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네 바람의 계곡


몇 주 동안 첸 아저씨와 비취 숲을 탐험하면서, 나는 내가 판다리아와 아무 관련이 없는 이방인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조상님들께서 이 땅에서 이주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것도 이미 몇 세대 전의 일이었다. 이 땅에서 호젠 몇 마리와 마주치기는 했지만(고향 녀석들보다 훨씬 덩치 크고 정신 나간 녀석들이었다!), 그것 말고는 모든 게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너무 달랐다.

뭐, 이 모든 건 내가 네 바람의 계곡을 방문하기 전의 이야기이다. 이곳은 크기만 컸지 내 고향과 꼭 닮아 있었다. 판다리아의 곡창지대로 불리는 이 계곡은 넓은 밭으로 덮여 있었는데, 유랑도의 층층밭이 작은 정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장담컨대, 이 계곡의 농작물을 한 번만 수확하면 첸 아저씨 같은 뚱뚱보도 포함해서 만도리 마을의 온 판다렌이 평생 먹을 식량이 마련될 거다.

우렁찬 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황지 폭포에서 신비한 순수의 웅덩이까지... 이 계곡에서 본 멋진 것들로 일지 전체를 빽빽이 채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주의를 온통 사로잡을 것은 따로 있었다. 고향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만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내게 무척 익숙한 것이었다.





첸 아저씨와 내가 아제로스의 다른 대륙에서 온 영웅들과 함께 계곡을 탐험하던 때의 일이었다. 외부인들과 마주친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아저씨는 몇 주 전에도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용사들을 만났었다고 말씀하셨다(아무래도 나는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양측은 비취 숲에 도착한 이후 온갖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게다가 이 땅의 토착 종족인, 물고기 모습의 진위와 호젠까지 끌어들여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들이 격돌하고 있을 때, 때마침 나와 첸 아저씨는 비취 숲을 벗어나는 중이었다.

계곡에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는 머드머그란 친구를 만났다. 흙탕물로 자신만의 맥주를 양조해낸, 친절하면서도 솜씨 좋은 판다렌이다. 좀 이상한 구석도 있었지만, 난 그 덩치 큰 친구가 마음에 들었다. 그가 우리에게 스톰스타우트 양조장이 근처에 있다고 말해 주었다. 첸 아저씨와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판다리아에 우리 친척이 살고 있다고? 게다가 양조장이라니! 이 기막힌 소식에, 한 시간에 겨우 몇 발자국을 떼던 첸 아저씨의 발걸음이 처음으로 빨라졌다.

안타깝게도 양조장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했다. 토깽(유랑도에 있는 녀석들과 똑같았다!)이 곡물과 쌀 저장고를 오염시켰고, 호젠은 건물의 한 구역을 점유하고 난리를 피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양조장을 관리하는 스톰스타우트 집안의 가오 아저씨는 우리 도움도 필요 없다고 했다! 뭐, 어쨌든 첸 아저씨와 나는 우리 가문 역사상 가장 놀라운 발견이 까칠한 친척 때문에 빛을 바래게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결국에는 우리가 양조장을 되찾았다. 아마 바깥 세계 용사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양조장의 혼란을 가라앉힌 후, 가오 아저씨는 나와 첸 아저씨에게 진실을 털어놓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톰스타우트 가문의 수많은 후손들이 양조장에서 일했지만, 지금은 사마귀라는 고대 곤충들과 싸우러 서쪽으로 떠났다는 것이다. 양조장을 관리하기 위해 가오 아저씨만 여기 남았다고 한다. 보아하니 그는 가문의 이름을 빛내야 한다는 심적 압박에 시달린 듯했다. 최고의 맥주를 만든답시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결국 완성된 건 살아 움직이며 우리를 죽이려 하는 불안정한 맥주였으니까.

가오 아저씨는 다른 이들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에 대해 모든 것을 들려주었고, 이 계곡에 정착한 우리 가문의 역사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양조장 바로 밖에서는 마브 스톰스타우트와 아들 랴오를 기리며 세운 오래된 제단도 보여줬다. 둘의 이야기는 아빠한테도 들은 적이 있었다. 마브의 남편이 포도 압착기에 끌려 들어가는 안타까운 사건으로 목숨을 잃자, 그녀는 랴오를 데리고 유랑도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고 한다.

스톰스타우트 가문을 제외하더라도 이 계곡과 내 고향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가오 아저씨는 유랑도를 발견한 리우 랑 님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 양조장 근처에 있다고 말씀하셨다. 와, 정말 멋진 일이 아닌가! 그분이 태어난 곳, 돌밭이라는 이름의 그 마을은 계곡 서쪽 끝에 있었다.





매일매일 난 이 지역과 먼 친척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갑자기 나쁜 소식이 들려오기 전까진...

서쪽에 있는, 용의 척추라 불리는 거대한 장벽에서 뭔가 큰 일이 일어났다. 멀고 먼 옛날, 판다리아는 거대한 야만족 모구의 지배를 받았는데, 우리 조상님들이 녀석들의 엉덩이를 걷어차서 쫓아내 버렸다고 한다. 모구는 용의 척추라는 이 거대한 장벽을 건설해서 그들의 숙적인 사마귀를 막아내려 했다. 오늘날에는 판다렌들이 용의 척추를 방어하고 있었는데, 최근 그 벌레들이 방어선을 뚫고 인근 마을인 돌밭을 침략하고 말았다!

첸 아저씨와 나는 돌밭에 모인 수많은 판다렌들과 힘을 합쳐 놈들을 몰아내려고 했다. 우리는 사마귀들을 박살낼 수 있었지만, 나는 공격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직감했다. 계곡의 판다렌들은 이 공격이 신비한 어둠의 "샤" 때문에 시작된 거라며 수근거렸다. 판다리아에 그런 악이 존재한다니 등골이 오싹했다.





공격이 끝난 후 잠잠해지자, 첸 아저씨와 가오 아저씨는 양조장에서 며칠 밤을 지새며 양조법을 논의하고 새 맥주를 만들었다. 나는 상관 없었다. 첸 아저씨는 판다리아에 도착한 이래로 계속해서 내 발목을 잡아 끌었으니까. 나도 혼자 여행하고 싶어 온 몸이 근질거리던 터에, 마침 딱 좋은 곳에 대해 알게 되었다. 크라사랑 밀림! 리우 랑 님이 지금은 유랑도가 된 바다 거북, 셴진 수를 타고 판다리아를 떠나 모험을 시작했던 바로 그곳이다.

계곡의 농부 중 한 명이 크라사랑 밀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매우 위험한 곳이라고 경고했지만, 그런 말은 나를 부추길 뿐이었다. 나는 보급품을 모으고 첸 아저씨에게 내 행선지를 알리는 편지를 남겼다. 맥아 자루에 깊숙이 코를 묻고 양조에 열중하신 아저씨 모습을 보니, 내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내 난 자유롭게 스스로 내 갈 길을 열었다. 다음 목적지는 크라사랑 밀림, 유랑도가 태어난 바로 그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