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일(금), 로스트아크 콘서트 '디어 프렌즈'가 공연됐다. 모험가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목적으로 개최된 이번 콘서트는 금강선 디렉터와 지원길 대표의 십 년 넘은 꿈이라고 하는 말이 허언이 아닐 정도로 야심차고 성대하게 준비됐다.

캐스팅부터 호화로웠다. 메인 오케스트라는 KBS 교향악단이, 지휘는 안두현 지휘자가 진행했으며, 연출은 왕용범 연출가가 도맡았다. 이외에도 밴드, 합창단, 성우, 소프라노 등 13개의 그룹이 추가 출연했다. 로스트아크 OST에 관심이 없더라도 캐스팅만 보고 공연을 보러와도 될 정도의 수준이다. 호화로운 캐스팅만큼이나 공연 자체도 하나의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었다.

그러다 보니 콘서트 예매부터가 전쟁이었다. 1분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되었으며, 대기자만 5만 명을 넘는 수준이었다. 이외에도 티켓 판매 금액을 포함한 콘서트에서 얻은 모든 수익은 전액 기부하는 모습을 보이며 모험가들과 함께하는 선순환을 이어나는 모습도 보여줬다.


▲ 티켓 판매 금액을 포함한 모든 수익은 사회 곳곳에 기부되었다



■ 아크라시아로의 여행! 예매 전쟁부터 외부 전경까지


기자 또한 로스트아크를 즐기는 한 명의 유저로써 예매 전쟁에 참여했다. 초반부터 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초기 진입은 성공적이었다. 별다른 대기 없이 좌석 선택 화면까지 다이렉트로 이동한 것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R석을 선택했으나 이미 선택된 좌석이라는 멘트가 떴다. 뒤늦게 S석을 눌렀지만 마찬가지였다.

뒤이어 그나마 남아있던 A석을 눌렀지만 결과는 같았다. 여기까지 실패했을 때는 더 이상 남은 자리가 없었다. 솔직히 처음부터 S나 A를 선택했더라면 성공했었을 것 같지만 뒤늦은 후회다. 이미 흘러간 물이었다.

동료 기자들에게 물어봐도 같은 대답이 들려왔다. 모두가 실패한 것이다. 심지어 좌석 선택화면조차 보지 못하고 계속 대기열만 기다렸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이후 며칠간 취소표 전쟁을 해봤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 이 화면을 봤을 때는 솔직히 예매 성공할 줄 알았다

▲ 그러나 현실은 이선좌(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였다

▲ 반면 동료 기자는 희망조차 가질 수 없었다


마음을 내려놓고 시간이 흐르던 와중 전야제 영상이 올라왔다. 금강선 디렉터가 작곡가들과 OST와 관련된 기획 의도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영상이었다. 금강선 디렉터가 일을 내려놓더라도 로스트아크는 순항할 것이라는 안도감이 듦과 동시에 다시 한번 기회를 놓쳤던 손을 탓하게 됐다.

결국 아쉬운 마음을 금치 못하고 당일에 콘서트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 비록 표는 없지만, 기분도 낼 겸 나쁘지 않았던 선택같았다. 비록 표는 없지만, 콘서트장 외부에도 포토존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구경할 거리도 충분했다. 비록 표는 없지만.

콘서트장 외부에는 별빛 등대의 섬이 반겨준다. 그림만 가져다 둔 것이 아니라, 난간까지 구현할 정도로 사실상 미니 세트장 수준이다. 이외에도 내부에는 각종 콘셉아트가 액자에 걸려있었으며, 바닥은 트리시온의 빛의 길로 그려져 있었다.


▲ 에일린이 여기에도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드는 별빛 등대의 섬 세트

▲ 건물 내부에는 다양한 콘셉아트와 디자인이 액자에 전시되어 있었다

▲ "빛의 길을 따라, 저에게로 오세요"


코스어도 다수 만나볼 수 있었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파푸니카 5인방이 직접 무대에 올라갈 것이라 상상하지는 못했다. 모두가 상당히 진심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를테면 아브렐슈드 코스어의 경우 특유의 눈을 표현하기 위해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태로 다니기도 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커다란 로스트아크 보드였다. 펜으로 글을 적을 수 있게 만들어둔 공간으로, 이미 많은 모험가들이 다녀간 흔적이 보였다.

아무래도 그중 가장 심금을 울리는 문장은 '나는 표가 없다'였다. 비슷한 모험가가 또 있다는 마음에 묘하게 반갑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했다. 뒤늦게 카마인 서버 에버그레이스 언제 뜨냐는 문구도 눈에 들어왔다. 카마인 서버는 당일 오후 7시 30분에 에버그레이스를 판매했다. 표가 없어서 미리 자리를 뜬 기자는 구매를 할 수 있었으나, 해당 글을 작성한 모험가는 아마 먹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승리자다...

▲ 아브렐슈드 특유의 눈을 표현하다 보니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 상당히 많은 모험가가 다녀간 로스트아크 보드

▲ 로스트아크 보드에는 심금을 울리는 문장이 많이 있었다



■ 다양한 시도만큼 결과도 좋았다! 디어 프렌즈 콘서트 공연


콘서트 내용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다. 기자뿐 아니라 대부분의 모험가가 비슷한 감정을 공유했을 것이다. 아직 콘서트를 보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꼭 보는 것을 추천한다.

먼저 공연 자체의 퀄리티가 매우 높았다. 캐스트가 캐스트다 보니 기대야 당연히 있었지만, 그 이상을 충족시켜줬다. 로아온을 진행할 때마다 항상 기대한 이상을 보여주는 로스트아크다웠다. 현장에서 직접 듣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로스트아크 OST의 특성 중 하나는 장르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그 특색을 잘 살려냈다. 오케스트라에서 끝내지 않고 헤비메탈에 뮤지컬까지 모든 것을 준비해왔다.

특히 놀란 것은 국악 파트였다. 기존 곡이 국악이 아니었음에도 해당 파트를 따로 준비함으로써 로스트아크가 한국 게임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줌과 동시에 국악의 매력을 다시금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로스트아크를 할 때 부끄럽지 않게 만들겠다는 금강선 디렉터의 말처럼, 이것이 한국 게임이라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 공연의 퀄리티는 두말할 것 없이 최고였다

▲ 이것이 한국 게임이라는 자부심마저 엿보이는 국악 파트


또 점수를 주고 싶었던 부분은 해당 공연이 로스트아크의 것이라는 점을 꾸준히 상기시켰다는 점이다. 실제 성우를 캐스팅한다거나, 작곡가가 직접 연주한다거나, 게임 내 뮤지컬 곡을 직접 뮤지컬로 공연했다. 탈출의 노래를 통한 엔딩은 화룡점정이라 부를만했다.

게다가 깜짝 선물도 다수 준비해줬다. 최근의 이슈는 아무래도 엘가시아다. 특유의 스토리와 OST로 모험가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대륙이기 때문이다. 다만 콘서트는 업데이트 이전부터 준비했다 보니 이번에 엘가시아가 빠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를 공연 중간에 소향의 인터뷰와 공연 영상을 넣는 식으로 아쉬움을 달랜 것은 물론, 앵콜곡에서는 마을 BGM인 아리안오브를 연주했다. 이미 기획이 끝난 이후에 추가 작업을 진행한 셈이다. 콘서트 자체가 단순히 좋은 곡을 들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게임을 즐기는 모험가들이 어떤 부분에서 즐거워할지 꾸준히 고민한 결과라 볼 수 있다.


▲ 엘가시아 여운 아직 가시지 않았죠? 영상으로 만나본 소향

▲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예쁜 꿈을 꾸기를"


아쉬움이 없던 것은 아니다. 마이크 음량 조절이 잘 되지 않아 일부 상황에서 마이크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거나, 방송 송출용 카메라 화면이 현장에서 중요한 부분을 짚어주지 못하기도 했다. 이는 방송용 리허설이 완벽히 되지 않았다는 반증일 것이다.

또한 다양한 장르를 공연한 것은 분명 장점도 많았지만, 이로 인해 공연과 공연 사이에 텀이 생겨 흐름이 끊기기도 했다. 연주자들이 입장과 퇴장을 반복했기 때문이기도 하며, 뮤지컬 분장에 시간에 쫓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 넓은 무대로 공연했거나 무대장치를 이용한 것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아쉽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이는 약간의 잔기스에 불과할 뿐, 전반적으로는 대성공이라 할 수 있다. 로스트아크 기준으로도 이번 콘서트는 첫 트라이, 혹은 헤딩에 가까운 도전이다. 이제 클리어 경험이 생겼으니 다음 공연이 있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어쩌면 2트만에 빡숙이 되어 잔기스조차 없을 수도 있다.


▲ 텀을 잘 메꾸긴 했지만 흐름이 다소 끊긴 것은 사실이다

▲ 하이라이트에 마이크 이슈가 발생한 건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 클경은 땄다! 스타트를 끊은 모험가들의 축제


이렇게 성황리에 끝난 로스트아크 콘서트. 그러나 한 번으로 끝내기는 너무 아쉽다. 비록 막무가내긴 바람이라 할지라도 많은 모험가가 앞으로도 공연을 계속 열어줬으면 하고 있다. 첫 콘서트가 끝났을 뿐 앞으로를 생각하면 이제 스타트를 끊은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로아온은 이제 하나의 연례행사로 굳어진 상태다. 로아온은 단순히 로드맵 발표 자리가 아닌, 모험가들과의 대대적인 소통 자리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물론 앞으로는 오프라인 행사로 변경되어 신년 감사제와 같은 형태가 될 수도 있지만, 이러한 행사가 계속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콘서트 또한 연례행사가 아니더라도 몇 년에 한 번은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대대적인 자리 마련이 어렵다면 소소한 형태도 좋다. 이를테면 이번 콘서트 전야제 영상은 모험가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줌과 동시에 로스트아크팀 한 명 한 명을 알릴 수 있었던 기회였다. 기획팀이나 연출팀 등 다양한 부서가 사실상 공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방법을 통해 모험가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더 넓게 바라볼 수도 있다. 콘서트 종료 후 0줄 패턴에서 금강선 디렉터는 로스트아크의 IP를 최소 20년 넘게 가져가겠다고 전했다. 굿즈의 인기를 감안해보면 팝업 스토어나 카페가 생길 가능성도 0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유니버설 스튜디오처럼 IP를 활용한 대형사업도 존재하는 만큼, 로스트아크가 언젠가 또 다른 한계를 넘는 날을 기대해 본다.


▲ 장여울과 백정은, 박성유, 조현준 작곡가의 이름을 알리게 된 전야제 코멘터리 영상

▲ 콘서트뿐 아니라 전시 등 더 다양한 형태로 축제가 열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