에게는 너무 자연스러운 것들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강한 규칙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반대로 오래 한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뭐가 문제지?” 싶을 수도 있겠구나.
아마 그 차이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이 문화에서 완전히 떨어져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저도 점수 보고,
템렙 보고,
로그 보고,
메타 보고,
그냥 그런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게임하다가
어느 순간 한 발짝 떨어져서 보니까
“어? 우리가 생각보다 많은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네.” 싶었습니다.
오히려 좋아하니까 이런 생각까지 하는 것 같습니다.
싫으면 그냥 안 하면 되는데
좋아하니까 계속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하게 되는 거겠죠.
이번 글도 그냥 그렇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누가 맞고 누가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10년 동안 와우를 해온 한 사람이
“요즘 와우를 하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
하고 적어본 후기 정도로요.
공감하셔도 되고,
공감 안 하셔도 됩니다.
아마 또 하다가
“이건 좀 아닌데?”
싶은 게 생기면 또 글 쓸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증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요
저는 쐐기를 위주로 합니다. 무법 도적이고요
뭘 인증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냥 쐐기 단수 인증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