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막에 신규 콘텐츠인 그림자 전장이 추가됐습니다. 테스트 서버에서도 플레이해본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보상이 추가되었네요. 아이템을 먹을 때마다 은화 보상이 붙고, 순위에 들면 강화 재료까지 준답니다. 존버하면서 아이템만 주워도 개이득이잖아? 기회를 놓칠순 없죠. 내친 김에 우승 갑니다.

마르니의 비밀 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을 모두 꺾을 수 있을 거라는 망상 속에, 자신있게 개인 전장을 선택했습니다. 역시 치킨은 1인 1닭이죠. 순식간에 50명의 인원이 가득 찼고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검은 기운을 받치는 기둥의 형상이 올라오면서 전투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마치 어릴 적 전대물에서 보았던 문양과도 닮아있어 추억에 잠기길 잠시, 작은 흑정령이 된 저는 칼페온 북부를 빠르게 뒤지며 탐색전에 돌입했습니다.

▲ 이 전장의 왕이 될 흑정령은 바로 나!


처음 만난 것은 호박 속에 갇힌 위자드였지만 저는 냉철히 이를 무시했습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그림자 전장에서 아직 마법조차 배우지 못한 위자드는 그저 노인에 불과할 뿐이죠. 좀 더 자신을 잘 지킬 수 있고, 생존에 유리한 전사를 찾아 눈길을 돌렸습니다.

짧은 기다림 끝에 이번에는 검과 방패로 무장한 워리어를 발견했습니다. 딱 보기에도 든든하지 않습니까? 방패로 비를 막고 검으로 바람을 가르는 그 풍채! 하지만 워리어로서 다시 태어난 제 모습을 상상하던 찰나, 다른 흑정령이 선수를 쳤네요. 너 얼굴 봐뒀다.

▲ 안녕 위자드...


조급해지는 마음을 추스르며 또 다시 방황을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흑정령이 되어버리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흑정령이 된다면 블랙스톤도 먹어보고 크론석도 먹어보고 무기도 깨뜨려보고.. 흥미롭네요. 잡다한 고민을 하던 찰나, 이번에는 금수랑이 기다리고 있군요.

7세 어린이도 안다는 유명한 한국 속담이 있죠. 작은 고추의 매운 맛을 보여.. 아니, 이게 아니라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처럼 금수랑이라면 순위권도 꿈이 아닐 것입니다. 바로 빙의에 들어갔고 호박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파밍을 시작했습니다.

오호라! 첫 노란색 아이템으로 베그의 장갑이 나왔네요. 이 기세로 장비를 얻어나간다면 전장의 전설은 탄탄대로일겁니다.

▲ 폭풍 금수랑, 카본이 간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달콤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막 획득한 노란 장갑의 냄새는 다른 맹수들에게도 퍼져나갔나봅니다. 희열이 채 가시기도 전, 다른 모험가들이 주변에 속속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한 자이언트가 순식간에 달려들어 메치기를 시전했습니다. 생각보다 대미지가 크지는 않았지만 정신을 놓치기엔 충분했죠. 기습 태클과 베그의 장갑이 건네준 근자감이 '할만한 싸움이다'라는 착각 속으로 저를 끌고 들어갔습니다. 잠시 동안 전투가 이어졌고 내쳐진 통증이 가실 무렵 슬슬 제정신이 돌아왔습니다. 싸움이 되지 않는 것을 깨닫고 발길을 돌려 달음질을 쳤습니다.

"형님, 살려주십시오."

하지만 이곳은 전투로 대화하는 그림자 전장, 화면은 이미 붉은 색으로 점철되어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도망쳐보았지만 결국 덜미를 붙잡혔고 공중으로 들어올려졌습니다. 그렇게 칼페온 구경을 하며 아이템 상자 옆에 메다꽂혔고, 마지막 발버둥이었던 사자후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영혼 탈곡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첫 그림자 전장 순위는 44위를 기록했습니다. 역시 폭풍 금수랑, 22의 2배인 44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네요. 아주 좋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 44위의 처참한 기록


아쉬운 성적이었지만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이 있었습니다. 저를 해쳤던 자이언트도 또다른 자이언트에게 아이템 상자로 변이되고 말았던 것이죠. 저의 매운 맛이 위장 속에 남아 피해를 누적시킨 것이 저 전투의 결과를 갈랐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첫 번째 그림자 전장은 깨달음의 연속이었습니다. 냉혹한 현실이자,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세계라는 것을요.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 이번 경험을 발판 삼아 22위, 2위를 넘어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도전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