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아크에 욘 대륙이 등장함과 함께 티어3의 시대가 도래했다. 새로운 대륙에서 펼쳐지는 모험은 물론 수많은 던전과 장비, 레이드, 섬 등 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한 힘찬 도약이다.

업데이트 초기에는 새로움에 대한 설레임을 느낄 수 있었다. 욘 자체의 스토리와 스토리 완료 이후 티어3 장비를 모을 때부터 조짐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선발대들에 의해 상위 콘텐츠들이 공개될수록 의욕이 사라진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단순히 상위 콘텐츠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접속 후 이벤트 카오스 던전 1회. 현재 대다수의 모험가가 동의하는 하루 일과다. 욘 대륙과 함께 추가된 콘텐츠의 양을 생각해보면 비단 홍수 속의 가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상은 대체 왜 일어나는 것일까?


▲ 기다리고 기다렸던 욘으로 가는 배가 왔지만...



■ 아이템 레벨 1 상승에 3천골드?! 연마를 대체하는 재련의 폐해

◆ 신규 콘텐츠가 있어도 즐길 수가 없다! 선택이 아닌 필수로 등장한 재련

다른 게임 얘기를 먼저 해보자. 온라인 RPG에서 강화가 도입되지 않은 게임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아이템 강화는 일반적인 개념이다. 원활한 전투 혹은 빠른 클리어를 위해 반필수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지만, 강화 단계가 낮다고 해서 콘텐츠 자체를 즐길 수 없도록 막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로스트아크는 어떨까? 욘의 스토리를 즐기기 위해서는 545의 아이템 레벨이 필요한 것처럼 여타 콘텐츠들을 즐기려면 반드시 아이템 레벨을 상승시켜야 한다.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레벨 제한 개념을 아이템 레벨 제한으로 변환시킨 구조다.

연마를 통해 아이템 레벨을 상승시켰던 티어2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연마 대신 재련으로 아이템 레벨을 올리게 된 티어3에서는 해당 방식의 단점이 꾸준히 부각되고 있다.

가장 크게 와닿는 부분은 연마와 달리 재련 확률이 100%가 아닌 구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 번에 성공한다면 다행이지만, 실패한다면 재련에 사용된 재료들이 모두 공중분해 된다. 각종 숨결 재료로 성공률을 상승시키더라도 결국 100%가 되지는 않는다.


▲ 재료만 있다면 아이템 레벨이 무조건 상승했던 연마

▲ 재련은 연마와 달리 확률에 의해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재련을 시도하는 것이 쉬운 것도 아니다. 태양석 파편과 우마늄, 갈라토늄 등 새로 추가된 수많은 재료가 꾸준히 필요하다. 재련 단계가 높아질수록 요구하는 수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운이 나빠서 +12 재련에 실패했다면?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다. 연마일 때는 3일 뒤면 다음 레이드에 들어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현재는 두 달 뒤에도 다음 던전에 들어갈 수 있을지 확언하기 어렵다.

특히 주요 재련 재료인 우마늄과 갈라토늄의 이야기가 많다. 우마늄과 갈라토늄은 아크라시움과 비슷하게 하루에 획득할 수 있는 수량이 정해져 있는 재료다.

두 재료의 주요 습득처는 티어3 이벤트 카오스 던전이다. 티어3 이벤트 카오스 던전은 545레벨 이상 캐릭터로 입장이 가능하며, 우마늄과 갈라토늄 40개 이상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재련 단계가 낮다면 한 번에 몇단계는 건너뛸 수 있는 양이다.


▲ 재련 단계가 오를수록 필요한 재료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 이벤트 카오스 던전에서 다수의 재련 재료를 손쉽게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벤트 카오스 던전을 제외하면 우마늄과 갈라토늄을 얻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를 제외하고 유의미한 양을 획득할 수 있는 곳은 2단계 주간 레이드와 유령선, 캘린더 일정에 따라 열리는 카오스 게이트 정도다. 캘린더 섬 등에서도 획득이 가능하지만 이벤트 카오스 던전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치다. 하루의 일과가 이벤트 카오스 던전 1회가 되어버린 원인이다.

이와 별개로 PVP 세트의 경우 재련에 우마늄과 갈라토늄이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역시 고유의 재료 습득량 제한과 실패 확률이 존재하며, 미리 PVP를 해두지 않았다면 뒤늦게 재료를 모으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 우마늄과 갈라토늄 대신 전용 재료가 사용되는 PVP 세트


◆ 사실상의 P2W을 만들다. 거래가 가능한 재련 재료

물론 높은 재련 난이도가 무조건 나쁘다고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아이템 레벨이 상승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캐릭터의 성장과 함께 상위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육성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만레벨 달성 직후 곧바로 최종 보스를 잡으러 가는 것이 아닌, 최종 보스를 목표로 차근차근 성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현재 재련 재료들은 대부분 거래가 가능하여 단계별 성장 절차를 무시할 수 있다. 특히 핵심 재료인 우마늄과 갈라토늄은 하루 획득 수량이 제한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 거래가 가능한 우마늄과 갈라토늄. 하락세기는 해도 여전히 높은 가격을 형성 중이다


이에 모험가들의 아이템 레벨 양극화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많은 자금을 지닌 모험가들은 며칠 지나지 않아 최상위 콘텐츠를 즐기고 있는 반면, 거래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본인의 힘으로 성장 중인 모험가들은 새로 등장한 콘텐츠의 절반조차 하지 체험하지 못한 상태다.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새로 나온 콘텐츠를 즐기기보다, 골드만을 벌며 이후를 기다리는 기형적인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이벤트 카오스 던전 1회 클리어 후 재료를 판매해도 수많은 골드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545 이상 캐릭터가 많을수록 더 심화되며, 일주일이 지난 현재 에이번의 상처 몇 대를 구매할 수 있는 부를 축적한 이들도 다수다. 재련을 시도해서 실패한 경험이 많을수록 재료를 판매하지 않은 것이 후회되는 수준이다.


▲ 최상위권에서는 벌써 900레벨이 넘은 모험가가 나오기도 했다

▲ 최근 핫이슈는 게임 내 아이템을 골드 혹은 현금화시키는 은어인 '쌀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노동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고 싶어요. 반복일 뿐인 상위 콘텐츠

◆ 최고의 공략은 아이템 레벨? 유명무실해진 레이드

모험가들마다 취향의 차이는 있지만 티어2까지의 중심이 되던 콘텐츠는 레이드임을 부정할 수 없다. 아이템 레벨별로 비어있는 구간 없이 배치되어 아크라시움만 있다면 레이드만으로도 성장이 가능했으며, 항해나 던전, PVP 등 여타 장비보다 레이드 장비의 선택률이 월등히 높았다. 레이드에서만 얻을 수 있던 특유의 재미 또한 콘텐츠의 중심이 되기에 모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욘 업데이트 이후 레이드의 비중은 없다고 봐도 좋다. 특히 요구 레벨 조건이 545로 욘과 동일한 5티어 레이드는 아예 의미가 없는 수준이 되었다. 5티어 레이드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560레벨 장신구, 욘 이후 얻을 수 있는 것은 600레벨 장비다. 아무리 특수능력이 좋아봐야 이 차이를 메꿀 수는 없다.


▲ 긴 시간 동안 많은 모험가를 괴롭혔지만, 순식간에 눈길조차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그렇다면 6티어 레이드로 추가된 아카테스는 어떨까? 아카테스의 최소 레벨 조건은 725. 현재 대부분의 모험가가 경험하지 못한 상태다.

선발대의 말에 따르면 어려운 패턴들로 잘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다만 보상이 아쉽다는 의견이 많다. 획득하는 고대 사냥꾼 에콘 세트는 메리트가 크지 않으며, 원한 III 각인을 활용할만한 전투는 현재 없다. 게다가 각인을 바꾸는 것보다 아이템 레벨을 상승시키는 것이 더 큰 효율을 보인다.


▲ 잘 만들어졌다는 평을 받는 아카테스. 하지만 현재 구조상 버려진 처지에 놓여있다


또한 725레벨은 안타레스의 악몽과 비교하면 지나가는 레벨에 가깝다. 권장 아이템 레벨을 넘기는 순간 재미보다는 숙제로 전락하게 된다.

이런 불만들 때문인지 최근 업데이트로 6티어 레이드에 루메루스와 레기오로스, 벨가누스가 추가됐다. 많은 모험가들이 멈춰있는 레벨 구간에 추가되어 접근성이 좋으며, 패턴도 다양화되어 재미는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스토리적으로 당위성도 없는 데다가 기존 레이드의 재탕이며, 단순히 [숙련]이라는 이름은 가지고 나온 점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보상 또한 난이도나 들이는 시간에 비해 상당히 아쉽다.


▲ 패턴은 추가되었지만, 기존 레이드의 재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 이게 최종 콘텐츠라고? 8인 공격대 '안타레스의 악몽'

물론 레이드가 계속 중심이 될 필요는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게임을 재밌게 즐길 수 있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번에 최종 콘텐츠로 도입된 안타레스의 악몽은 게임의 중심이라 부르기 힘든 수준이다.

8인 공격대가 최초로 도입된 것은 환영할만하다. 그런데 기존의 왕의 무덤과 크라테르의 심장 던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은 최종 콘텐츠를 기대한 유저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행위였다. 여기에 졸면서 플레이해도 무방할 정도의 난이도와 반복 전투, 지나치게 긴 던전의 클리어 타임은 재미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게다가 매칭만으로 입장할 수 있다는 것과 개인 별도의 드랍없이 전체 경매로 보상을 획득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형태다. 이러다 보니 필요한 모험가에게 아이템을 몰아주기 위해 두 파티가 합을 맞춰서 매칭을 돌리는 행태마저 일어나고 있다.

최종 콘텐츠 안타레스의 악몽이 이렇다 보니 레벨업 의욕도 크게 떨어진 상태다. 말만 안타레스의 악몽이지 카오스 던전과 다를 바 없다. 원하는 장비가 나올 때까지 기막힌 양조장과 오만의 방주, 크누트의 무덤 등을 계속 돌던 행위를 던전만 바꿔서 앞으로 몇 개월간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


▲ 분명 새로운 콘텐츠인데, 기존과 달라진 것이 없다

▲ 심지어 안타레스의 악몽은 시즌2 최종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 콘텐츠간 밸런스 균형이 우선! 소통의 부재를 탈피 해야 할 때

욘 대륙이 추가된 지 아직 2주가 채 지나지 않았다. 추가 업데이트를 통해 보다 좋은 방향으로 보완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는 것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재련 확률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감소일 것이다. 똑같은 시간과 재화를 투자했는데 운이 좋으면 성장을 하고, 운이 나쁘면 제자리인 현 상황을 탈피해야만 한다. 특정 구간의 재련 성공률을 상승시킨다면 투자에 따른 만족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이벤트 카오스 던전에 올인되어 있는 재련 재료 수급처도 다양화 시켜야 한다. 주간 레이드나 유령선에서 다량을 획득할 수 있다고는 해도 결국 1주일에 한 번 가능한 콘텐츠에 불과하다. 또한 이 모두 545레벨 캐릭터가 얼마나 많냐에 따라 수급량이 크게 갈린다.


▲ 재련 성공률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지금보다는 나아졌을 것이다


현재 주캐릭터를 육성하는 최고의 방법은 부캐릭터의 육성이다. 심지어 해당 방식으로는 부캐릭터가 사실상 영원히 성장할 수 없는 구조다. 다른 캐릭터를 위함이 아닌, 게임을 즐긴 캐릭터가 성장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콘텐츠간의 밸런스 조절도 필요하다. 이번 시즌은 던전 시즌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던전들로 구성되어 있다. 심지어 신규 레이드와 항해 활동을 통해 획득하는 것도 던전 장비의 재련 재료다. 레이드와 항해로 우마늄과 갈라토늄을 얻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해당 콘텐츠만의 장비와 차별성이 필요한 것이다.


▲ 4단계에서 멈춰있는 레이드 제작. 던전 장비 재련 재료가 아닌 레이드 고유의 장비를 원했다


좋은 예시가 PVP 장비다. PVP 장비는 우마늄과 갈라토늄 없이 고유의 재화로 아이템 레벨을 상승시킬 수 있다. 게다가 재련 재료는 거래가 불가능하며, 본인의 노력에 따라 재료 습득량이 달라지는 방식이다. 평상시 PVP를 즐기던 모험가들에게 나름의 보상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레이드와 항해, 생활에도 고유의 장비를 만들었다면 지금과 같은 현상은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항해 장비의 경우 섬의 마음 보상 혹은 해적 주화 구매 등으로 장비를 획득하고 철갑 청새치로 재료를 얻어 재련한다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처사였을 것이다. 끌망이나 보물 인양, 수중 탐사도 넣었다면 베스트다.


▲ PVP 주간 보상 개편으로 던전 장비와 차별화를 두는 데 성공했다


레이드의 경우 최상위 콘텐츠가 아카테스처럼 애매한 위치가 아닌, 최소한 820레벨 안타레스의 악몽과 동일한 수준이 되었어야 했다. 물론 그 중간 단계에도 전투를 즐길 수 있는 레이드 몬스터가 필요할 것이다. 유명무실해진 5티어 레이드의 레벨을 조정하여 장비 및 재련 재료를 획득하게끔 하는 방법도 있었다.

안타레스의 악몽 또한 경매 외에도 아이템을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 장비는 기습의 대가 각인서가 아니다. 모든 모험가가 반드시 필요한 장비를, 오직 경매로만 얻을 수 있는 방식은 8인 동시 매칭 등의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업데이트의 불만의 최소점은 모험가들과 개발사의 소통을 통해 충분히 완화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시즌이 바뀔 정도의 대규모 업데이트를 이와 관련된 테스트 서버나 모험가들의 피드백 없이 진행된 것은 큰 아쉬움을 남긴다.

로스트아크는 서비스 초기부터 한두 해가 아닌 10년 이상의 오랜 서비스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모험가들이 원하는 부분, 만족할 수 있는 부분을 원활히 캐치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앞으로는 서로 간의 소통을 통해 같은 지향점을 찾을 수 있길 바라본다.

※ 추후 개선 방향이나 추가적인 의견이 있다면 댓글을 통해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