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지난 3월 말 정식으로 선보인 '아침의 나라'는 우리나라 고유의 풍경과 전통 문화, 설화 속 요괴들을 한껏 녹여냈다는 점에 대해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 인정받은 '한국의 멋'을 해외 게이머에게도 선보일 준비를 마친 펄어비스는 6월 14일 '아침의 나라'의 글로벌 서비스에 들어갑니다.

'아침의 나라'가 많은 국내 개발사들이 좀처럼 시도하지 않은 규모로 한국의 전통문화를 게임 내에 구현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뚜렷한 선례가 존재하지 않기에 성과를 쉽사리 예측하기 힘든 도전이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검은사막의 이번 도전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던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전통을 게임 속에서 표현하는 것에 대한 진정성은 물론, 원작의 세계관에 잘 녹이는 시도들이 돋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존 '검은사막'의 게임플레이에 신선함을 더하는 측면에서, '아침의 나라'는 실리와 명분을 모두 갖춘 업데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명: 검은사막: 아침의 나라
장르명: MMORPG
출시일: 2023.3.29
리뷰판: 1.81.47
개발사: Pearl Abyss
서비스: Pearl Abyss
플랫폼: PC, PS, Xbox
플레이: PC

◆ 본 리뷰는 '아침의 나라'의 글로벌 서비스 일정에 맞춰 작성 및 게재되었습니다.

펄어비스의 야심차고 소중한 도전, '아침의 나라'

'아침의 나라' 업데이트 이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한국관광공사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악인 송소희가 부른 '구름곶 여행'의 새로운 뮤직비디오를 공개했습니다. 가수의 아름다운 음색과 한국의 풍경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검은사막 속 '아침의 나라'에서 만날 수 있는 장소 또한 수놓아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죠.

실제로, 게임 속에 한국을 옮겨오려는 이 정도 규모의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국내에서 개발되는 게임 대부분이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도 하고, 여러 이유에서 명절을 기념으로 한 프로모션에서 일부 관련 아이템을 선보이는 정도죠. 이런 맥락에서 보면 검은사막의 '아침의 나라'는 중세 판타지를 주축으로 하는 게임에서 그 틀을 부수고, 과거 동아시아의 모습을 선보이려는 '당찬 시도'인 셈입니다.

자칫 검은사막이 그간 정립해 놓은 세계관과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었지만, '아침의 나라'는 무사나 매화 등 클래스 측면에서도 한국적인 멋을 구현하려는 그간의 시도와 잘 맞물린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전에도 동양적인 느낌을 주는 의상들이 존재하던 검은사막 대륙이었고, 먼 바다 어딘가에서 만나는 새로운 문화권이라는 설정은 반복되는 사냥에 지친 기존 이용자에게도 모험의 불씨를 지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외국에서 막 당도한 모험가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아침의 나라'

또한, 4월 정식 출시 이후 이어진 '아침의 나라'에 대한 호평의 배경에는 지역 속에 녹여 둔 이야기와 디테일이 있습니다. 그저 겉으로 보이는 풍경에 그치지 않고, 우리에게 친숙한 신화와 설화 속 등장인물을 활용한 이야기를 더해 발단부터 결말에 이르는 경험을 구축했죠. 게임이 그간 답습해 온 사냥터 위주의 게임플레이에서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환영할만한 업데이트이기도 합니다.

'아침의 나라'의 스토리는 크게 8개의 우두머리(전통 설화 속 요괴들)로 나뉘어진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며, 다른 대륙에서 온 이방인인 주인공을 가이드하는 인물 '돌쇠'와 함께 동해도에 드리운 음모를 파헤치게 됩니다. 8개로 나뉜 이야기들을 클리어해야 하는 순서는 따로 정해지지 않았으며, 원하는 순서대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는 자유도 또한 존재합니다. 처음 주어지는 모든 이야기를 클리어하고 나면 동해도에 드리운 음모가 서서히 밝혀지며, 추가적인 메인스토리를 통해 결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스토리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한다면, 이야기 전개 대부분에서 한(恨)의 정서와 가까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핍박받는 백성, 억울함을 토로하는 요괴들과 같이 우리가 나고 자라며 들어온 옛날 이야기 속 특징들을 고스란히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아침의 나라'가 가진 특색입니다.

▲ 원작 세계관에 잘 녹아든 조선의 모습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해도 전역에 걸친 고유한 풍경들을 8개로 나뉜 이야기에 연결해둔 것도 칭찬할 점입니다. 펄어비스에 따르면 '아침의 나라' 속 풍경은 거금도, 담양 대나무 숲, 해동 용궁사 등 실제 한국의 지형을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덕분에 게임 속에서도 마치 어디선가 본 듯 하면서도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모험심이 투철한 여행자라면 직접 말을 타고 방방곳곳을 유람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레 스토리와 어울리게 꾸며진 장소들을 방문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메인 스토리 외에도, 추가 퀘스트를 통해 한국의 설화와 전통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콘텐츠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일부 퀘스트의 경우 재료를 준비해야 하는 수고가 있지만, 삽화를 통해 한국의 전통을 설명하고자 하는 접근도 눈에 띄는 편이었습니다. 북미와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 만큼, 해외 이용자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게임플레이로 벼려낸 경험

'검은사막'은 올해로 직접서비스 4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최초 출시를 기점으로 하면 그보다 훨씬 더 오래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는 게임입니다. 그 사이 선택할 수 있는 클래스는 5배가 넘게 늘어났고, 스토리나 편의성 측면에 대한 개편 또한 꾸준히 진행됐죠.

그 연장선 상에서 이번에 선보인 '아침의 나라'는 기존 이용자들에게는 새롭고 도전적인 콘텐츠로, 또 신규 이용자들에게는 오랜 기간 서비스해 온 게임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튜토리얼로 기능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한국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을 게임 속에서 구현한다는 발상이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만큼, 기존 게임이 가진 진입 장벽을 낮추는 고민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을 것입니다.

물론, 업데이트 초기에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한국의 설화로 꾸며진 새로운 땅에 가기 위해서는 기존 검은사막 대륙에서의 모험을 일정 이상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됐죠. 비교적 최근 도입된 마그누스 퀘스트를 모두 클리어하지 않을 경우 입장부터가 제한되는 등, 아침의 나라를 보고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된 이들에게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접근 방식으로 느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개발사인 펄어비스 측에서도 이를 인지했는지, 출시 이후 빠르게 다양한 개선 사항을 내놨습니다. 그 중 가장 뚜렷한 개선 사항은 캐릭터를 생성하고, 게임을 시작하는 지역으로 '아침의 나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마그누스를 통해 입장하는 일련의 퀘스트가 진행된 채 게임을 진행하게 되지만, 아침의 나라가 가진 매력적인 이야기를 더욱 편하고, 빠르게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 초보자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업데이트와

▲ 각종 삽화를 통해 우리나라 전통 설화를 각별하게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검은사막 속 아침의 나라는 우리나라의 부산과 지형적 특성이 유사한 '동해도'를 바탕으로, 각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검은사막 대륙에서 건너 온 외국인의 입장에서 해결해 나가는 스토리를 그립니다. 우리들에게는 굉장히 친숙한 설화 속 이야기에 바탕을 둔 사건들은 주민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있으며, 모든 사건의 이면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비밀이 숨겨진 것과 같은 느낌이 듭니다.

기존 '검은사막', 그러니까 원작과 확연히 다른 플레이 스타일도 뚜렷한 특징입니다. '아침의 나라'에는 검은사막 대륙과 달리 '사냥터'라 불리는 장소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실, 돌아다니면서 마주하는 몬스터조차 보기 힘든 편입니다. 대부분의 전투는 스토리 진행에 따라 인스턴스 형태로 전개되며, 이들을 주인공인 플레이어가 혼자서 물리치게 됩니다. 각 이야기의 끝에는 설화 속 요괴들이 보스로 등장하며, 이후에는 '검은사당'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더욱 강력한 보스를 처치하는 콘텐츠가 해금됩니다.

이처럼 '아침의 나라'는 크게 두 가지, 우리나라 설화를 배경으로 한 메인 스토리와 이후 고난도 보스전 콘텐츠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각은 앞서 언급한 두 개의 역할, 신규 유입자에게 '검은사막'을 소개하는 것과 기존 이용자에게 이전과 다른 신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 대입됩니다. 새로운 캐릭터의 시작 지역으로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의 추가로 말미암아, 아침의 나라는 두 역할을 모두 성실히 소화하는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 사냥터를 배제하고, 오롯이 풍경에 신경쓴 아침의 나라에선

▲ 전통 설화를 배경으로 하는 보스들이 모험가를 반깁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스토리'에 큰 비중을 준 '아침의 나라'는 기존 검은사막 이용자의 입장에서도 신선한 접근이었습니다. 10년이 가깝게 서비스를 이어오는 동안 많은 개편을 거치긴 했어도, 기존 '검은사막'식 스토리 전개는 게임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앞뒤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성장과 모험의 자유도를 추구하고, 월드를 다니며 각종 지식을 습득하는 게임플레이에 의해 스토리가 일부 희생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반면, '아침의 나라'는 그 진입부터 스토리의 비중을 대폭 높이고, 사냥 등으로 주의를 돌릴 요소를 제거해 몰입도를 한층 높였습니다.

신규 이용자를 위한 시스템 소개도 스토리 내부에 틈틈이 녹여냈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NPC와 대화를 하고, 전투를 진행하고 보스를 무찌르는 것 외에도, 식재료를 찾아 간이 요리를 한다든지 하는 형태로 게임이 가진 생활 콘텐츠를 소개하는 식이죠. 이 과정을 통해 신규 이용자들은 야생 동물로부터 고기를 채집하는 법, 간이 요리나 연금으로 아이템을 제작하는 법은 물론 화승총을 이용해 수렵 콘텐츠를 진행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검은사막'의 콘텐츠 일부를 미리 체험해보는 것이 가능합니다.

▲ 초보자도 메인 스토리를 통해 게임의 주요 상호작용을 배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검은사막 특유의 성장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덜어냈다는 느낌을 주는데, '아침의 나라'에서 마주하는 적과 보스는 플레이어가 가진 장비의 강화 수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준으로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1레벨 시작지역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전반적인 난이도도 그에 맞춰졌습니다. 특히, 아침의 나라에서 시작한 캐릭터의 경우 중간에 검은사막 대륙을 다녀오지 않는 한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한 이후 각성이나 전승이 가능해 부담 없이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비교적 고난도 전투 콘텐츠인 '검은사당' 또한 성장의 부담을 줄인 시도가 눈에 띕니다. 검은사당에서 플레이어가 보스 몬스터에게 가하거나 받는 대미지는 캐릭터 능력치 10%, 속성 90%로 계산되는데, 속성은 메인 의뢰를 진행해 받은 포인트인 '빛의 보옥'을 활용해 강화하는 식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검은사막 유저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진행하는 장비 강화에 대한 부담이 아주 조금은 적은 것이 사실이죠. 거기에 플레이어 캐릭터의 능력치나 실력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뉘어진 난이도를 제공하고 있어 스펙에 상관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입니다.

▲ 스토리 상 전투 대부분도 스펙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편


아침의 나라가 앞으로의 '검은사막'에 기대를 갖게 하는 이유

검은사막이 '아침의 나라' 출시를 전후로 진행한 각종 편의성 업데이트 또한 '아침의 나라'가 기존 게이머층은 물론 잠재 이용자에게까지 게임의 매력을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솔직히, 편의성 업데이트 이전 '검은사막'은 모험에 대한 로망을 채우는 게임이었을지는 몰라도 다른 게임과 비교해 여러모로 불편함을 안기는 측면이 많았습니다.

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드넓은 대륙을 돌아다니는 데 '빠른 이동'이 없다는 것, 그리고 그 넓은 지도에 펼쳐진 마을마다 위치한 창고를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점 등은 검은사막이 가진 대표적인 불편한 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이전 업데이트 콘텐츠인 '마그누스'를 통해 어느 정도 개선을 이뤘고, 그것이 바탕이 되어 신규 대륙인 '아침의 나라'에 대한 접근성도 미리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바라본 '아침의 나라'에서는, 직접 서비스 4주년을 너머 더 오랜 기간 서비스를 이어가려는 '검은사막'의 변화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스토리 위주로 흘러가는 메인 스토리는 기약 없는 사냥과 강화의 끝에 책상에서 그대로 잠드는 게임이라는 오명을 씻을만한 매력을 보여주었고, 스펙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참여할 수 있는 보스 러쉬 콘텐츠로 색다른 게임플레이를 제시하는 데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 그간 개선해 온 편의성을 바탕으로, 더욱 빛날 수 있었던 '아침의 나라'

더욱이 국내 대형 게임 기업에서 좀처럼 신경쓰지 않던,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특색을 게임 내에 가미하려는 시도에도 칭찬을 주고 싶습니다. 이례적인 시도였던 만큼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그 미래가 더욱 어두워졌을 수도 있지만, 출시 후 이용자들이 이러한 도전에 대해 보내는 박수를 고려하면 앞으로 국내 게임 산업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가능성도 높아보입니다.

특히, 이용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은 6월을 시작으로 글로벌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는 '아침의 나라'에 대한 기대도 갖게 합니다. 과거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등의 영향으로 조선시대의 매력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비단 풍경 뿐 아니라 특색 있는 스토리까지 겸비한 아침의 나라 또한 그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싶네요.

▲ 검은사막에서 스토리에 관심을 가져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지 않았을까... (feat. 열일하는 돌쇠)

물론, 다른 모든 업데이트가 그렇듯 '아침의 나라' 또한 검은사막이라는 게임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멋진 풍경에서 펼쳐지는 우리네 정서를 담은 이야기의 막이 내리고 나면, 검은사막 대륙으로의 여정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신규 이용자라면 그 과정에서 달라지는 플레이스타일에 괴리를 느낄 가능성이 높지만, 적어도 '아침의 나라'만큼은 한 번쯤 플레이해보기 좋은 하나의 완성된 콘텐츠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검은사막 월드 전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검은 돌과 고대의 힘을 배경으로 한 뭔가 엄청난 일들이 세계 각지에 도사리고 있지만, 오늘치 사냥을 다 하지 않으면 더 좋은 장비를 꿈도 못 꾸는 것이 검은사막 속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현실입니다.

하지만, '검은사막'은 이번 아침의 나라를 통해 장비 성장과 강화, 사냥터로 대변되는 게임의 핵심 요소를 제외하고도 훌륭한 스토리와 즐길 거리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일정 부분 증명했습니다. 이번 시도가 단발성으로 끝내지 않고, 더욱 롱런하는 게임이 되기 위한 초석으로써 남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