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뭐라고?” 아빠는 말을 더듬었어. 손안에서 종이 봉지 소리가 났지.



“제가 아빠 사업을 하면 더 잘할 거 같으냐고 물으셨잖아요. 네, 제가 더 잘해요. 내일 아침이면 베조크의 돈에 손을 댈 수 있을 테고, 그건 시작일 뿐이죠. 하지만 일단 제게 모든 걸 양도해 주셔야 해요.”



아빤 오랫동안 말이 없었어. 그 침묵을 틈타 난 몇 문장을 더 썼지.



“넌 정말 엄마를 닮았구나.” 마침내 아빠가 말했어. “좋다, 일주일을 주마. 다이너마이트를 더 살 만큼 이윤을 남기지 못하면 그만두는 거다. 알았지? ”



그래, 그분은 내가 실패를 경험하고 귀중한 교훈을 얻으리라 생각했지. 어쨌든 아빤 내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새로 사온 과자를 놓고 떠나셨어. 세 번째 초안을 작성할 때까지 난 과자에 손도 대지 않았고, 이 일을 잊지 않도록 앞으로도 그 과자를 그대로 남겨두겠다고 결심했지. 사실 지금도 가지고 있어.



☞ 공식 홈페이지 아제로스의 지도자들 : 무역왕의 무역 비결 바로가기




작가의 변




안녕하신가, 친구. 난 무역왕 갤리윅스라고. 자네가 이 책을 손에 쥐고 있는 이유는 나처럼 되고 싶어서겠지. 누가 안 그러겠나? 살아 있는 고블린 중에 나보다 더 힘 있고 위험한 자는 없지. 난 성공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알려줄 수 있어.



하지만 먼저, 법률에 의거해 경고를 하나 하고 싶군.



이 책을 사지도 않았으면서 읽고 있다면, 그건 도둑질이야. 좀 살펴보는 건 아무한테도 피해를 안 준다고 생각하지? 소비자로서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지? 잘못 생각하는 거야. 잘못 생각하는 거라고! 바로 자네 같은 무임승차자들 때문에 작년에 내 수익률이 낮아져서, 저택을 증축해 과자로 만든 가구를 놓으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됐지. 덕분에 케이크로 만든 베개와 초콜릿 소파 대신에 비단으로 만든 가구를 들여놔야만 했다고. 비단 먹어본 적 있나? 비단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아나? 바로 벌레 주둥이에서 나오지! 자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네. 내 책을 사라고. 그러지 않으면 자네 같은 가증스러운 도적놈은 내가 보낸 성질 더러운 암살자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될 테니까.



뭐, 내 말 못 믿겠나? 우리 만난 적 있나? 단순히 협박만으로는 무역왕이 될 수 없다고. 이 자리가 볼 발그레한 인간 녀석들의 안락한 왕 자리처럼 세습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지금도 서른두 명이나 되는 비밀요원이 자네가 신경질적으로 입술을 핥는 걸 보고 있다고. 내 말을 믿는 게 좋을 거야, 친구.



쓸데없이 두리번거리지 마. 그런다고 요원들을 볼 순 없으니까. 내 시간을 낭비하고 자네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는 짓은 그만 하지. 내 인생 얘기를 보는 데 이천 골드면 싼 거야. 그리고 만약 책을 사지 않고 다음 문장을 읽는다면, 내 제국의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 자넬 파멸시키고 말겠어. 내 말 알아들었나?



좋아. 이제, 외판원한테 망할 책값을 치르라고.



끝났나? 확실한가? 아주 좋아. 뭐, 내 책을 사 줘서 고맙다, 멍청아. 무역왕이 되고 싶나? 난 주먹에 내 얼굴이 그려진 지옥절단기 군대를 갖고 싶은데, 불타는 군단과 협상이 잘 안 되더군. 우리 둘 다 갖고 싶은 걸 가질 수 없을 거란 얘기지.



왜 자네가 무역왕이 될 수 없느냐고? 왜냐하면 자네보다 나은 고블린들이 이미 무역왕 자리를 다 꿰찼으니까. 자넨 아직 준비가 안 됐어.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고. 자넬 도와줄 고블린을 제대로 찾아왔으니까.



나에 대한 유언비어를 좀 들었을지도 모르겠군. “갤리윅스는 폭탄을 터트리고, 배신하고, 혹은 자기가 아는 모든 이를 팔아넘겨서 무역왕이 됐다. 카자로 산이 분화했을 때 배를 가진 이는 오로지 갤리윅스뿐이었는데, 목숨 값치고는 아주 아주 싼 가격으로 피난민들을 태워 줬다. 그리고는 빛나는 고블린 귀족 가문의 일원들을 소시지처럼 짐칸에 쑤셔 넣고 노예로 팔아먹으려고 했다. 저 괴물 같은 갤리윅스는 수억 마카롱에 눈이 멀어 자기 동족 전부를 배신했다.”



끔찍한 얘기지, 응?



그거 아나? 전부 사실이라고. 내가 뭐 하러 거짓말을 하겠나?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일을 숨기는 취미는 없다고. 세상이 내일 둘로 쪼개진다면 난 어둠의 문을 사다가 요금소를 박아 놓고, 거길 통과하는 피난민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고 손가락에서 반지를 벗겨 내고 샌드위치 한 조각까지 빼앗은 다음, 나그란드 상공에 내 로켓 궁전을 지어준다는 계약서에 서명을 시킬 거야. 이게 고블린의 방식이지! 수요와 공급! 거래하기 싫으면 말라고!



하지만, 이봐, 자넨 책값을 치렀으니 내 이걸 알려주지. 이 하찮은 행성에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위대한 무역왕의 세 가지 비결 말이야. 얘기해주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사실 책을 훌훌 넘겨 보면 알겠지만 뒤의 300쪽은 옛날 신문이랑 생선 요리법 따위로 채워져 있지.



미안하다고, 친구. 환불은 안 돼.






비결 1: 누구에게도 과자를 빼앗기지 마라




열 살이 되던 날, 난 아빠가 하던 땜장이 일, 그리고 지역 범죄 조직을 물려받았지. 블러드 엘프에게 거울 팔기보다 쉬웠어. 잘 읽으라고…



내 생일날도 다른 아침과 똑같이 시작됐어… 아빠가 날 거의 죽일 뻔했지.



그럴 의도가 있으셨던 건 아니야. 사실, 그게 바로 우리 아빠의 문제였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일이 흘러간 적이 없다는 거. 폭발물을 다루는 이에겐 심각한 문제라고. 아빠가 구할 수 있었던 유일한 상점은 무역왕 말디의 세금 징수원들조차 안전하지 못한 노역마을 빈민가에서도 깊숙한 곳에 있었어. 제일 마지막으로 거길 방문한 징수원 녀석은 홀라당 사기를 당당하고, 기습 공격을 받고, 욕도 실컷 얻어먹고, 화약통에 꽁꽁 묶여서 입에 정중한 거절 편지를 문 채로 그 늙은 말디에게 돌아갔지.



우리 아빠는 세금을 안 낸다는 게 부가적인 이득이라고 생각했어. 난 그 진흙탕 거리와 방사능 폐기물을 보았지. 심지어 쥐들도 거길 떠나고 있었어. 그런데 우리 아빤 세상을 뒤흔들 놀라운 발명품으로 가게를 크게 키울 꿈을 꿨다고. 아빠가 우리 둘을 날려 버리는 건 시간문제였고, 그래서 난 도망쳐서 엄마처럼 해적이 되겠다고 전날 밤에 이미 결심한 상태였지.



난 밤새 짐을 싸고 계획을 세웠어. 돈이라곤 찢어진 부츠에 넣은 오 마카롱이 전부였지만, 그것도 꽤 든든하게 느껴지더군. 아빠는 동틀 때쯤 일어나서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가게를 들쑤시기 시작했어. 그분의 연구 개발 과정엔 세 단계가 있지. 근거 없는 낙관, 근심 걱정, 그리고는 공황 상태. 세 번째 단계가 되면 손가락 개수가 좀 모자라게 되거나 피부 대부분을 잃을 수도 있어. 내가 짐을 다 꾸리고 곰팡내 나는 매트리스 아래 쑤셔 넣었을 때 아빤 2.9단계쯤에 있었지.



“제발 좀,” 종잇장 두 장만큼이나 얇은 벽 너머에서 아빠가 중얼거렸어. “조금만 더 팽팽하게… 더… 헉. 이런. 안 돼. 안 돼! 멈춰! 얘야! 어서 일어나서 피해!”



내가 지겨워하며 납선을 집어넣은 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 주황색 털에 기계 얼굴을 한 곰 인형이 벽을 뚫고 꽂히더군. 녀석은 나와 눈이 마주치고, 끔찍한 쇳소리를 내더니 폭발했지. 사방으로 회오리바람을 날려 보내면서 말이야.



우중충한 집안에 발걸음 소리를 쿵쿵 울리면서 아빠가 내 방에 불쑥 나타났어. 노크 따윈 없었지. 급해서 노크를 안 한 건 아니야. 전달에 방문이 네이팜에 녹아 버렸었거든.



“얘야, 너 괜찮니? 그거 봤지? 완벽한 실험이었어! 수평 분사, 목표물 획득, 자이로 회전, 폭발! 조합에선 초소형 폭탄을 운항 장치에 사용하고 로켓 연료를 추진기에 사용하면 동네를 녹여버릴 수도 있다고 했지만, 우리가 방금…”



난 납선이 잘게 조각나 절그럭거리는 베개를 바닥에 집어던졌지.



“아까 그게 첫 작품이죠, 그렇죠? ”



“어, 그래. 하지만…”



“그리고 설계도는…?” 난 물었지. 아빠가 대답하도록 끝을 흐리면서 말이야. 난 아빨 다루는 데 익숙했지.



“기계닭이 훔쳐갔어.”



신선한 대답이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논점을 벗어나게 할 순 없었어.



“그럼 다시 만들 순 없겠네요. 그렇죠? ”



아버진 맞받아치려고 입을 벌렸지. 그러더니 경악해서 눈이 커졌어. 난 끄덕였지. 아침 일과가 끝난 거야. 이젠 아침을 챙겨 먹고 길을 나설 시간이었어.



“그건 문제가 안 된다, 얘야. 난 이제 원리를 깨달았어. 사랑스러운 장난감 안에 든 폭탄은 아무도 개척하지 않은 새로운 시장이라고. 우린 부자가 될 거야!”



“아빠, 우리가 가난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은 아빠가 우리 둘 다 날려버리는 거예요.” 내가 되받아쳤지.



“너무하구나, 재스터. 그냥 시간문제라니까.”



“그거 아세요? 시간문제 맞아요. 우린 언젠가 아빠 때문에 죽고 말 거예요. 전 아빠를 믿어요.”



“이 녀석! 자기 부모가 땜장이이길 바라는 고블린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너만 한 나이였을 땐 종종 그런 꿈을…”



“정말요, 아빠? 또 그 얘기 하시려고요?”



“부모님께서 하수구에서 삽질하는 걸 관두고 뭔가 날려버리는 일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꿈 말이지. 네가 폭발물을 두려워할 때마다 걱정스럽구나. 고블린답지 않아.”



“아니요! 고블린답지 않은 게 뭔지 아세요? 애가 있으면서 그 애한테 “나가 놀아”라고 하는 거라고요. 문제가 뭔지 아세요? 놀 사람이 없다고요! 젤키는 온종일 도화선을 꼬아야 하지요. 드루즈는 시멘트를 섞으려고 새벽부터 일어나고요. 아빠가 저한테 일을 시키지 않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지 아세요?”



아빠는 두 손을 들어 올리더니 다시 가게로 통하는 짧은 복도를 내려갔지.



“이건 어떠냐,” 아빠는 외쳤어. “사업은 내게 맡겨 두는 게 어떻겠니? 난 오늘 생일을 맞은 아이 중 여길 지나갈 첫 번째 아이를 위해 설탕봉지 빵집에서 만든 과자를 남겨둘 테니.”



“사업을 하시려거든 가끔은 뭔가 팔기도 하셔야 할 텐데요!” 내가 뒤따라 소리쳤지만 진심은 아니었어. 설탕봉지 빵집의 과자라니! 여행 간식이로군!



“너라면 더 잘할 것 같니?” 아빠가 가게에서 말했지. “언제든 원할 때 시도해 보… 아, 안녕하세요.”



손님이 온 모양이더군. 내 여행에 좋은 징조 같았어. 아빠네 가게에 손님이 드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면, 케잔을 빠져나가는 배 찾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겠어? 젠장, 어쩌면 길들인 상어를 타고 컵케이크와 백금으로 만들어진 마법의 섬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난 과자를 가지러 쿵쿵거리며 내려갔어.



설탕봉지 빵집은 이제 없어졌지. 오크가 아제로스에 넘어오기 몇 년 전 얘긴데, 그 모퉁이 빵집이 2차 무역 전쟁 때 폭격을 좀 당하고, 4차 무역 전쟁 때 심하게 폭격당하고, 평화 전쟁 때 완전히 무너져 버렸거든. 몇 달 동안 온 동네에 녹인 설탕 냄새와 시체 냄새가 진동했다니까. 하지만 중요한 건 이거야. 설탕봉지 빵집에서 만든 과자를 먹어본 적이 없다면, 진짜 과자를 먹어본 적이 없는 거라고. 아무렴.



과자는 두 손으로 들 만큼 크고 가장자리가 살짝 갈색으로 구워져 있었지. 과자에 박힌 초콜릿 조각은 오우거 주먹만 했어. 계피와 굵은 설탕이 살짝 뿌려져 있었지. 그리고 난 그 과자를 일 년에 한 개만 먹을 수 있었어.



난 복도 끝에서 꼼짝 않고 있다가 그늘에 살짝 몸을 숨겼어. 바보 같은 생각을 한 거야. 손님이 올 리가 없지. 스케조가 패거리를 몰고 와서 또 우리 아빠를 협박하고 있었어.



노역마을에서는 범죄자도 파산 지경이었고, 코퍼 거리단도 예외는 아니었지. 아직도 그 멍청한 스케조의 가짜 금귀걸이와 냄새나는 누더기 옷이 생생하군. 그놈이 한 일 중에 가치 있는 거라곤 나랑 붙은 것뿐이지.



스케조가 우리 아빠를 다리 하나가 반쯤 부러진 작업 의자 쪽으로 밀쳤지. 반대쪽 끝에서는 내 과자가 우리 집에 남은 유일한 접시 위에서 불안하게 흔들렸어. 난 작게 숨을 들이마셨지. 그렇게 자랑스럽진 않지만, 그래야만 한다면 바닥에 떨어진 과자라도 주워 먹었을 거야. 자네라도 그랬을걸. 내 말 믿으라고.



“널 어떻게 하면 좋을까, 루직?” 스케조가 말했지. “ 돈을 제때 치르지도 않고, 제대로 치르지도 않으니 말이야. 룸포더러 내일 와서 여길 날려버리라고 하긴 싫은데…” 다이너마이트 한 묶음 외에 값나가는 걸 하나도 발견하지 못하자 스케조는 말끝을 흐리더군. 자네도 지금까지 들어서 알겠지만, 곧 폭발할 다이너마이트 말이지.



“저어, 죄송합니다.” 아빠가 말했지. “사정이 좋질 않아서요. 일용품이나 겨우 마련하는 형편이란 말입니다!”



“그러면서 군것질거리는 사나 보네.” 스케조가 말했지. 아빠 너머로 손을 뻗어서…



내.



과자를.



낚아채면서.



“오늘 밤까지 빚을 전부 갚아.” 입안에 과자를 쑤셔 넣으며 스케조가 말했어. 기름투성이 옷깃 위로 귀중한 과자 부스러기가 우수수 떨어져 내리더군. “안 그러면 이놈의 가게를 홀랑 불태우고 불 피워준 값을 청구할 테니.”



놈은 문간에 서 있는 날 발견하고 눈을 찡긋하더니 뻐기면서 나가더군. 남은 과자를 가는 길에 뱉어내면서 말이야.



그렇게 된 거야. 과자만 아니었다면 난 달아나서 하찮은 남쪽 바다 해적왕이나 되었겠지. 그러면 세상은 지금과 매우 달랐을 테고.



난 비틀비틀 가게 안으로 들어섰지. 아빠가 내게 뭐라고 말하고 있었어. 하지만 귓가에서 울리는 내 심장 소리 때문에 아무것도 들리지가 않더군.



원한다면 케잔을 떠날 수도 있었겠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어. 우리 아빠는 천박한 양아치 놈들이 자기 걸 빼앗아 가게 그냥 뒀어. 난 그놈들이 내 과자를 집어가는 걸 보고만 있었어. 그게 문제였지. 그게 우리가 가난한 이유였다고. 그래, 스케조한텐 똘마니들이 있지. 그래, 무기도 있고 쪽수도 많다고. 하지만 내 머릿속에선 뭔가가 놀 오두막을 공격하는 비행선 함대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었어. 전선, 날카로운 날들과 기름칠한 부품들. 그게 아빠의 사업이었지. 그게 내 사업이었다고. 그 과자는 내 거였어. 스케조 녀석이 내 것을 탐내는 건 괜찮아. 하지만 그 누구도, 무슨 짓을 해도 내 것을 빼앗지는 못해.



10분 후에 난 스케조가 부리는 사채업자 중 하나와 마을을 가로지르고 있었지. 여송연 연기와 히죽거리는 건달들에게 둘러싸여서 말이야.



“하나만 확실히 하자.” 업자 녀석이 낄낄거리면서 말했어. “네놈이 두목한테 빚을 졌는데, 그걸 갚으려고 두목한테 돈을 빌리고 싶다고?”



“그래.” 난 말했어.



“이자는?” 업자가 말하더군. 내 면전에서 웃음을 터트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입술이 떨리고 있었어.



“그쪽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대로.” 내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대답했어.



“좋다, 약골.” 업자가 현금을 세며 말했지. “하지만 너희 아버지가 곤경에 빠진 이유를 알 것 같군. 너희 가족에겐 대대로 사업 감각이라는 게 전혀 없는 모양이야.”



새로 나온 건파우더 걸즈 달력보다도 고블린 사회에 더 빨리 퍼지는 게 있다면 바로 대중 앞에서 누군가 모욕당하는 일이 생길 가능성이지. 그날 밤 스케조가 사채업자 놈들을 비롯해 패거리를 전부 이끌고 돌아왔어. 온 코퍼 거리의 문이 활짝 열리고, 착한 우리 이웃들은 땜장이와 그의 멍청한 아들이 마지막 한 푼까지 빼앗기고 마을 밖으로 쫓겨나는 걸 구경하려고 문간에 기대 있었지. 아빠만 없었어. 과자를 하나 더 사러 갔었던 거야. 그분다운 행동이지. 선량하지만 문제가 뭔지 전혀 모르는. 이건 이미 과자를 떠난 문제였다고.



스케조와 패거리가 못생긴 화살표 같은 대형으로 내 앞에 섰어.



“돈은 준비했겠지, 꼬마야?” 그가 말했지. 스케조의 똘마니들이 내가 진짜 이런 짓을 할 멍청이인지 보고 싶어서 놈의 어깨너머로 몸을 기웃거리더군.



“이자도 함께.” 내가 대답했어.



스케조는 내 손아귀에서 가방을 낚아채고 머리를 토닥이더니 패거리와 함께 느긋하게 거리로 내려갔지. 그래. 심지어 돈을 세보지도 않았어. 그런 놈이 어떻게 소시지 가판대보다 더 복잡한 사업을 꾸릴 수 있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단 말이지.



“좋은 거래였다, 꼬마야.” 스케조는 어깨너머로 말했어. “룸포, 가방 좀 들어. 환장하게 무겁군.”



“다이너마이트 때문일 거야.” 내가 친절하게 말했지.



카메라가 발명된 건 몇 년 후였지만, 아직도 그때의 사진이 갖고 싶어 죽을 지경이야. 스케조와 그 일당이 입을 딱 벌리고 날 쳐다보고, 현금 아래 숨겨 뒀던 폭탄이 터지는 그 순간 말이지.



연기가 걷히자 깡패단은 흔적도 없었지. 동시에 얼빠진 이웃들이 연기 나는 구덩이를 바라보고, 다시 나를 바라보는 괴상한 장면이 연출됐고 말이야.



난 미소 짓고 하늘을 가리켰지. 수백 개의 눈동자가 내가 시키는 대로 위를 쳐다봤어.



스케조와 똘마니들, 그리고 불붙은 그의 돈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지.



난 길을 건너 벽돌장이 베조크에게로 갔어. 이웃들의 함성에 발걸음이 가벼워지더군. 그래, 이자와 다이너마이트를 마련하느라 아빠의 남은 돈을 모두 써버렸지만, 그 사백 마카롱은 주말이면 하찮은 잔돈에 불과하게 될 터였어.



“우와, 우와!” 베조크가 말했지. 비뚤어진 대문과 지저분한 골목길에서 쏟아져 나온 고블린들이 멀쩡한 마카롱을 찾겠다고 세상에서 제일 구역질 나는 보물찾기에 뛰어드는 와중에 말이야. “제대로 맛을 보여줬구나, 꼬마야! 우린 자유야!”



“오래가진 않을 걸요.” 불붙은 양말을 가볍게 피하며 난 말했지. “빈 구역이잖아요. 스케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다른 깡패 조직이 들어올 겁니다. 방어 조직을 만들어야 해요. 교역로를 확보하고 지키는.”



“그래!” 베조크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지. “좋은 생각이야! 어쩌면 우리도 언젠가…”



“아니요.” 내가 말했지. “계약서를 준비해 둘 테니 내일 아침에 오세요. 생산 쪽은 계속 관리하셔도 됩니다. 아셨죠? 지루한 사업은 제가 대신해 드리죠.”



“어?” 베조크가 눈을 깜박이며 말했어. 그는 불붙은 마카롱이 구름이 되어 자기 오두막 지붕 쪽으로 천천히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있었지. “잠깐, 네가 내 사업을 운영한다고? 잘 들어라, 꼬마야… ”



“펑.” 난 말했어.



“펑?” 베조크가 움찔하며 말했지.



“펑.”



“‘펑’이라니, 무슨 뜻이냐?”



“그냥 ‘펑’이라는 말이 좋아서요.” 난 오직 어린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평온하지만 어딘가 오싹하게 말했지. “저기요, 그냥 내일 오세요. 아저씨가 돈을 얼마나 많이 벌고 있는지 깨달을 때쯤 제 사업 얘기가 무슨 말이었는지 아시게 될 거예요.”



베조크는 겁쟁이가 아니었어. 하지만 청구서를 지불하는 데 곤란을 겪고 있었지.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언제나 빠르게 마카롱을 벌 수 있는 의외의 방법을 찾는 법이거든.



“뭐, 좋다, 꼬마야. 안 될 거 있겠어? 내가 원하면 발 빼도 되는 거다, 그렇지? ”



“물론이죠. 계약서에 그 부분을 덧붙여 두겠습니다.” 난 말했어. 그가 할 일은 사업 쪽에서 손 떼고, 매년 내게 사업 관리비를 내고, 일주일에 세 번씩 곰 옷을 입은 채로 곧 출시될 아빠의 폭발하는 장난감을 광고하는 것뿐이었지.



베조크는 마카롱 더미가 불타는 지붕 위로 올라가려고 사다리를 끌어냈고, 난 으스대며 집으로 돌아갔지. 아빠가 돌아왔을 때, 난 안경 쓴 모기도 볼 수 없을 만큼 작은 글씨로 내 첫 번째 계약서를 쓰는 일에 열중해 있었어. 계약서에 서명할 불쌍한 바보를 속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기 적힌 깨알 같은 글씨가 변호사 10명이 살펴보고, 법정 조사에 사용되고, 단어별로 나눌 수 있고, 적당한 환경만 갖춰지면 폭발하는 용도라기보단 그냥 서명 전에 살펴볼 용도라고 믿는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계약서 쓰기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아빠가 발을 질질 끌며 들어와서는 목을 가다듬었어.



“제가 더 잘할 수 있어요.” 난 아빠가 입을 열기 전에 말했지. 폭탄 얘기를 들었는지 확인하려고 아빠 얼굴을 볼 필요도 없었어.



“뭐… 뭐라고?” 아빠는 말을 더듬었어. 손안에서 종이 봉지 소리가 났지.



“제가 아빠 사업을 하면 더 잘할 거 같으냐고 물으셨잖아요. 네, 제가 더 잘해요. 내일 아침이면 베조크의 돈에 손을 댈 수 있을 테고, 그건 시작일 뿐이죠. 하지만 일단 제게 모든 걸 양도해 주셔야 해요.”



아빤 오랫동안 말이 없었어. 그 침묵을 틈타 난 몇 문장을 더 썼지.



“넌 정말 엄마를 닮았구나.” 마침내 아빠가 말했어. “좋다, 일주일을 주마. 다이너마이트를 더 살 만큼 이윤을 남기지 못하면 그만두는 거다. 알았지? ”



그래, 그분은 내가 실패를 경험하고 귀중한 교훈을 얻으리라 생각했지. 어쨌든 아빤 내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새로 사온 과자를 놓고 떠나셨어. 세 번째 초안을 작성할 때까지 난 과자에 손도 대지 않았고, 이 일을 잊지 않도록 앞으로도 그 과자를 그대로 남겨두겠다고 결심했지. 사실 지금도 가지고 있어.



아빠가 정한 기한이 다가올 즈음에는 그 구역의 절반 정도 되는 사업체가 내가 설립한 코퍼 거리 복합기업에 들어온 상태였지. 그때쯤에 난 이사를 했지만, 아빠에게 다이너마이트 세 상자와 폭파 작업용 특수복, 상여금을 좀 보냈어.



그래, 자네 말이 맞아. 좀 감상적이었지. 하지만 기억하라고. 난 겨우 열 살이었고, 천재였어. 자네가 가르작 오트버너의 건강식품 회사 근처에 널린 독성 기름 덩어리에서 수영하다가 스클라츠나 걸리고 다닐 무렵, 난 처음으로 백만 마카롱을 벌었지.



게다가, 어쨌든 그분은 우리 아빠였다고. 그리고 난 내 것을 잘 챙기지.






비결 2: 세상엔 무자비한 자와 무능한 자가 있다. 중간은 없다.




몇 년이 흘렀지. 내가 넘겨받거나, 새로 시작하거나, 팔아 넘기거나, 몰락시킨 사업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고. 난 이겼어. 그게 다야.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었지.



운이 좋아서가 아니야. 아니고말고. 운 따위는 없어. 실패자나 운을 찾는 법이지. 자네가 과감하고, 신속하고, 강하게 움직여 세상에 자기 자리를 마련하면, 다른 모두가 그 성공의 일부가 되고 싶어서 꼬리를 흔들며 자네가 원하는 걸 모두 갖다 바친다고.



뭐, 모두가 아니라 대부분이라고 해야겠군. 가끔은 대단한 놈을 만나기도 하지. 그런 놈들은 자네를 투자개발회사 벌목장에 있는 귀한 나무 베듯 찍어 버린다고. 자네가 먼저 놈들에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말이야.



2차 대전쟁 때, 난 케잔의 떠오르는 별이었지. 코퍼 거리 복합기업의 회장, 땜장이 조합의 자문, 무역 협회의 거물이자 빌지워터 무역회사에서 두 번째로 부자였거든. 무역왕 말디는 잠재적인 경쟁자를 만나보기로 작정하고, 저택에서 열리는 딸의 생일 파티에 날 초대했지.



그 늙은 고블린은 해적선 위의 비누만큼이나 유명한 존재였어. 무역왕 스팀휘들이 호드와 독점 계약을 맺어 큰돈을 번다는 소문이 있었지. 그리고 말디는 호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그다음엔 우리가 얼라이언스의 표적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무역을 심하게 단속했지. 재정적 고립 상태가 닥쳤을 때 빌지워터가 굳건히 버티면서 다른 회사들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도록 물품과 자금을 충분히 보유할 셈이었어.



신중한 움직임이지만, 문제는 이거야. 자네를 비롯해 평범한 고블린들은 신중함을 좋아하지 않아. 신중함은 지루하지. 빌지워터의 금융업자와 거물들은 말디의 자리에 더 젊고 공격적인 무역왕이 앉기를 바랐어. 그게 누구일지 맞춰 보라고.



그날 밤을 위해 난 6개월이나 음모를 꾸몄지. 말디가 초대장을 보내기 한참 전부터 말이야. 모든 측면을 검토하고, 필요한 이에게 모조리 뇌물을 먹였어. 심지어 다른 무역왕들조차, 경험이 부족한 경쟁자가 생기는 게 마음에 들어서라도 몰래 계획을 승인했지. 성공은 당연한 거였어. 동이 틀 때쯤이면 난 새로운 무역왕이 되어 있을 터였지.



난 말디의 저택으로 향하는 길을 걸어 올라갔어. 개인 비서인 디씨 스틸택이 날 쫓아 뛰어 올라왔지. 몇 년 후에 그녀를 해고해야만 했어. 암살자에게 수영장에서 날 없애라고 의뢰해서 말이야. 대단한 여자였어.



“제가… 말디의 책상을 뒤졌는데요,” 디씨가 헐떡거리며 말했어. “말디가… 열쇠를 매 조각상 아래에 숨겨 놨더라고요. 문서를 하나 발견했는데… 다른 무역왕들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적혀 있었어요.”



“잘했어.” 난 말했지. 그런 문서를 남의 눈에 띄게 하다니, 말디가 약해지고 있는 게 틀림없었어. “놈들이 뭘 하고 있나? 놈들을 상대하려면 우리도 놈들을 따라 해야 할 텐데.”



디씨는 종이를 마구 넘겼어.



“용병 군대를 만드는군요.”



“괜찮군. 선물 바구니에 금 채워서 남쪽바다 해적단에 보내라고. ”



“금속이요, 초콜릿이요?”



“초콜릿. 그 치들은 어차피 안에 든 걸 깨물어볼 테니까. 먹을 수 있는 걸 주는 게 낫지. 다른 건?”



“향수요.”



“향수?”



“무역왕 도네이스가 향수에 푹 빠져 있는데요.”



“좋아. 자네가 시간 낭비 않도록 도와주지. 그 목록에 있는 것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고? 나 대신 처리할 자를 구해. 이제 가보라고. 난 파티에 참석해야 하니까.”



디씨는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떠났지. 저택을 세 걸음쯤 앞뒀을 때, 땜장이 조합 이사인 리들복스가 수풀에서 불쑥 튀어나오더군.



“계획은 잊지 않았겠지?” 그가 속삭였어.



“그 계획을 세운 사람은 접니다.” 이를 갈지 않으려고 애쓰며 내가 대답했지. 난 무역왕 말디의 큰 약점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웠었어. 바로 그 작자가 실제로 자기 딸을 사랑한단 거지. 무역왕은 가족이나 친구를 가까이할 수 없어. “친지"와 “천치"라는 단어가 비슷해 보이는 덴 다 이유가 있다고. 우리 아빠는 물론 예외였지. 품은 야망이래 봤자 젖은 나무토막 수준의 위인이었으니까. 게다가 날 협박하려고 아빠를 납치하는 놈은 고블린을 대포 안에 쑤셔 넣고 케잔에서 무법항으로 쏘아 보내도 멀쩡한지 직접 알아보게 될걸.



“일을 망치지 말라고, 갤리윅스.” 다시 수풀 속으로 기어들어가며 리들복스가 말했어. “그리고 헛된 망상은 품지 마. 일이 잘돼서 무역왕으로 불리게 되더라도, 넌 우릴 위해 일하는 거다. 알아들었지?”



“물론이죠, 이사님.” 네 꿈속에서나 말이다, 멍청한 자식.



무도장 가장자리에 서 있던 경비병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가라고 손짓하더군. 무역왕 말디의 경호원들을 내가 고용한 용병으로 몽땅 교체하는 데 두 달이 걸렸었지. 난 여유롭게 지나갔어.



자네가 파티장에 들어오자마자 모든 사람이 돌아보며 환호하는 상황 겪은 적 있나? 없다고? 추천하고 싶은 경험인데. 백 명쯤 되는 고블린이 나와 눈을 마주치고 마실 걸 건네주려고 야단법석이었지. 난 그들을 무시하고, 옆을 지나가던 쟁반에서 마크루라 과자나 한 움큼 집어들었지. 할 일이 있었으니까.



그전엔 한 번도 무역왕의 딸 네사를 본 적이 없었어. 조사원이 네사가 생일 파티를 위해 푸른색 드레스와 잠자리 모양의 다이아몬드 머리핀을 샀다고 보고했었지. 그리고는 그녀가 “끝내준다"고 덧붙였어. 난 당연히 그자를 해고했지. 하지만 파티장에서 네사를 직접 보니, 살다 살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더군.



예쁜 걸로 초과 수당을 받겠다 싶을 만큼 아름답더라고. 피부색은 깊은 녹색 바다 같았고 눈동자는 한밤중의 에메랄드 광산처럼 검었지. 돌돌 감은 머리카락에서 나는 광채는 다이아몬드 핀이 싸구려처럼 보일 정도였어.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잡아끄는 것처럼 난 인파를 헤치고 그녀에게 다가갔어. 멈출 수가 없었지. 내가 이성을 찾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원래 계획안은 내가 그녀를 파티장에서 멀리 데려가서 유괴 부대의 손에 넘겨주는 거였거든. 말디가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하도록 말이야.



“춤추시겠습니까?” 계획 따위 내팽개치고 내가 말했지.



“왜 안 되겠어요?” 네사가 대답하더군. 내가 다가오는 걸 계속 보고 있었구나 하는 느낌이 왔어. 끝내주는군. “여기 난딜스 때문에 지겨워서 죽을 지경인걸요.”



난 충격을 받은 조그만 은행 직원에게서 그녀를 빼내 빙글빙글 돌며 무도장 중앙으로 갔어. 춤을 추며 이야기를 나눴지만, 무슨 얘길 했는지 알려줄 생각은 없군. 난 술에 취한 기분이었어. 내 야망이 위험에 빠진 상태였지. 네사의 아버지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면 그녀를 영영 놓칠 텐데, 믿을 수 없겠지만 가까이서 보니까 한층 더 아름답더라고. 침착하게 대처해야만 했어.



“결혼해 주십시오.” 난 불쑥 내뱉었어.



그녀가 코웃음을 치고 말하더군. “전 당신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는걸요, 갤리윅스 씨.”



“알려 드릴 수 있습니다.” 난 말했지. “저는…”



“거대한 코퍼 거리 복합기업의 회장, 땜장이 조합의 자문, 무역 협회의 거물이자 빌지워터 무역회사에서 두 번째로 부자이시죠.” 그녀는 살짝 미소를 띠고 말을 맺었어.



나에 대한 기사를 읽었던 거야!



“하지만 당신과 결혼할 수는 없어요.” 그녀는 계속했지. “네, 당신이 몇 번 매우 운이 좋긴 했죠. 하지만 전 무자비한 고블린이 좋아요. 위험을 감수할 줄 아는.”



난 잠시 할 말을 잊었지. 하지만 할 말이 없는 데 익숙한 고블린이 아니라서 곧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왔어.



난 그녀에게 내 소싯적 얘기를 해줬지. 병원에 난 불가사의한 화재나 고아 착취에 대한 신문 기사를 그녀의 눈앞에 흔들어댔어. 진짜 시체가 어디에 묻혀 있는지도 알려 줬고. 그다음부턴 정말로 끔찍한 얘기가 이어졌지.



네사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들었어. 가끔 미소를 지었지.



얘기를 끝냈을 때,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어. “괜찮은 시작인 것 같네요.”



정말 대단한 여자잖아? 그때까진 계획의 두 번째 안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아니, 정말이라고. 하여튼 갑자기 네사를 가지려면 그 방법이 정답이라는 확신이 드는 거야. 그녀는 정말로 무자비한 고블린을 원하고 있었어. 난 말 그대로 그녀의 축복을 받은 거라고!



문득 어깨 위에 지팡이가 놓일 때까지 난 등 뒤에서 벌어진 소란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어. 뒤를 돌아봤더니… 이런.



“아, 내 딸을 독차지하고 있던 게 자네였군, 젊은 갤리윅스.” 무역왕 말디가 두꺼운 지팡이에 기대며 말했지. 손에 굵은 금반지를 무겁다 싶을 만큼 잔뜩 끼고 있었는데, 칼 손잡이처럼 생긴 지팡이 위에서 그 손이 수상하게 쥐락펴락하더군.



파티장에 침묵이 내려앉았어. 거기 있는 고블린들도 상류층에서 벌어지는 암투를 수도 없이 봤으니, 무슨 일인가 벌어지리란 건 알고 있었거든. “드디어 만나게 되어 기쁘군. 상품에서 손 떼게.”



“죄송합니다.” 난 네사에게서 떨어지며 말했지.



“고맙네. 내 경비 병력이 지난달에 자네의 위조품 제작 공장을 불태웠단 소식을 들었는데.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진 않았으면 좋겠군. 그저 사업일 뿐이니.”



““그저’라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난 미소 지으며 대답했지. “사과라도 하시는 것처럼 들립니다.”



말디의 주름진 얼굴이 펴지며 굳은 미소가 크게 번지더군. “자네가 마음에 들 줄 알았지.” 그는 말했어. “내 딸의 파티가 마음에 드나? ”



“따님의 파티요?” 난 말하며 경비병에게 신호를 보냈지. “더는 아닙니다. 이젠 제 파티니까요.”



“뭐라고?” 말디가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지.



“오늘 해가 짐과 동시에, 저는 백 개에 달하는 유령 회사와 자그마한 사업체들을 통해 무역 협회의 당신 지분 대부분을 소유하게 됩니다. 직접 확인하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이미 당신 직원들을 매수했으니 별로 믿을 만하진 못할 겁니다. 당신의 경비 병력도 제 겁니다. 이 집 아래의 땅도 제가 훔쳤고요. 당신은 제 가게 중 한 곳에서 손에 낀 그 반지들을 빌렸지요. 당신은 끝났습니다, 말디. 이제 그걸 모르는 고블린은 없습니다.”



어디선가 앵무새가 꽥꽥거렸어. 말디는 얼굴빛이 벌게졌다가 보랏빛이 돼서는 도움을 찾아 주위를 둘러봤지만, 내가 고용한 어깨들이 무리 지어 다가오는 모습밖에 볼 수 없었지. 난 두 손을 저어 그들을 뒤로 물렸어. 네사에게 깊은 인상을 주려면 이후도 나 혼자서 해결해야 했거든.



“내 화물…” 말디가 으르렁거렸어. “내 함대의 반이 지금 무기를 싣고 얼라이언스에게 가고 있다. 돈을 벌어 모든 것을 다시 사들이겠어.”



“그 얘길 해주셔서 기쁘군요.” 난 말하고 주머니에서 원격 조종기를 꺼내 들었지. “당신의 손님들을 위해 재미있는 쇼를 준비했습니다. 단추를 누르시지요.”



“안 돼!”



“아니, 놀라운 게 싫으십니까? 두려우십니까? 무역왕은 배짱이 두둑한 줄 알았는데요! 단추를 누르십시오, 말디!”



말디는 늙은 사자처럼 이를 드러내고 큰 빨간 단추를 눌렀어.



아래쪽 항구에서는 그의 무역 함대가 활활 타는 불덩이로 변했지. 완벽하게 배 이름 순서대로 말이야.



난 충격에 빠진 말디에게 윙크하고 손에서 지팡이를 낚아챘어. 조사원 덕분에 그 안에 칼이 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지. 난 칼을 뽑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네사 쪽을 겨눴어.



“자, 한 시간 안에 케잔에서 빠져나가지 않으면 난 네 딸을 찌르고 널 카자로 산에 거꾸로 처박을 작정이다.” 난 말디를 쏘아보며 말했어. 그러고는 네사 쪽을 돌아봤지. “이 정도면 무자비한가?”



하. 네사 얼굴이 어찌나 창백한지 피부 속까지 들여다보일 것 같더군.



“너무 심한가?” 난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지.



네사가 갑자기 칼 너머로 뛰쳐나오더니 내 뺨을 후려쳤어. 그러고는 제 아비의 어깨를 감싸고 숨죽인 고블린들 앞을 지나쳐 사라졌지.



난 칼을 떨어뜨리고 네 손가락을 편 채 두 손을 들어 올려, 완벽한 승리를 의미하는 전통적인 고블린 몸짓을 취했어. 손님들… 내 손님들은 인정한다는 표시로 소리 지르며 앞다투어 뛰쳐나와, 내 등을 두드리고 주머니에 명함과 함께 뇌물을 찔러넣었지. 난 그들 중 아무도 바라보지 않았어.



대신에, 난 네사가 아버지를 이끌고 저택을 빠져나와 언덕 아래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봤지.






비결 3: 은퇴 계획에 궁전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뭔가 잘못된 거다.




그게 20년도 더 된 일이군. 혹시 조금이라도 후회는 없는지 궁금하겠지. 그래. 난 평생의 사랑을 만난 지 10분 만에 추방하고, 장인어른이 될 수 없었던 고블린을 나중에 완벽하게 사고로 위장해서 해치웠지. 내가 아는 모든 이가 날 배신하려고 했어. 난 혼자야.



하! 그래. 오, 아니야. 끝없는 부와 권력이 내가 가진 모든 것이야! 참으로 비극이지! 위로금 보내라고.



그냥 말해주는 건데, 난 매년 네사에게 내가 부를 누리는 사진을 보내지. 그녀는 내게 폭탄이 든 평범한 상자를 보내고 말이야. 장거리 연애가 어렵다고 누가 그랬지?



몇 년 동안 작은 글씨를 많이 썼는지라 이젠 손에 금방 쥐가 나는군. 슬슬 책을 끝마쳐야겠어. 자넨 이제 내 비밀을 많이 알지만, 그렇다고 망상을 품지는 말라고. 날 이길 수는 없어. 내 앞에 덫이 놓였을 때도, 언제나 난 역으로 그 덫을 이용할 수 있었지. 심지어 이름을 말하고 싶지 않은 그 고블린이 짐승 같은 오크, 쓰랄을 이용해 날 없애려고 했을 때조차, 난 여전히 정상 자리를 지켰어.



정말이야. 내 새집 본 적 있나? 아즈샤라 산봉우리에 있는 궁전은? 거기서 보이는 바다 풍경은? 수류탄 골프 코스는? 비밀 저장고는? 수영장에서 노니는 관능적인 여인들은? 아니, 물론 본 적 없겠지. 내 사유지에 실패자가 들어오는 건 환영하지 않거든.



하지만 이봐, 내가 바보는 아니라고. 내가 영원히 살 수 없다는 걸 알아. 최근에 창밖 내다본 적 있나? 이 행성이 달걀껍데기처럼 부스러지고 있어. 내일이면 아즈샤라가 물에 잠길 수도 있지.



자네가 내 책을 사줬으니 우린 이제 친구야, 그렇지? 좋아. 그럴 리 없겠지만 자네가 혹시라도 나보다 오래 산다면, 고블린을 지배하기 위해 자네가 할 일은 단 하나야.



이기는 거지.



그게 핵심이야. 내가 남에게 자네 것을 내주지 말고, 무자비해지고, 들어앉아서 무자비하게 굴 수 있는 궁전을 손에 넣으라고 했지? 하지만 정말 나처럼 되고 싶다면 말이야, 젊은 친구, 자넨 세상 모든 것을 빼앗겠다고 생각해야 해. 그리고 무슨 짓을 해서든 그걸 손에 넣어야 하고.



자, 나가서 이겨. 친구와 가족을 속이고, 자넬 믿는 이들을 이용하고, 커다란 집을 하나 빼앗으라고. 큰돈을 벌어.



“하지만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죠, 무역왕 갤리윅스 님?” 좋은 질문이야, 친구. 안타깝게도 그건 다른 책이라고. 그리고 자네도 눈치챘겠지만, 난 공짜로 뭔가를 내주는 습관은 없어.



하나 얘기해주지. 일단 내 아방궁으로 자네 돈, 보석, 산해진미, 이국적인 동물을 계속 보내라고. 자네가 충분히 값을 치렀단 생각이 들면, 우편으로 “갤리윅스 방식으로 부자 되기”라는 책을 하나 부쳐주겠어. 그리고 그 책에는 생선 요리법 따위로 사기* 치지 않았다고 내 보장하지.



자네와 거래할 날을 고대하겠어,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