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새벽 사원에서 만난 룬의 이야기를 들은 리 리는 그의 식료품을 훔쳐간 호젠 도적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 시작한다. 다이로 농장으로 향한 리 리 앞에 벌어질 일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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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호젠을 잡는 방법


새벽의 골짜기를 지나 다이로 농장으로 향했다!

이 아름다운 땅은 유랑도의 곡창 지대다. 대도서관의 책에서 이곳 토양이 세상에서 가장 비옥하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다이로 농장은 긴 층층밭 근처의 작은 농촌으로, 호박이나 당근 등 맛있는 채소를 기르는 농경지가 넘친다.





어디를 둘러봐도 잘 익은 채소가 널려 있으니, 토깽처럼 성가신 녀석들이 많이 꼬이기도 한다. 그 털북숭이 악당은 지저분한 작은 손이 닿는 건 뭐든 먹어치우지만, 그중에서도 채소를 제일 좋아한다.

하지만 토깽은 농장의 골칫거리 중 하나에 불과하다. 다이로 농장으로 가는 동안 수레꾼 룬은 마을에 숨어들어 쌀과 채소를 훔치고 있는 호젠 도적 무리에 대해 말해주었다. 이 집요한 원숭이들은 평상시엔 섬의 북서쪽에 있는 페펑 마을에 살지만 가끔 이렇게 나타나 문제를 일으키곤 한단다.





오해는 하지 말자. 난 호젠을 좋아한다. 그들도 나름대로의 문화와 관습을 갖고 있다. 단지 귀엽게 봐줄 만한 장난을 좋아할 뿐이다. 대부분 도를 넘어서서 문제지.

그런데 아무도 이 도적을 찾으려 하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 아마 토깽이 하도 나대니까 다이로 농부들은 식량이 좀 없어져도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보아하니 이곳 농부들이 이 호젠들을 내버려두면 그 털북숭이들은 계속 그 짓을 벌일 작정인 것 같다. 놈들이 가져가는 건 우리 식량이다. 팔장 끼고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순 없지!

룬은 호젠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층층밭 북쪽 숲을 지나 노래하는 웅덩이를 향해 가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씹다 버린 당근 조각과 잘라낸 브로콜리 머리를 찾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마 호젠은 브로콜리를 싫어하나 보다. 아무튼 난 웅덩이를 둘러싼 한적한 에메랄드빛 숲 속을 향해 호젠의 흔적을 따라갔다.

난 웅덩이를 좋아한다. 웅덩이는 평화롭고 마법으로 가득 차 있다. 난 물 가운데 솟아 있는 가는 나무 기둥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기둥에서 떨어지면 단순히 물에 젖는 것으로 그치지 않기 때문에 균형 잡기 놀이는 정말 스릴 만점이다. 이곳은 단순한 물 웅덩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왜냐하면 수년간 온갖 종류의 동물들이 웅덩이에서 목숨을 잃었고, 그들의 영혼은 이 마력 깃든 물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물에 젖기라도 하면 당신은... "펑!"하고 개구리가 되어 폴짝폴짝 뛰어다니거나 거북이가 되어 진흙 속을 휘젓고 다니게 된다. 심지어 스컹크의 영혼이 깃든 웅덩이도 있다. 거기 빠지면 스컹크의 저주가 풀린 후에도 그 지독한 냄새가 며칠 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난 주변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강한 보"라는 이름의 판다렌의 가르침에 따라 기둥 사이를 뛰어다니는 어린 판다렌들을 보았다. 보 님은 몇 년 간 날 가르쳤던 스승이자, 굉장히 건장하고 진지한 판다렌이시다. 분명 좋은 분이긴 하나, 언제나 아빠처럼 내게 "안 돼, 하지 마!"라고만 한다. 아빠하고 보는 첸 아저씨와는 정반대다.

강한 보 님이 웅덩이 옆을 걷고 있는 날 보곤 미심쩍은 눈길을 던졌다. 아마 내가 또 못된 일을 꾸미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게 사실이긴 하지만. 다행히 그는 어린 판다렌들을 가르치느라 바빠서 날 방해하지는 않았다.





마침내 난 호젠 도둑들을 발견했다. 처음 생각과는 달리 다섯이었지만. 놈들은 스컹크 웅덩이 가장자리에서 서로를 밀어 넣고 있었다. 웅덩이에 빠진 녀석이 잠깐씩 변신할 때마다, 호젠들은 펄쩍펄쩍 뛰면서 웃고 소리치며 난리를 쳤다. 마치 키한 양조장에서 "한 잔 마시면 한 잔은 공짜!" 행사를 할 때의 광경을 보는 것 같았다.

그때 난 근처 언덕의 나무 아래 웬 쌀과 채소 자루가 박혀 있는 걸 보았다. 호젠은 자기들 놀이에 푹 빠져서 내가 자루에 다가가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다. 난 자루에 손이 닿을 거리까지 더 가까이, 더 가까이 기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자루 뒤에서 털북숭이 아기 호젠 둘이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난 그 도둑들이 한 가족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마 음식을 훔쳐서 아기에게 주려 했나 보다. 사실을 알고 나니, 차마 식량을 도로 가져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살짝 복수를 해줄 수는 있겠지. 난 녀석들이 훔친 호박 하나를 웅덩이 근처에 있는 호젠들한테 던지고 숲으로 줄행랑쳤다. 크게 풍덩 하는 소리가 난 걸로 봐선 최소 호젠 몇 마리는 웅덩이에 빠진 것 같았다. 아마 스컹크로 변신하더라도 호젠이었을 때의 악취를 능가하진 않겠지만.

이제 나도 내 공포에 당당히 맞설 때가 온 것 같다. 난 다이로 농장에서 보급품을 챙기고 유랑도에서 가장 위험하고 금지된 그곳, 페이우 숲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