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금지된 숲


다이로 농장에서 보급품을 채운 난, 유랑도에서 제일로 무섭다는 페이우 숲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이 숲은 거의 모든 판다렌에게 출입이 금지된 위험한 곳이다. 게다가 몰래 숨어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 이 빽빽한 대나무 숲은 가파른 바위산과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는 데다, 안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도 두 거대한 문으로 막혀 있다. 이 견고한 장벽은 내가 평생을 보낸 만도리 마을 밖에 있다. 쉬울 것 같아도 항상 주위에 판다렌들이 있기 때문에 걸리지 않고 장벽 너머로 가는 건 쉽지 않다.

첫 번째 문을 오르려고 외진 곳을 찾던 난 설상가상으로 강한 보 님과 마주쳤다. 왜 하필 오늘 하루 종일 마을을 기웃거리시는 걸까? 강한 보 님이 조금 전에 노래하는 웅덩이에서 뭘 하던 거냐고 물어서, 난 "고향의 아름다움과 경이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사실이니까!

그래도 강한 보 님은 평상시처럼 실눈을 뜨고 날 쏘아봤다. 사실 그분이 그렇게 실눈을 뜰 때면 쪼글쪼글한 이끼등 두꺼비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보 님이 그 퉁퉁한 코를 들쑤시고 다녀서 난 잠시 집에 들어가 경계가 허술해질 때까지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해가 뜨기 전에 조용하고 텅 빈 거리로 기어 나와 다이로 농장에서 가져온 야크 털 밧줄을 타고 두 거대한 문을 넘어갔다.





수평선 너머로 태양이 보였지만, 페이우 숲의 빽빽함 때문에 숲 속으로 빛은 거의 들어오지 못했고 바닥에는 안개가 낮게 깔려 있어서 앞을 보기 더 힘들었다. 하지만 내 주위에서 나는 온갖 소리는 확실히 들을 수 있었다. 이 숲엔 별의별 생물이 다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중에서도 판다렌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유일한 동물이 있다. 바로 사나운 페이우 호랑이 말이다.







게다가 놈들 중 하나가 날 따라오고 있었다. 내가 걸을 때마다 멀리서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뒤따랐다. 내가 멈추면 그것도 멈췄고, 내가 움직이면 같이 움직였다. 그러다 갑자기, 그 짐승이 울부짖으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이에 난 재빨리 건우지세를 취해 방어하려고 했는데 그때, 안개 속에서 거대한 형상 하나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이럴 수가, 강한 보 님이 아닌가!

대체 왜 남의 일에 끼어드신거지? 보 님은 아무 말 없이 날 집까지 데려다 주고 아빠를 깨워 내가 금지된 숲에 들어갔다고 고자질했다. 아빠는 보 님이 말을 마치자마자 한참을 야단치시곤 벌로 노래하는 웅덩이에서 일주일 내내 훈련을 받으라고 했다. 바로 보 님의 날카로운 눈 아래서 말이다.

난 아빠한테 내가 무슨 일을 하려고 했는지 설명하려고 했다. 유랑도를 탐험하면서 그 멋진 모험을 기록으로 남기려던 걸 말이다. 그러면 아빠가 좋아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아빠는 이해하려하지도 않고, 신경 쓰지도 않으시는 것 같았다.

아빠는 내가 내일부터 벌을 받을 거라고 했다. 그렇다는 건 아직 나에게 한 군데 더 가볼 시간이 주어졌다는 걸 뜻했다. 화가 풀리지 않아 씩씩거리며, 유랑도의 옛 판다렌들이 최후의 안식처로 삼았던 지팡이의 숲을 향해, 서쪽으로 굽이굽이 먼 길을 따라 떠났다. 이곳은 장로의 수호자인 거대한 돌사자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는데, 돌사자와 싸워서 한 번 이겨야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시험을 통과한 판다렌 중엔 내가 가장 나이가 어렸고.





몇 년 전 첸 아저씨가 유랑도를 떠나기 전에 자신은 영감을 받기 위해 이곳에 종종 방문했다고 하셨다. 그때는 이해를 못 했지만 지금은 알 수 있다. 이곳에는 마법이 깃들어 있다. 누군가 영원한 안식을 취하기 위해 이곳에 묻히면 그들이 쓰던 지팡이를 땅에 심는다. 그러면 그 지팡이는 멋진 나무로 자라난다. 많은 시간이 지나면 숲 전체가 이 섬에 살았던 위대한 판다렌들의 역사로 자라나는 것이다.

우리 가족의 자리도 이곳에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안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그곳을 방문하지 않았다. 아빠와 한바탕 싸우고 난 후라, 머리 아픈 건 정말 피하고 싶었다.

가장 오래된 숲을 산책하면서 난 가족의 제단에 향을 피우고 있는 샤오파이 장로님을 만났다. 그는 아침 바람 마을 인근에서 현명하다고 소문이 난 판다렌이시다. 장로님은 미래의 판다렌들을 위해 지혜가 담긴 말들을 기록하는데 평생을 보냈다.





샤오파이 님은 잠시 나와 함께 걸으며, 나무를 가리키고 그 나무들이 누구의 것인지 말씀해 주셨다. 마을을 떠나기 전에 "어린 스톰스타우트야, 넌 마음속에 많은 걸 담고 있구나. 사사로운 문제를 묻는 건 내 할 일이 아니니 대신 이걸 받거라." 장로는 나한테 내 앞발 만한 크기의 부드럽고 둥근 물체를 주었다. 그것은 근심의 돌이었다. "삶이 너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울 때 이 근심의 돌이 그 무게를 덜어줄 게야. 아주 강력한 마법을 담고 있지."

난 언제나 근심의 돌이 참 쓸모없는 장신구라고 생각해왔지만, 샤오파이 님과 같은 현자가 진짜라고 믿는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숲을 나오자 난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고, 왠지 그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샤오파이 님의 선물도 받았고. 섬에서 유명한 수많은 곳들을 방문했지만, 아직 부족했다. 유랑도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역사와 신비를 간직한 멋진 땅이지만, 내겐 너무 익숙한 고향이었다. 하지만 저 넓은 바깥세상에는 더 큰 모험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난 그 모험을 놓치게 될까 두려웠다.

난 남은 하루를 대도서관에서 첸 아저씨의 편지를 읽으며 보냈다. 난 아저씨가 그리웠다. 아빠는 아저씨가 "정신 나간" 모험을 하다가 죽었을 거라고 하셨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아저씨는 지금도 어딘가 살아 계실 거다. 언젠가 꼭 돌아오실 거란 사실을 난 믿는다.

그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유랑도에서 방랑자의 도리를 지키는 것뿐이다. 첸 아저씨도 우리 조상님도 분명히 나의 그런 모습을 자랑스러워 하실 거다. 그게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니까! 리우 랑도 이런 말을 남겼었다. "모든 수평선은 마치 보물 상자와 같다. 지도의 빈 공간에 이야기를 가득 안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아빠만 이해해 주시면 좋을 텐데. 아빠가 뭐라고 하든 나도 언젠가 이 세상에 내 흔적을 남기고 말 거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내 옆에 첸 아저씨도 계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