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3에 들어와서 스랄만큼 많은 버프를 받은 오크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야말로 리메이크된 오크의 표본이자 상징이라고 볼 수 있겠죠.

저 역시도 하이잘 산 방어전 때의 스랄의 모습이 강하게 남아있는 탓인지 오크를 싫어함에도 나름의 호감을 갖고 있는 케릭터였습니다.

그런데 전쟁의 물결과 오그리마 공성전, 그리고 가로쉬와의 막고라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여러가지 할 말이 있습니다만 딱 잘라 말하면 스랄의 캐릭터성에 굉장히 실망하였습니다.

제이나처럼 스랄도 컨셉의 희생자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뭐랄까, 대중들이 바라보는 명예로운 오크의 모습이 많이 떨어져 나간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스랄의 행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게 좋을까 한번쯤 이야기 해보는게 좋겠다 싶어서 글 남겨봅니다.


1. 제이나에게 대하는 태도

전쟁의 물결 초반부에 제이나가 가로쉬를 말려달라고 스랄에게 요청할 때 스랄은 이렇게 말하죠. "불화의 책임이 호드에게만 있는 것처럼 말하지 말라."

제가 만약 제이나의 입장이었다면 눈이 뒤집할 만큼 서운한 말입니다. 물론 얼라도 호드만큼이나 호전적인 인물들이 많긴 합니다만 적어도 제이나 앞에선 저런 말을 하면 안되죠. 언더시티 공방전에서도 변절자로 욕 먹을 것을 감수하면서 싸움을 중재한 게 제이나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강경파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한 것도 제이나입니다. 그리고 설사 스랄의 말이 맞더라도 바인이나 실바나스, 볼진 등을 제치고 가로쉬를 직접 대족장의 자리에 앉힌 것은 스랄 본인이죠. 스랄은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2. 테라모어 소식을 듣고 난 후

테라모어가 공격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대지고리회 멤버들이 스랄에게 오그리마로 돌아가보라고 말하는 상황임에도, (즉, 스랄이 잠시 자리를 비워도 대지 고리회의 작업이 유지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스랄은 여전히 가로쉬의 문제에 방관하는 태도를 취합니다. 심지어 제이나가 그 공격으로 사망했을 거라는 가정을 세운 뒤로도요. 자신과 자신이 이끄는 호드를 위해 한 개인이 포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한 제이나가 자신이 직접 임명한 대족장 가로쉬에게 부당하게 살해당했는데 (물론 사실이 아닙니다만), 스랄이 정말로 자신이 그동안 그토록 외쳐댄 진정 명예로운 오크라면 가로쉬를 처벌하는데 앞장서서 제이나에 대한 정의를 바로세우고 자신과 호드의 명예를 회복했어야 하는 것이 옳은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바인이 스랄보다 더 제이나를 걱정하는 것 같이 느껴지더군요. 

3. 마지막 결투의 섬에서

가장 논쟁이 되고 있는 부분이죠. 집중의 눈동자를 이용하여 오그리마를 침수시키려는 자리에 나타난 스랄은 다짜고짜 제이나를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스랄의 논지는 이성적으로 보았을 때 틀린 말이 없었습니다. 제이나가 오그리마를 쓸어버린다고 해서 테라모어에 떨어진 마나 폭탄이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죽은 사람들도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지요. 그러나 제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 2 가지 있는데, 하나는 제이나에게 가로쉬를 끌어내리라고 하면서 자신은 그 일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부분입니다. 말로만 복수하라고 할 거면 대체 왜 그 자리에 나타나 제이나를 설득한 것이며, 그렇게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오크라면 왜 자기가 직접 나서서 자기 손으로 임명한 가로쉬를 처단하지 않는 것인지? 그리고 제이나한테 "당신은 호드와 싸울 권리가 있소" 라고 하는 부분에선 진짜 제이나가 스랄을 그 자리에서 죽이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저 상황에서의 스랄은 절대로 누군가에게 권리가 있다 없다 말할 자격이 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방관하는 자세로 임했고 책임을 지려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으면서 제이나한테 권리를 따지는 태도는 사실 제이나를 두번 죽이는 일이지요. 작가가 의도했든 안했든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작가가 스랄을 소인배로 그리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4. 오그리마 공선전 이후 가로쉬를 처단하는 문제

가로쉬가 쓰러졌을 때, 가로쉬에게 가장 피해를 입은 세력이 판다렌과 얼라이언스임에도 불구하고 스랄은 그들과 한 마디 상의 없이 가로쉬를 죽이려고 합니다. 기실 그 자리에서 가로쉬의 처벌에 관해 발언권이 가장 낮은 것이 스랄임에도 불구하구요. 바리안이 그걸 막자 스랄이 너에게 처벌을 맡길 것 같냐고 하는 부분은 전형적인 적반하장 및 막타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기가 임명한 대족장이니 자기가 처단하겠다는 마인드는 이해가 가지만 그럴거면 처음부터 움직였어야죠. 이미 피해는 입을대로 다 입은 세력이 뻔히 두 눈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그들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바로 가로쉬를 죽이려고 하는 모습은 저로서는 개인의 명예 회복에만 급급한 모습으로 보여졌습니다.


이상으로 스랄의 행보를 추적하면서 제가 느낀바를 간략하게나마 적어보았습니다. 너무 제이나의 시각에서만 바라본 감이 없잖아 있지만 아무래도 제이나에게 감정 이입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구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