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2일, 검은사막에 5인 던전 아토락시온 : 바아마키아가 등장했습니다. 아토락시온은 지난 12월 12일 열린 칼페온 연회를 통해 처음 언급됐던 콘텐츠인데요, 등장 일주일 전부터 '이번에 진짜 나오니까 기대해'라고 말하는 듯한 개발자 코멘터리 영상과 'I의 초대장'이라는 사전 도입부 의뢰를 패치하면서 유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았습니다.

아토락시온은 그동안 검은사막에 없었던 '인스턴스 던전' 형식이라는 점에서 새롭습니다. 아, 그럼 피의 제단은 뭐고, 불멸의 나락은 뭐고, 야만의 균열은 뭐고, 아크만/히스트리아 사냥터는 뭐냐고요? 말을 잘못 드렸네요. 아토락시온은 인스턴스 '협동' 던전입니다. 아, 그럼 피의 제단은 뭐고, 야만의 균열은 뭐냐고요? 쉿, 조용히 해요 좀. 아 몰라! 아토락시온은 5인 던전이라고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에도 걸리지않는 5인 모임 콘텐츠라고!

어쨌든 기존 검은사막에 있었던 인스턴스 콘텐츠들과는 달리, 아토락시온은 여기에 '협동심'을 더욱 강조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이전에 피의 제단 같은 경우 몰려오는 몬스터를 후드려패는(?) 게 전부였다면, 아토락시온에는 5인이 합심해 풀어야하는 퍼즐, 함께 열쇠를 넣어서 작동시켜야만 입장할 수 있는 지역, 별사탕 몬스터를 약화시키는 기믹이 있는 등 설계 자체를 '합심'에 맞췄죠.

여기서 만약 고인물이라면 아토락시온이 그동안 검은사막에서 보여준 콘텐츠의 정수임을 알아차렸을 겁니다. 미루목이나 가이핀라시아 사원, 올룬의 계곡 같은 파티 사냥 지역은 이전에도 있었고, 몬스터의 특정 동작에 CC를 넣어 약화시키는 기믹은 불멸의 나락에서 선보였었죠. 그리고 특정 타이밍에 맞춰 유저가 협동해야하는 시스템은 '고르고의 악몽 소환서(바실리스크 수호자)'에서 맛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퍼즐형 콘텐츠까지 추가된 것이 '지금의 아토락시온이다'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 코로나 시대의 5인 모임

자, 그럼 아토락시온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요. 아토락시온은 메인 의뢰 '[5인 협동] 최후의 요새, 아토락시온'을 진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입장이 가능한데요, 무엇보다 진행 대사에 전체 더빙이 되었다는 점이 인상깊습니다. 개인적으로 더빙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스토리 몰입감에 있어 천지차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점은 기존 스토리 연출의 아쉬웠던 점을 채워주는 부분이었습니다. 가장 귀여웠던 것은 역시 야즈. 이거 성우 어느 분인가요. 인터뷰라도 나눠보고 싶습니다. 흠흠.

그렇게 스토리를 진행하다보면 본격적으로 아토락시온에 입장하는데, 아토락시온에 입장하려면 '타리브레의 눈물'이라는 입장권이 필요합니다. 이 입장권을 만드는 재료는 지급된 비밀 제작서의 수수께끼를 풀면 알 수 있는데 - 사실 인벤을 보고 알았지만 - 문제는 이를 만드는 재료의 거래소 매물이 동나버렸다는 것이었죠.

늘 넉넉했던 화각과 절망의 흔적이 사라져버린 이 때, 말 그대로 진짜 절망이 다가왔습니다. 아토락시온을 눈 앞에 두고 입장할 수가 없는 순간. 화각이야 수렵으로 어찌저찌 얻을 수 있다고 해도, 절망의 흔적은 주로 노드로 채취해야하는지라 막막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이럴 때 할 수 있는 건 오직 기도 메타 뿐. 저는 거래소에 예약 구매를 넣고 존버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와주세요, 엘리언님!


▲ 야즈 귀여워

▲ 사라진 화각 매물에 대처하는 자세 (feat. 신규 캐릭터 거너)

▲ 엘리언님은 간절함에 보답하신다. 엘멘.

엘리언님의 자비로 아이템을 구한 저는 당당히 아토락시온에 입장했습니다. 맵 이름은 바아의 창공. 재밌는 스토리를 구경하다보니 몬스터 30마리 토벌 퀘스트가 등장했고, 자신만만하게 264/314 세이지로 적을 처단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외치는 흑정령. '달아나 바보야! 네가 상대할 적이 아니야!'

이런, 토벌당한 건 저였군요. 2번 죽고 수정까지 깨지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습니다. 아니 이거 일반 난이도는 나르실란으로도 가능하다며. 내가 잘못 읽었나. 5인 기준이라고 해도 몬스터가 무척이나 강력하더군요. 나르실란 5인이 덤벼도 그냥 날파리로 볼 것 같은 수준. 특히 별사탕 몬스터의 난이도가 무척이나 높아서, 314방이면 별사탕에게 1~3대 맞고 눕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럼 물약을 많이 챙겨가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할 수 있는데, 일단 아토락시온에서는 메이드가 소환이 안됩니다. 대신 야영지 설치는 가능하고, 야영지가 없다면 이후에 나오는 솔 마기아 NPC에게서 구매나 수리를 해야하죠. 이쯤에서 제작진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무조건 파티하라는 말이구나.' 5인 던전에 들어왔으니, 혼자 사냥할 생각말고 파티를 맺으라는 겁니다.

그때 전 검은사막 인생 처음으로 파티 찾기 시스템을 이용해 보았습니다. 예전부터 있었지만, 쓸 필요가 없어서 쓰지 않았던 그 기능. 생각보다 나쁘지 않더군요. 만들고 나서 모집 알림도 가능한 점이 좋았어요. 아 물론, 모집한 파티원은 모두 월드 채팅으로 구했습니다(?) 여러분들, 이제 월드/서버 채팅 말고 파티 찾기 시스템도 많이 애용해주세요.


▲ 아무도 몰랐겠지만, 검은사막에도 파티 모집 기능이 있습니다.

▲ 으앙 쥬금

5인 파티를 맺자 그럭저럭 사냥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래도 별사탕 몬스터는 강력하더군요. 나름 290공 이상의 유저분 몇 명이 계셨는데도, 한참을 때려야 했습니다. 따로 파훼법을 알지 못하면 이렇게 되는 것 같더군요. 무엇보다 별사탕 몬스터 중 '크레오마르'의 범위 공격을 피하지 못하면 낮은 방어력의 유저는 즉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찌보면 그동안 검은사막은 단순 솔로 파밍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런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색다르기도 했습니다.

그 다음은 퍼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죠.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퍼즐은 '망가진 우애' 의뢰입니다. 총 6개의 무게를 알 수 없는 상자를 저울에 배치해, 원반 모양의 저울 추 균형을 맞추는 것이죠. 여기서 중요한 건 메인 의뢰의 캐릭터 대사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겁니다. 상자의 무게가 다르다는 것, 그리고 저울 개념이라는 것이 NPC 야즈의 대사에서 나오거든요. 평소 의뢰 진행 때처럼 R을 연타하면 절대 풀 수가 없는 것이 아토락시온의 퍼즐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퍼즐 콘텐츠는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일단 기존 검은사막에서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이기도하고, 스펙에 상관없이 모든 유저가 머리를 맞대고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요. 저울의 균형을 맞추고, 석상의 동작을 외우고, 점멸하는 불빛에 맞춰 기둥을 활성화하고, 발판을 나누어 밟으며 한명씩 의뢰를 완료하는 등 패턴도 다양했습니다. 누가 검은사막을 노가다 게임이라고 했나요. 이제 방탈출 게임으로 업종 변경했는데요.

아, 참고로 저희 파티는 저울에서 1시간 헤맸습니다. 왜냐구요? 화가 나니까 묻지마세요. 하지만 꾸역꾸역 해내는 모습을 보니 역시 검은사막 유저는 보물작의 민족이라는 걸 실감나게 했습니다.


▲ 이거 야즈가 고장냈어!

▲ 이렇게 두 원반 저울의 균형을 맞춰야합니다. 제가 상자 하나 들고 있는 건 함정.

▲ 몰라서 보고만 있는거 아니고요.

▲ 지이이잉. 아텐 등장, 준비 완료.

오직 퀘스트를 목적으로 이렇게 퍼즐을 풀면서 빠르게 상위 지역으로 가다보면 결국엔 파밍을 해야하는 순간이 옵니다. 보스방으로 가는데 필요한 '루크레시아의 단도'를 얻으려면 파티원 모두가 '바아의 차가운 가시'로부터 시작되는 아이템 제작을 완료해야 되거든요.

사실 위에서 파밍과 퍼즐, 그리고 보스 방으로 가는 직전 구간인 아텐 사냥까지 굉장히 간략하게 풀어냈습니다만, 사실 위 과정을 플레이하는데만 거의 5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처음이라 헤맨 것도 있는데, 송곳니를 제대로 만들지 않고 다른 파티의 힘을 빌려 그냥 지역을 넘어간 탓에 진행이 막혀버린 것도 있었죠. 저의 첫날 아토락시온 체험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다음 트라이 땐 본격적으로 파밍팟을 구해서 넘어가 봐야겠네요.

어쨌든 위 내용을 모두 종합하면, 아토락시온은 일종의 고오급 방탈출 같았습니다. 거기에 매우 매우 강력한 몬스터 파밍이 섞여있다 정도가 되겠네요. 실제로 파티플레이가 길어지니까 그냥 탈출하고 싶다는 파티원들이 속속들이 생겨났습니다. 머리는 아파오고, 탈출할 방법은 모르겠고. 채팅창은 '여기서 어떻게 나가요?'로 도배되었죠. 다음엔 진짜 방탈출 카페처럼 전화기라도 하나 만들어주시면 안될까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요소 때문에 신규 유저 진입은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는 겁니다. 조언을 하자면, 나르실란 장비로 아토락시온을 깨고 싶은 신규 유저는 파티원 버스를 타시기 바랍니다. 그냥 던전형 미루목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어요?! (이름하여 아토락시온 매미!) 그렇지 않다면, 340방 이상으로 스펙을 올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잠깐, 이러면 더 이상 초보가 아닌데. 정말 난이도 하향 패치를 기도해야하는 걸까요. 엘멘.

한편 아토락시온은 이번 '바아마키아' 외에도 해저, 협곡, 숲의 3가지 테마가 더 나올 예정입니다. 이 테마가 모두 나오고 나면 드디어 설산 지역도 나오지 않을까요? 현재 아토락시온의 지도상 위치가 설산으로 찍히는 데다가, 스토리 상으로 아토락시온은 설산의 신성한 불꽃 이닉스와 관련이 크기 때문입니다. 신규 대륙이 서서히 다가오는 냄새가 나네요. 눈꽃에도 냄새가 있다면 말이죠.


▲ 아토락시온의 위치. 미구현된 설산 지역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