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크라사랑 밀림


첸 아저씨의 도움 없이도 크라사랑 밀림을 찾는 일은 쉬웠다. 하지만 우울한 해안 습지대를 계속해서 걷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울창한 숲지붕이 태양을 가려 방향 감각을 유지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 옹이진 나무 뿌리에 걸려 넘어졌을 땐 나무에 늘어져 있는 커다란 덩굴에 휘감겼다. 그리고 야생 동물도 있었다. 사우록과 커라란 소리로 쉭쉭거리는 말벌, 그리고 다른 종류의 생물들이 성이 난 채로 밀림을 배회했다.

정말 내가 딱 원했던 만큼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리우 랑이 셴진 수 꼭대기에서 여행을 시작한 곳을 찾지 못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며칠 동안 아무런 성과도 없이 숲을 헤매고 다니다 리샨이라는 낚시꾼을 우연히 만났는데, 오랜만에 보는 판다렌이었다. 그는 물고기를 잡아 쥬의 감시초소로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쥬의 감시초소는 크라사랑 밀림 북동쪽에 있는 전초기지인데, 해안으로 향하는 여행자들이 사우록 같은 고약한 놈들에게 공격 당하는 걸 막기 위해 지어졌다.





리샨이 나를 처음 만났는데도 가족처럼 친근하게 대해주는 걸 보니 크라사랑 밀림에서는 친구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일이 분명했다. 리샨에게 내가 뭘 찾고 있는지 말하자, 그는 리우 랑이 판다리아를 떠난 곳이 자기 마을인 강태공 부두와 아주 가깝다고 했다. 리샨은 친절하게도 자기 보금자리로 나를 안내하고는, 필요한 것들을 챙겨줬다. 드디어 일이 잘 풀려가고 있었다.

마을로 가는 길에 리샨은 크라사랑 밀림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려줬다. 이 밀림에 오는 판다렌은 흔치 않다며 “낚시꾼하고 정신 나간 판다렌 뿐이야. 사실 둘은 별 차이 없지만.”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우리는 한때 모구의 지역이었던, 무너져가는 폐허를 지나갔다. 모구 제국이 패망하기 오래 전에 거대한 짐승들이 크라사랑 밀림에 살았다. 최근에 모구가 예전 땅을 되찾기 위해 돌아왔지만, 우리 집안 양조장에서 나와 첸 아저씨를 도와줬던 영웅들이 놈들을 막아냈다.





강태공 부두에 다다랐을 땐 날이 거의 어둑어둑해질 시간이었다. 다 쓰러져가는 작은 마을은 크라사랑 해안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었다. 리샨과 내가 배를 타고 그곳으로 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뭐 대단한 일도 아니잖아, 그렇지? 그랬는데... 우리가 배를 타자 리샨이 갑자기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곤 배의 노 하나를 집어 허공에 휘두르며 일어서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가 리샨 같이 대담한 낚시꾼을 허둥대게 만든 걸까? 악어? 아니면 사우록? 리샨이 겁을 집어먹게 만든 것을 보기 전까지는 나도 벌벌 떨고 있었다. 그건 바로 띠너구리였다.

이 털북숭이 너구리는 도둑질의 천재에다가 물고기를 간식으로 먹는 것도 아주 좋아한다. 다시 말하면, 이놈들은 낚시꾼의 골칫거리였다. 우리 배에 나타난 띠너구리는 사나웠다. 리샨이 갑판 위에서 노를 휘둘러댔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쉭쉭거리며 발톱으로 그를 후려치려고 했다.

띠너구리는 보통 네 바람의 계곡에서만 서식하는데, 이놈은 크라사랑 밀림까지 왔다. 나는 띠너구리를 내가 돌보고, 또 물고기에도 손대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해 리샨을 진정시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정도뿐이었다. 결국 띠너구리와 함께 모험을 했다. 이상하게도 이 띠너구리를 보니 스싸이 오빠가 생각났다. 아무래도 그 토실토실한 얼굴과 털북숭이 귀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아니면 털에 묻은 오래된 음식 찌꺼기를 뜯어먹는 게 얼마나 지저분해 보이는지 신경도 안 쓰는 모습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이유야 어쨌든, 이 띠너구리에게 오빠의 이름을 그대로 붙여줬다. 정말 믿기 어려웠지만, 오빠가 보고 싶었다. 뭐... 아주 조금이지만.





낚시꾼의 부두로 가자 리샨과 그의 친구들이 그날 잡은 물고기를 구워주며 내게 월척을 낚았던 이야기를 했다. 내가 유랑도에서 왔다고 하자, 그 친구들은 마치 누가 더 대단한 거짓말을 하는지 내기라도 한다는 듯이, 열띤 표정으로 오래전에 낚아 올린 크라켄에 대해 말도 안 되는 무용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낚시꾼하고 정신 나간 판다렌 뿐”. 그래, 정말 그랬다.

낚시꾼들이 이야기해준 것 중 가장 흥미로운 건 주학사였다. 엄청나게 크고 복잡한 절이 크라사랑 밀림의 중심에 있는데, 주학으로도 알려진 성스러운 츠지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고 한다. 리샨은 이 강인하면서도 자애로운 생물이 희망의 영혼이라고도 불린다고 했다. 얼마 전, 무언가 위험한 존재가 주학사 깊은 곳에서 탈출했는데, 그건 바로 “샤”였다. 그 후 이 낯선 악의 무리들은 제거되었지만, 그 이전에 절망의 그림자가 크라사랑 밀림 전체를 뒤덮었다.

샤에 대해서라면 네 바람의 계곡에 있는 돌밭에서 사마귀의 공격이 있었던 때에 들어본 적이 있다. 왜 이 기이한 것들이 갑자기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걸까? 판다리아의 모든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샤를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그날 밤은 잠이 쉽게 오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거대한 열기구가 낚시꾼의 부두에 착륙하자, 나는 유랑도의 근원지를 계속 찾을 채비를 했다! 조종사는 신 위스퍼클라우드라는 상냥한 목소리를 가진 판다렌이었는데, 쿤라이 봉우리 북쪽 지역에서 물고기를 나르기 위해 온 것이었다. 보아 하니 높은 산봉우리에 있는 신성한 곳인 백호사에 물건을 배달하고 있었다. 크라사랑 강에서 잡은 물고기는 판다리아에서 가장 맛이 좋은 게 틀림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신이 이렇게 남쪽 멀리까지 올까?

신이 쿤라이 봉우리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자, 나는 그곳이 더욱 보고 싶어졌다. 신은 내가 물고기를 싣는 것을 도와준다면 함께 해도 좋다고 했다. 이걸 내가 왜 거절하겠어? 물론 난 아직도 리우 랑과 거대 거북 셴진 수가 대양으로 여행을 시작한 지점을 찾지 못했지만, 최소한 그 지점이 포함된 지역을 대충 알아냈다. 첸 아저씨와 나는 언제라도 이곳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쿤라이 봉우리로 갈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얻었다면? 첸 아저씨가 양조장으로 가면 우리가 판다리아 전역을 돌아보는 데 몇 주... 아니면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 아니면 영영 여행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첸 아저씨가 양조장에 주저앉아 맥주를 몇 통이고 마셔대서 신이 조종하는 열기구보다 더 뚱뚱해진 뒤... 살이 너무 쪄서 양조장 문으로 빠져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내가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소매를 걷고, 숨을 들이쉰 다음, 물고기가 담긴 통을 열기구에 달린 커다란 바구니에 실었다. 통을 모두 싣고 나자 진짜 낚시꾼 같은 냄새가 몸에 뱄지만, 쿤라이 봉우리와 같이 신비하고 흥미로운 곳을 공짜로 여행하는 것에 대한 대가치고는 별 것 아니었다.





낚시꾼들과 작별의 인사를 나눈 뒤 스싸이를 여행용 가방에 밀어 넣고 신의 열기구에 뛰어 올랐다. 곧 열기구는 크라사랑 밀림 위로 높이높이 떠올랐다! 바람은 우리를 비취 숲 너머 북쪽으로 보냈고, 우리는 계속해서 웅장한 쿤라이 산맥으로 이동했다. 나는 보송보송한 하얀 구름을 통과하며 목적지로 향했다.

신에게 멀리서 본 쿤라이 산맥이 아름답다고 말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늘에서 보면 모든 게 다 좋아 보이지. 재미 있는 노릇이야. 물론 네가 말한 것처럼 쿤라이 지역은 신비로운 곳이기는 해. 하지만 요즘은 다 좋진 않아. 이 지역에 폭풍이 몰아치고 있거든.”

신은 계속해서 쿤라이 지역에 일어난 전쟁에 대해 설명해줬다. 그렇지만 내가 가는 곳은 안전한 곳이라며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 신과 함께 이곳에 온 게 실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첸 아저씨를 떠올렸고, 또 위대한 모험가는 위험한 곳과 평화로운 곳을 모두 가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방랑자가 되려면 모두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앞을 바라봤다. 그리곤 쿤라이 봉우리의 눈 덮인 산맥에서 나를 기다리는 어떠한 도전이라도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