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페온 지역의 스토리는 특이하게도 세렌디아 분기 1,2,3을 이어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세렌디아에서 어떤 분기를 선택했냐에 따라 칼페온에서 경험하는 스토리는 세가지로 갈라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갈라진 분기 이후에는 하나의 공통 스토리로 귀결되며 끝난다.

그래서 이번 칼페온 지역 여정 상편에서는 3개의 스토리 분기 중 가장 첫번째의 이야기를 살펴보려고 한다. 첫번째 분기는 위 세가지 분기 중에서 가장 메인이 되는 스토리 구성을 가지고 있어 다소 많은 내용과 다량의 동영상을 포함하고 있는 분기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내용은 세렌디아 분기 1에서 벨모른이 하이델 시종장 조르다인의 몸을 취한 후의 이야기다. 만약 이전 스토리가 기억나지 않는다면 세렌디아 지역 여정 상편을 참고하길 바란다.

▶검은사막 스토리 #1 - 연대기 상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2 - 연대기 하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3 - 발레노스 지역 여정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4 - 세렌디아 지역 여정 상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5 - 세렌디아 지역 여정 하편 바로가기

*본 스토리 기사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메인퀘스트, NPC 대화, 지식 등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분기란 게임 내 유저의 선택에 따라 에피소드가 달라지는 부분을 뜻합니다.
*약간의 각색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나 게임 내 설정 및 컨셉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 칼페온 분기 1 - 벨모른의 부활 이후


델페 기사단 성
칼페온 입국 허가를 받고 비밀 수호단의 정체를 알게 되다


세렌디아 분기 1에서 벨모른은 하이델 시종장 조르다인의 몸을 취했으나 완벽하게 부활하지 못했다. 이후 흑정령은 조르다인의 몸을 취한 벨모른이 어디로 갔는지 알 것 같다며 칼페온으로 향하는 관문인 '델페 성'으로 모험가를 이끌었다.

칼페온은 이전에 케플란과 하이델을 무력으로 점령했을 정도로 강한 국력을 자랑하는 나라이다. 그 강한 국력을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델페 성으로, 칼페온 지역에 들어가려는 사람은 반드시 이곳에서 입국 심사를 거쳐야 했다.

그런데 모험가가 델페 성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하피들이 떼거지로 몰려와 성을 침략하는 바람에 병사들이 이를 막느라 분주했기 때문이다. 현재 델페 성은 정식 입국심사를 치를 여유가 없는 상태였고, 입국 심사를 간소화하려면 오직 귀족 한명을 신원 보증인으로 세우는 방법뿐이었다. 이를 위해 모험가는 파견 사제 크리스토퍼 바칸트의 조언을 따라 마가렛 단장을 만나러 간다.


▲ 칼페온 지역 경계인 카란다 능선에 위치한 델페 기사단 성

마가렛 단장은 성벽 위쪽에서 한창 하피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마가렛은 모험가에게 하피를 몰아내는데 공을 세워주면 델페 성의 귀족인 윌리어 군장님을 소개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칼페온으로 들어가기 위한 별다른 방도가 없는 모험가는 마가렛의 명령을 따라야만 했다. 그래서 모험가는 작전 회의실로 들어가 다급하게 암호로 쓰여진 작전 지시서를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런데 모험가가 지시서를 마가렛에게 전달하는 순간, 갑자기 덩치 큰 하피가 날아와 그것을 낚아채 가버리고 말았다.

마가렛은 자책하는 모험가를 위로하며 이젠 정면돌파 밖에 없다며 추락한 하피를 조사해 단서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모험가는 쓰러진 하피들의 몸을 뒤지다가 알 수 없는 언어로 된 문서를 발견했다. 문서를 건네받은 마가렛은 하피들의 이런 문자 체계는 처음 보는 것이라며 모험가에게 고마움을 표한 후 이제 약속대로 군장님을 소개시켜주겠다고 했다.


▲ 하피와의 전투로 정신이 없는 델페 성의 상황

한편 브레고 윌리어 군장은 조금 전에 커다란 사건을 경험하고 머리가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모험가는 그를 만나 자신을 '조르다인을 추적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는데, 이 말을 들은 윌리어 군장은 크게 놀라며 조르다인을 쫒는 사람만 오늘 벌써 2번째 본다며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해주었다.

놀랍게도 조르다인은 조금 전 델페 성에 찾아와 윌리어 군장을 위협하고 칼페온에 선전포고를 한 상태였다. 하피를 시켜 델페 성을 공격하게 만든 것도 조르다인이었는데, 그는 그림자 기사단의 힘을 앞세워 칼페온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리고 싶어했다.

윌리어 군장은 조금 전에 젊은 남자와 샤이 한명도 이곳을 지나가며 조르다인을 찾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이 카란다 산 중턱쪽으로 향했다는 말과 함께 모험가의 칼페온 출입을 허가해 주었다. 이 말을 들은 모험가는 그 남자와 샤이가 '에단'과 '야즈'임을 직감하고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 윌리어 군장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조르다인(벨모른)

모험가는 산 중턱을 뒤져 에단과 야즈를 발견했다. 에단은 이전에 벨모른의 부활을 저지하다가 입은 상처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고, 야즈는 그를 치료하며 옆을 지켜주고 있었다.

에단과 야즈는 다시 만난 모험가의 모습을 보고 놀라며 일종의 신뢰감을 느꼈다. 그들은 벨모른의 부활이 완전하지 못하지만, 앞으로 그의 힘은 점점 커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세상에 알려져선 안 될 비밀을 지키는 단체, '비밀 수호단'임을 밝혔다. 그들이 왜 그동안 필사적으로 벨모른을 저지하려 했는지 알게되는 순간이었다.

에단은 모험가에게 깃든 힘(흑정령) 또한 벨모른과 같은 어둠의 힘이라고 일러주었다. 모험가에게 붙어있던 흑정령은 이 말에 크게 동요하며 에단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고 자신을 떼어내면 너는 곧 죽을 것이라 협박했다.

흑정령의 기운을 느낀 에단은 모험가에게 아직 일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다며 모험가에게 붙어 있는 어두운 힘과 벨모른의 힘은 본래 같은 힘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오히려 그 비슷한 성질 때문에 서로 충돌할 것임을 일러주었다. 그러면서 현재 오로엔이 서쪽 거대 농장으로 향해있으니 가서 그녀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 상처입은 에단과 이를 치료하고 있는 야즈

▲ 자신이 비밀 수호단임을 밝히는 야즈



칼페온, 칼페온 북부
조르다인을 추적하고 홍염의 기원을 불러내다


모험가는 그들의 부탁대로 칼페온의 북부 밀농장의 주인 '노먼 레이트'를 만나 오로엔이 이 농장에 온 적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러나 노먼 레이트는 이곳에 출입하는 사람을 자기도 모두 알 순 없다며 출입 기록부를 살펴보더니 현재 마을에 오로엔이라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대신 그녀는 고고학자 '마르타 키옌'이 이전에 오로엔을 만났다고 들었으니 마을 안의 그녀를 찾아가보라고 했다.

마르타 키옌은 비밀 수호단의 존재를 알고 있는 모험가를 보고 그가 왜 오로엔을 찾고 있는지 단번에 이해했다. 그리고 자신을 비밀 수호단보다 우아하고 지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에단처럼 비겁하고 능구렁이 같은 사람과는 절대 같이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 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적어도 일하는 스타일이 완전히 딴판일 것임은 분명했다.

한편 오로엔은 지금 '현자 고르가스'가 지키고 있는 오염된 농장지로 향했으니 그쪽으로 내려가보라고 했다. 대신 칼페온에서 고르가스와 같은 연금술사와 접촉하면 엘리언 교단의 의심을 받을 테니, 그 전에 엘리언 교단 사제와 먼저 만나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 조언해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엘리언 교가 주름잡고 있는 칼페온에서 연금술을 행하는 사람은 이단으로 분류되기 때문이었다.

마르타 키옌이 말해준대로 북부 농장 지대 한 곳엔 산페욘이라는 엘리언교 사제가 있었다. 그는 죽어 있는 한 남성의 시체가 발견된 현장에 나가 있었는데 이를 가리켜 '엘리언 님의 힘을 믿지 않는 자의 말로'라며 이런 불경한 짓을 할 사람은 연금술사 고르가스 밖에 없다고 분노했다. 그리고 모험가에게 당신은 칼페온 사람이 아니라 경계가 느슨할테니 그것을 이용해 고르가스의 환심을 사고 몰래 그를 조사해달라고 부탁했다.


▲ 고르가스에게 향하기 전 엘리언교 사제를 먼저 만나보라고 조언하는 마르타 키옌

▲ 북부 농장 지대에서 의문사한 남성

▲ 이단 연금술사 고르가스를 의심하는 산페욘 엘리언교 사제

모험가는 덕분에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고 대연금술사 고르가스를 만났다. 그러나 오염된 농장지 어디에도 오로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모험가는 고르가스에게 혹시 오로엔이 이곳을 다녀갔냐고 물었는데, 고르가스는 모험가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어두운 기운을 가진 자에게는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고르가스는 모험가에게 붙어 있는 흑정령의 존재를 느끼고 그를 수상한 사람으로 의심한 것이다.

고르가스는 자신에게 무언가를 얻어가고 싶다면 모험가 스스로 어둠에 사로잡힌 사람이 아님을 증명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 증거로 농장 주변에 있는 어둠의 하수인들을 물리쳐 보라고 제안했다.

모험가는 이 말을 듣고 손쉽게 농장지 주변의 임프들 몇마리를 제거하고 어둠의 기운이 뿜어져나오는 산양해골더미를 파괴해 보였다. 이를 본 고르가스는 그제서야 안심하고 조금 전 오로엔이 이곳에 다녀갔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해골더미를 파괴하며 자신이 어둠에 물들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모험가

사실 고르가스는 이전부터 어둠의 하수인들을 처리하기 위해 오염된 농장지에 와 있었다. 그는 여명초라는 약초를 이용한 주술로 땅을 조금씩 정화시키고 있었는데, 그러던 와중 오로엔이 찾아와 어둠의 군주 벨모른이 부활했음을 알려주었다. 이 말을 들은 고르가스는 이제 지금과 같이 여명초를 이용한 주술로는 어둠을 정화할 수 없을 것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칼페온 신성대학에 있는 자신이 아는 벗들(알루스틴,프레하라우)을 만나 그들에게 조언을 구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 순간 고르가스와 함께 있던 리베로는 자신들을 지켜보는 '의문의 시선'을 느꼈다. 그는 주위를 황급히 둘러보면서 '시간이 촉박한 듯하니 오로엔은 어둠의 기운이 뻗어나오고 있는 난민촌 상황을 파악하고 칼페온 대학에서 고르가스와 합류하자'고 제안했다. 그런 리베로의 제안에 오로엔은 곧바로 난민촌으로 향했고, 고르가스와 리베로는 이제 칼페온 대학으로 떠나려던 차였다.

이야기를 마친 고르가스는 모험가에게 현재 난민촌을 조사하러 간 오로엔을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령 벨모른을 마주치더라도 절대 직접 맞서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다. 한 고서에 따르면 지금의 벨모른은 절대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 고르가스를 찾아온 오로엔

▲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이제 난민촌을 들러 신성대학으로 향해야 한다.

난민촌의 상황은 생각보다 끔찍했다. 그곳엔 칼페온에서 쫓겨난 빈민과 난민들이 모여있었는데, 대부분 이상한 소리를 내며 마치 좀비처럼 숲을 배회하고 있었다. 더 이상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으며, 몇몇 사제들과 병사들은 그곳을 지키며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모험가는 오로엔을 찾아 난민촌 안쪽을 돌아다니다가 조그만 폐건물 위에 몰래 웅크리고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오로엔은 모험가를 마주치고 조금 놀랐지만 이내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그녀가 가르킨 곳에는 음침한 제단이 놓여있었고 놀랍게도 그 앞에는 어둠에 물든 조르다인이 있었다.

조르다인은 한 난민 여성을 높은 곳에 묶어두고 끔찍한 주술을 행하고 있었다. 여성은 괴로워하며 몸부림쳤고, 이내 검은 기운이 뿜어져나와 그녀로부터 수많은 감염자들이 만들어졌다. 오로엔과 모험가는 그 광경을 보고 기겁하며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 몰래 숨어 조르다인을 지켜보는 오로엔

▲ 어둠의 주술로 감염자를 만들어내는 조르다인

안전한 곳으로 피한 오로엔은 이내 침착함을 유지하며 모험가에게 이곳의 책임자 비파체를 만나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 사이 자신은 증거를 정리해서 칼페온 신성대학으로 갈 것이라 말했다.

알고보니 비파체는 현재 난민촌에서 구호활동을 하며 엘리언교를 전파하고 있는 거만한 사제였다. 그는 모험가를 보더니 죽어버린 자는 영원히 안식을 취해야 한다며 감염되어 좀비가 된 자들을 처리해 달라고 했다. 모험가는 그 말을 따라 감염자들을 상당수 처리한 뒤 돌아갔지만, 비파체는 고마워하기는 커녕 이제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엘리언교 본청에 가서 수련사제와 함께 현황을 보고하라고 했다.

모험가는 엘리언교 본청에서 미하일이라는 수련사제를 만나 비파체 사제가 말한 현황보고를 함께 하자고 말했다. 그런데 미하일은 어이없다는 듯 인상을 쓰며 현황 보고 따위가 무엇이 중요하냐고 툴툴거렸다. 그리고 그는 아직 자신의 몫도 챙기지 못했다며 재수없게 하지말고 물러가라고 엄포를 놓았다.


▲ 난민촌으로 파견나온 엘리언교 사제 비파체

▲ 자신의 몫에만 관심이 있는 수련사제 미하일

엘리언교 본청에서 쫓겨난 모험가는 이제 약속대로 칼페온 신성대학으로 향했다. 모험가가 도착했을 땐 이미 연금술사 알루스틴, 프레하라우, 고르가스가 모여 앞날을 의논하고 있었다. 알루스틴은 모험가를 보고 마침 잘 왔다며 오래전 자신이 칼페온 첨탑에 숨겨놓은 '희망'을 다시 꺼낼 때가 되었다 했다.

알루스틴의 말에 따라 모험가가 첨탑에 올라가 오랜 유물을 꺼냈을즈음 오로엔도 딱 맞춰 신성대학에 도착했다. 오로엔은 난민촌의 상황과 조르다인의 어두운 주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그 얘기를 듣던 프레하라우는 조르다인의 의지는 얼마 못 가고 곧 벨모른이 완전히 그를 잠식할 것이라 말했다.

오로엔은 이에 맞설 수 있는 빛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그 힘은 홍염, 청수, 대지의 기원이 조화를 이루어 발산하는 빛이었으나, 인간들의 탐욕으로 힘을 잃은 뒤 세계는 어둠과 함께 여러 재난을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고귀한 빛은 고대 기원의 수호자를 통해 다시 깨울 수 있다고 했다. 이 빛을 가지고 엘리언교에서는 엘리언의 빛이라고 불렀다.

이 말을 들은 프레하라우 촌장은 그건 단순한 미신이나 전설일 뿐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알루스틴은 달랐다. 그는 일생 동안 그를 깨우지 않기로 약속했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더니 곧 모험가가 가져온 유물을 꺼내 주문을 외웠다.

▲ 알루스틴이 칼페온 첨탑에 숨겨놓았던 고대 유물이 있는 장소

그러자 유물에서 아름다운 빛이 뿜어져나오더니 이내 스스로 빛을 발하는 불꽃의 형태가 되었다. 알루스틴은 그 불꽃을 홍염의 기원이라 불렀는데, 세상이 긴 시간 빛을 잃고 어둠의 힘으로 혼란스럽다며 그에게 도와달라 간청했다. 홍염의 기원은 '어둠은 인간들 스스로 원한 것'이지만, 긴 시간 빛을 잃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며 청수의 기원과 대지의 기원을 깨우라고 명령했다. 그 뒤 이 셋을 어우러지게 하면 '단 한번 고귀한 빛으로써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알고보니 알루스틴이 미신처럼 내려왔던 고대 기원의 수호자였던 것이다. 알루스틴은 오로엔에게 플로린의 작은 동굴로 가서 청수의 기원을 연구했던 카프라스를 찾아보라고 했다. 이후 대지의 기원은 에단에게 맡길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고르가스와 프레하라우를 데리고 질병이 돌고 있는 케플란으로 향했다.

한편 오로엔은 모험가에게 자신이 청수의 기원을 찾는 동안 대지의 기원을 추적해달라고 부탁했다.

▲ 고대 기원의 수호자, 알루스틴

▲ 홍염의 기원


브리나무 유적
흑정령의 각성과 대지의 기원을 얻어낸 에단


모험가는 오로엔의 말에 따라 대지의 기원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향한 브리 나무 유적지 입구에는 검은 두건을 쓴 의문의 추적자가 기다렸다는 듯 돌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는 모험가를 보더니 자신을 기억하냐면서 현재 유능한 고고학자에게 유적지 해석을 의뢰했으나 조사를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 유적지를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에단이 대지의 기원을 담을 그릇을 들고 올 동안 어둠의 힘에 반응해서 깨어난 고대 병기를 토벌해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부탁에 따라 모험가는 돌덩이로 이루어진 유적 골렘과 유적 거미 등을 처치해 나갔다. 그러자 브리 나무 고대 유적에서 느껴지던 불안정한 진동이 조금 잦아들었다. 그렇게 유적을 안정시킨 후엔 유적지를 조사하고 있는 고고학자 마르타 키옌을 만날 수 있었다.

의문의 추적자는 마르타 키옌에게 이 유적지에서 '고대의 빛'을 찾아줄 것을 부탁했다. 마르타 키옌은 그 미신으로 내려오던 힘을 말하는 것이냐며 흔적을 조사해 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때 고블린 인부 한 명이 다급히 뛰어오며 마르타를 불렀다. 그는 발굴장에 괴물이 나타났다고 소리치더니 이내 기운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 발굴장에 괴물이 나타났다고 알리는 고블린 인부

놀란 마르타는 모험가에게 서둘러 발굴장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모험가가 들어간 유적지 지하에는 역시나 고대 병기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수상하리만큼 단단한 돌문을 지키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고대 병기와 돌문을 부수고 들어간 자리에는 익숙한 고대 유물이 있었다. 그 유물은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었고, 또다시 모험가에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흑정령은 아직 벨모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검은 기운이 느껴진다며 유적에 손을 대보라고 했다. 분명히 흑정령은 이전처럼 이 힘을 흡수하길 원하고 있었고, 모험가는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 말을 들었다.

그러자 이전과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췄고, 유적을 지키던 고대 수호병들도 모두 동작을 멈췄다. 오직 흑정령만이 여유롭게 그 사이를 날아다니며 유유히 유물을 취했다.

"어둠은 인간의 양면성. 염원. 새로 태어난 희망."

고대인의 조각난 메시지가 들려왔다. 흑정령은 그 힘을 전부 취하고 나서 아주 만족한다는 듯 크게 웃었다. 그리고는 우리가 유물을 취하는 동안 위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졌다며 마르타 키옌에게 돌아가보라고 말했다.

알고보니 모험가가 지하에서 어둠의 힘을 취하는 사이 에단이 이미 다녀갔던 것이다. 에단은 마르타 키옌을 만나 대지의 기원을 불러내는 주문을 외웠고, 약간의 시험을 치른 뒤 무사히 그를 그릇에 담는데 성공했다. 이후 에단에 대해 물어보는 모험가에게 마르타는 '에단 따위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야즈가 그를 케플란으로 데려가 치료할 것이라 말했다.


▲ 고대유적의 수호병 처치

▲ 고대 유물과 병기, 그 힘을 흡수하려는 흑정령

▲ 대지의 기원을 그릇에 담는데 성공한 에단



카프라스 동굴, 글루토니 동굴
쓰러진 오로엔, 그리고 마침내 얻어낸 청수의 기원


대지의 기원을 얻었으니 이제 청수의 기원만 남았다. 그런데 여전히 소식이 없는 것을 보니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모험가는 오로엔이 향했던 카프라스 동굴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카프라스 동굴은 카프라스가 생전에 청수의 기원에 대해 연구했던 곳으로 모험가는 그곳에서 필랑스라는 샤이족을 발견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온통 먼지를 뒤짚어 쓴 채 초라한 모습이었는데, 동굴 밑으로 내려가려는 모험가를 말리며 그곳은 위험하 절대로 가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모험가는 오로엔을 찾아야만 했다. 알고보니 동굴 밑에는 이미 흑정령이 깃들어 미쳐버린 사람들이 즐비했는데, 모험가는 죽일듯이 덤비는 이들을 처치하고 동굴의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흑정령의 '정'이 분출되고 있는 유물, '카프라스의 봉인'을 발견했다.(흑정령의 '정'이란, 검은돌이 큰 충격을 받거나 강한 자력에 노출되었을 때 방출되는 것으로, 검은돌을 다시 만날 때까지 생명체의 뇌수의 기생하며 뇌파에서 발생하는 전기를 먹고 산다.) 이전 어떤 것보다 사악하고 강한 기운이었다. 이 때문에 이곳을 탐험하던 사람들이 미쳐버린 것이 분명했다.

▲ 어둠의 기운이 분출되고 있는 카프라스의 봉인

모험가는 그곳에 조르다인의 기억이 남아있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을 갖다대자 순간적으로 그곳에 있었던 일들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졌다.

모험가를 동굴 안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말렸던 필랑스라는 샤이는 사실 이전에 오로엔과 함께 이곳으로 내려왔다. 필랑스는 옛날부터 카프라스와 알고 있는 사이인 듯했다. 모두 두려워했지만 유독 카프라스 만이 이 장소를 좋아했다며 그를 소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얘기를 나누면서 깊은곳으로 내려가던 중 오로엔은 순간적으로 오싹함을 느꼈다. 무심코 내려간 곳에 바로 조르다인, 아니 벨모른이 있었던 것이다. 조르다인은 점점 벨모른에게 삼켜지고 있는지 정신이 오락가락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버린 세렌디아와 원수 칼페온을 비롯해 이 세상을 파멸시키기 원했다.

이미 조르다인을 맞닥뜨린 상황에서 오로엔은 도망칠 수 없었다. 오로엔은 침착하게 그에게 화살을 쐈으나 아무런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제압당한 오로엔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쓰러져야만 했다. 조르다인은 약하고 순수한 그녀의 영혼을 탐하며 그녀에게 어둠의 각인을 새겼다. 이제 그녀는 매일을 공포에 떨다가 조르다인의 심복이 될 운명이 되었다. 한편 필랑스는 가까스로 몸을 숨기고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 카프라스의 동굴로 내려가는 필랑스와 오로엔

▲ 오로엔에게 어둠의 각인을 새기는 조르다인

모험가는 기억을 엿본 뒤 잽싸게 동굴 입구로 뛰어올라가 다시 필랑스를 만났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다. 필랑스는 그 기억을 보고도 미치지 않은 모험가를 보고 놀라며 오로엔은 플로린 마을 사람들이 치료를 위해 데려갔다고 말했다.

플로린 마을은 카프라스 동굴 바로 옆에 위치한 샤이족의 마을로 발렌타인 촌장이 다스리고 있는 평화로운 곳이었다. 오로엔은 바로 그 마을 촌장의 별채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촌장은 그녀의 신체를 잠식한 검은 기운이 도무지 정화되지 않는다면서 그녀는 현재 온전히 정신력만으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오로엔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자신을 찾아온 모험가를 알아보았다. 그녀는 벨모른이 현재 고대 트롤들을 다시 깨워 칼페온 수도를 함락하려고 하고 있으니 빨리 청수의 기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필랑스는 분명히 무언가를 알고 있다며 그를 찾아가보라는 말을 남겼다.


▲ 쓰러진 오로엔

모험가는 그 말을 듣고 다시 카프라스 동굴로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입구에서 필랑스를 만나 그를 심문했다. 필랑스는 말을 더듬으며 만약 내가 오로엔을 지하로 안내하지 않았다면 내가 벨모른에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라며 어쩔 수 없었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모험가는 크게 격분했다. 필랑스는 아래에 벨모른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오로엔을 데려간 것이었다. 그는 이제 용서를 구걸하며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말할테니 혼자 조용히만 살게 해 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그는 카프라스가 청수의 기원을 연구하던 비밀 서고의 존재를 말해주었다. 현재 그곳은 코이라는 샤이가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 용서를 구걸하는 필랑스

모험가는 필랑스가 알려준대로 동굴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돌로 막혀져 있던 비밀 출입구를 열었다. 그 안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고서들이 빼곡히 쌓여 있었고, 샤이족 몇 명이 그 안에서 몇몇 서적을 뒤적이고 있었다.

모험가는 그곳을 관리하고 있던 코이를 만나 청수의 기원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 샤이족도 그런 존재를 단순히 미신으로만 알고 있었던 탓에 청수의 기원에 관한 것은 먼지 쌓인 책들 어딘가에 있을테니 스스로 찾아보라고 말했다.

굉장히 많은 책더미 속에서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포기하려던 찰나 모험가는 가까스로 청수의 기원에 대한 정보를 찾아냈다. 분명히 그림을 보았을 때 청수의 기원이 맞는 것 같았다. 그러나 문자가 고대어로 적혀있어 하나도 알아볼 수가 없었다. 코이 또한 그 책을 보더니 스승님은 대체 이런걸 어디서 구한거냐며 자신도 이건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험가는 유능한 고대어 전문가를 한명 알고 있었다. 바로 고고학자 마르타 키옌이었다.


▲ 카프라스의 제자, 코이

▲ 먼지가 쌓인 책을 뒤져 청수의 기원에 대해 알아내기

모험가는 일을 마치고 북부 밀농장으로 돌아간 마르타 키옌을 다시 만났다. 키옌은 모험가가 내민 책을 보고 청수의 기원에 대한 책이 맞지만 자신도 이 책은 해석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이 책은 고대어 중에서도 가장 난해하기로 유명한 카르티안어로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마르타 키옌은 이 문자를 조금이나마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은 언어학자 라피 베드마운틴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전에 에단과 함께 다니며 고대 유적을 조사하던 드워프였다. 키옌은 현재 그가 마르니 농장 폐허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니 한번 찾아가보라고 했다.

모험가는 마르니 농장 폐허에서 혼자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는 라피 베드마운틴을 발견했다. 라피는 모험가가 내민 책을 잽싸게 낚아채더니 아주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보통의 학자라면 아마 그냥 화톳불에 던졌을 거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다만 해석하는 데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하니 그 사이에 폐허에 있는 괴물들을 조금 처리해 달라고 했다.

▲ 언어학자 라피 베드마운틴


폐허에는 난생 처음 보는 괴물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어떤 생명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그것은 단지 쓰레기와 진흙이 뭉쳐진 덩어리들이었기 때문이다. 이 괴물체가 탄생한 원인은 여태까지 밝혀진 것이 없으나 이전에 마르니라는 미친 과학자의 결과물이라는 소문만 무성했다.

모험가는 라피의 말대로 이 폐허 괴물들을 약 20마리 정도 처치하고 돌아갔다. 라피는 생각보다 금방 돌아온 모험가를 보고 아직 해석이 덜 끝났으니 폐허 어딘가에 있을 마르니의 일지를 한번 찾아봐달라고 했다. 그렇게 모험가는 다시 폐허로 들어가 그곳의 쓰레기 더미들을 헤치고 건물들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한 2층 집에서 '엘리언력 471년, 오크 결합 실험 기록'이라고 쓰인 마르니의 일지를 한 권 찾아냈다.


▲ 마르니 농장 폐허의 쓰레기 괴물들

▲ 폐허에서 찾아낸 미친 과학자 마르니의 일지

라피 베드마운틴은 카르티안어가 매우 난해하다며 그동안 겨우 문장 하나를 해석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문장에는 '글루토니 동굴'이라는 단어가 적혀있었는데, 그곳은 마르니의 실험터 지하에 있는 음습한 곳이었다. 라피는 또한 야즈가 간밤에 꿈에서 글루토니 동굴을 봤다고 했다면서 그 동굴로 가볼 것을 추천했다.

아니나 다를까 글루토니 동굴 입구에는 이미 야즈가 와 있었다. 그런데 그는 동굴로 들어가지 못하고 조마조마하고 있었는데, 꿈에 자신을 부르던 어떤 존재를 확인하고 싶지만 너무 무서워서 들어가지 못하겠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모험가는 이런 야즈 대신 동굴로 들어가 청수의 기원을 찾아보기로 했다.

모험가는 글루토니 동굴 깊숙한 곳에 들어가 파란색 뭉게구름 같이 생긴 청수의 기원을 발견했다. 하지만 청수의 기원은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내린 빛은 삼일의 어둠보다도 위험하다'며 하얀 수호자들과 겨루어 이겨내면 자신의 힘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그가 말한 하얀 수호자는 글루토니 동굴에 서식하고 있는 하얀 괴물 글루토니들이었다. 글루토니는 그 크기에 따라 작은 글루토니, 변종 글루토니 등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모험가는 차근차근 이 글루토니들을 처치해 나갔다.

청수의 기원은 시험을 이긴 모험가에게 약속대로 자신의 힘을 빌려주었다. 그렇게 드디어 홍염, 대지, 청수의 기원이 모두 모이게 되었다. 이젠 이 셋을 하나로 뭉쳐 세상에 빛을 선물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 글루토니 동굴 입구에서 자기의 꿈을 확인해보고 싶은 야즈

▲ 청수의 기원

▲ 청수의 기원이 내린 시험을 받고 글루토니를 처치하는 모험가



트리나 요새, 트리나 봉화대
다시 찾아온 빛, 물러나는 어둠


모험가는 케플란 마을로 돌아가 에단을 간호하고 있는 야즈를 만나 청수의 기원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야즈는 청수의 기원을 들고 자신을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야즈를 따라간 곳에는 알루스틴과 고르가스, 프레하라우가 있었는데 그들은 오로엔 대신 모험가가 온 것을 보고 그녀에게 무언가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다. 너무 많은 희생이 따른다며 안타까워하던 그들은 이내 모험가에게 감사를 표한 뒤 기원의 빛을 발현하는 의식을 시작했다.

그러자 세 기원이 어우러지며 밝은 광채를 뿜어냈다. 기원의 빛은 너희들의 의지와 신념을 확인했다며 약속대로 고귀한 빛으로써 너희를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나는 고대의 빛... 너희를 수호할 의무가 있다."
"나는 나를 창조한 자의 의지. 그 의지에 따라 너희를 돕겠다."
"너희가 원하는 순간, 나의 빛으로 단 한 번 어둠의 힘을 약화해 주겠노라. 어둠과 싸우는 자여."
"너만이 이를 이행할 자격이 있다. 나를 받아들여 어둠을 정화하도록 하라."

놀랍게도 기원의 빛은 모험가를 택했다. 모험가만이 이를 이행할 자격이 있다면서 말이다. 흑정령 또한 찝찝하지만 세상이 멸망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그 빛을 받아들이라고 속삭였다.


▲ 기원의 빛을 발현시킬 마지막 조각, 청수의 기원을 전하는 야즈

▲ 세 기원이 합쳐져 기원의 빛이 탄생하는 순간

▲ 고대의 빛, 인류를 수호할 희망의 탄생

알루스틴은 벨모른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트리나 요새에 사우닐이 몰려들고 있다고 했다. 그 사우닐들이 이상할 정도로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며 요새로 진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벨모른의 힘에 지배당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 요새가 함락되면 북쪽 트롤의 공세와 함께 칼페온은 함락되고 말 것이었다. 이는 칼페온의 멸망을 바라던 조르다인의 의지와 벨모른의 사악함이 합쳐진 결과였다.

모험가가 도착한 트리나 요새는 이미 거의 함락당하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수많은 병사들이 사망했고, 대부분이 부상을 당하고 막사에 누워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 사이 사우닐들은 요새 안쪽까지 밀고 들어왔고, 남은 병사들은 최후의 결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모험가는 요새 입구에서 무역 관리인 커클라스를 만나 부족한 보급품을 요새에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다. 트리나 기사단의 보급 교관인 베키는 모험가가 가져온 보급품을 보고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한편으론 현재 자신의 사촌이 기사단에 입단하여 신기전 부대로 배치받았는데 본래 큰 소리와 화약을 무서워 하는 아이라며 용기를 북돋워달라고 부탁했다.


▲ 트리나 요새에서 사우닐과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병사들

▲ 다친 부상병들을 돌보고 있는 베키

모험가가 성채 위를 올려다보니 발사되지 못하고 있는 신기전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곳엔 베키가 말한 사촌이 있었는데 그는 기사단 지원을 후회하며 낙담중이었다. 모험가는 그를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준뒤 그를 도와 요새 밖 사우닐에게 정조준되어있는 신기전을 발사했다.

이 모습을 본 베키는 이후 모험가에게 정식으로 도움을 요청하며 요새의 꼭대기에서 사령관 프리드리 토프릭슨을 만나보라고 권했다. 그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도움을 주겠다는 모험가를 보고 매우 기뻐했다. 그는 트리나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모험가에게 전장으로 나가 마음껏 공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

그렇게 모험가의 사우닐 토벌이 시작됐다. 모험가는 능숙한 솜씨로 사우닐 수십마리를 베어 넘겼지만 어찌나 수가 많았던지 그만큼의 무리가 또 덤벼왔다. 그렇게 거의 100마리가 넘는 수를 해치우고 체력이 한계에 다다랐을 즈음, 흑정령이 나타나 사우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속삭였다. 그는 사우닐들이 어디론가 모여들고 있는데 그곳에 분명히 벨모른이 노리는 유물이 있을 것이라 했다. 흑정령의 계획은 그런 사우닐의 우두머리를 제거하고 벨모른을 끌어내자는 것이었다.


▲ 트리나 요새 사령관, 프리드리 토프릭슨

▲ 치열한 사우닐과의 전투

모험가는 흑정령이 인도하는 장소로 향해 사우닐 공성 대장을 발견했다. 공성대장은 일반적인 사우닐에 비해 여섯배는 커다란 몸집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 강철처럼 단단하고 거대한 꼬리를 이용해 모험가를 공격했다. 하지만 그런 사우닐 대장도 강력한 흑정령의 힘을 보유한 모험가를 이길 수는 없었고, 상당한 접전끝에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트리나 기사단 기술교관 제라드 머첼로는 모험가의 활약에 감탄했다. 하지만 대장이 없어졌음에도 여전히 사우닐들의 공세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들의 실질적인 대장이 바로 조르다인(벨모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제라드는 정예 척후병을 통해 벨모른의 위치를 확인했고, 이제 기원의 빛을 지닌 모험가를 그곳에 보내 그를 저지할 일만 남았다.

모험가는 먼저 벨모른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는 척후병들과 접선했다. 척후병들이 몰래 지켜보고 있는 언덕 아래에는 정말 조르다인이 있었는데, 멀리서 보기에도 그의 상태는 어딘가 이상해보였다.


▲ 사우닐 공성대장과의 전투

▲ 벨모른을 추적하고 있는 병사

조르다인은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니, 혼잣말이 아니라 벨모른과 대화하고 있는 듯했다. 조르다인의 입에서 분명히 그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번갈아가며 울려퍼졌다. 조르다인은 칼페온의 멸망을 앞두고서 곧 자신이 왕이 될 수 있을것이라는 야망에 불탔다. 하지만 벨모른의 생각은 달랐다. 이제 조르다인의 육신을 완전히 차지할 때가 온 것이다.

조르다인의 영혼은 본래 칼페온에 대한 순수한 분노로 불타고 있었고, 벨모른은 이러한 점을 탐했다. 하지만 칼페온의 멸망을 앞둔 시점에서 조르다인의 영혼은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이제서야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 조르다인은 벨모른을 저주했으나, 벨모른은 아랑곳하지 않고 조르다인의 육신을 완전히 지배해버렸다. 완벽한 육신의 형체로 돌아온 벨모른에게 그림자 기사단은 충성을 맹세했고, 벨모른은 본인의 거대한 용을 불러내어 칼페온 도시의 모든 것을 불태울 것을 명했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본 정찰병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서 돌아가 이 사실을 알려야만 했다. 그리고 모험가에게도 지금이 벨모른을 물리쳐야 하는 순간이었다. 더 이상 시간이 지체되면 그 때는 돌이키지 못할 것이다. 흑정령은 고대의 빛을 이용해 벨모른의 힘을 약화시키면 지금의 모험가도 충분히 벨모른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 벨모른에게 육신을 빼앗기는 조르다인

▲ 완벽한 힘을 되찾은 벨모른

모험가는 순간적으로 벨모른에게 돌진해 알루스틴이 준 고대의 빛을 사용했다. 그러자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빛이 뿜어나와 벨모른의 주위를 감쌌다. 강력했던 벨모른의 힘이 조금 약화되는 것이 느껴졌다. 벨모른은 모험가를 보고 분노했다. 지금이 그를 완벽히 처치할 기회다.

하지만 벨모른은 약화된 뒤에도 강력한 힘을 자랑했다. 그는 능숙하게 검을 휘두르며 순간적으로 모습을 숨기고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난생 처음보는 움직임이었다. 거기에 주변을 보좌하던 몇몇 그림자 기사단이 함께 덤벼드는 바람에 모험가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힘이 약화된 벨모른은 시간이 갈수록 힘들어 하는 기색이 역력해졌고, 결국에는 모험가가 휘두른 칼을 피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승리감에 젖은 흑정령은 이제 벨모른의 힘도 내 것이라며 아주 신이 났다. 이제 벨모른이 노리던 유물의 힘을 자신이 가로채서 흡수하는 일만 남았던 것이다. 흑정령이 노리는 그 유물은 트리나 요새 위쪽 언덕으로 펼쳐진 트리나 봉화대에 있었다. 그리고 그곳엔 역시나 아주 익숙한 느낌의, 피라미드 형태의 고대 유물이 있었다.


▲ 벨모른과의 결전

▲ 피라미드형 고대 유물

흑정령은 모험가에게 어서 이 유물을 작동시키라고 속삭였다. 그런데 모험가가 유물에 손을 대려던 순간, 뒤쪽에서 거대한 어둠이 느껴졌다. 그 기고만장하던 흑정령조차 두려워할 정도의 어둠이었다. 그리고 그곳엔 놀랍게도 오로엔이 있었다.

벨모른은 이전 카프라스 동굴에서 오로엔에게 어둠의 각인을 새겨놨었다. 고대의 빛 때문에 조르다인의 몸을 잃은 그가 이제는 오로엔의 몸으로 옮겨간 것이다. 벨모른은 오로엔의 목에 칼을 대며 이 엘프 여자를 살리고 싶다면 유물을 작동시키라고 명령했다. 유물의 힘을 이용해 잃어버린 힘을 다시 되찾으려는 속셈이었다.

천하의 흑정령도 어쩔 줄 몰라했다. 벨모른은 상처를 입었지만 여전히 강력했고, 유물을 작동시키면 그 힘을 벨모른에게 고스란히 빼앗길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벨모른은 상처를 입고 오로엔의 몸으로 옮겨간 터라 아직 그녀의 몸을 완벽히 취하지 못했다. 오로엔 역시 자신의 몸을 빼앗기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하며 애쓰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목에 칼을 대고 있는 오른손을 다른 한 손으로 꽉 움켜지며 최선을 다해 버텼다. 그리고 모험가에게 어서 에단이 준 목걸이를 사용하라고 외쳤다. 예전 글리시 마을에서 나가족을 상대할 때에 에단이 떨어뜨렸던 목걸이였다.(세렌디아 여정 상편 참조.)


▲ 신이 나서 유물의 힘을 흡수하려는 흑정령

▲ 오로엔의 몸을 취한 벨모른

오로엔은 에단의 목걸이를 사용하면 쇠약해진 벨모른을 추방시킬 수 있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흑정령은 오히려 반대로 애가 탔다. 목걸이를 사용하면 유물의 힘이 사라져버릴 것이고, 그러면 자신은 더 이상 그 힘을 취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목걸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벨모른이 다시 부활할 것이다.

그 순간, 벨모른이 강력한 힘을 사용해 유물을 작동시켰다. 피라미드 모양 유물이 제멋대로 열리고 어둠의 힘이 뿜어져나와 오로엔에게로 흘러들어갔다. 모험가는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이 없었다. 이 힘을 비록 취하지 못하게 된다 해도, 벨모른의 부활은 막아야만 했다.

모험가는 가지고 있던 에단의 목걸이를 오로엔에게 힘껏 던졌다. 목걸이가 미끄러지듯 구르며 오로엔의 발 밑에 떨어졌고, 그곳에서 신비한 빛이 뿜어져나왔다. 그러자 오로엔에게로 흘러들어가던 어둠의 힘은 신기하게도 방향을 틀어 에단의 목걸이로 빨려들어갔다. 그 힘을 갈구하며 부르짖던 벨모른과 함께.

일련의 소동 끝에, 오로엔은 다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때, 죽은줄로만 알았던 조르다인도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벨모른에게 빼앗겼던 본인의 몸을 되찾은 듯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만 남긴채 이내 자취를 감췄다. 고대 유물은 고요해졌고, 흑정령은 코앞에서 유물의 힘을 놓쳐버린 탓에 억울하다는 듯 울고 있었다.


▲ 벨모른은 사라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취를 감춘 조르다인



에페리아 항구
작별인사


그 일이 있은지로 얼마 뒤, 에단을 비롯한 비밀 수호단이 메디아로 떠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모험가는 그동안 기나긴 여정을 함께했던 그들을 배웅하기 위해 에페리아 항구마을로 향했다. 항구에는 이미 에단 일행과 알루스틴 일행이 모두 모여있었다.

준비가 끝나가는 배 위에서는 야즈와 라피 베드마운틴이 커다란 나무상자를 두고 자기가 먼저 찜했다며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고, 에단과 오로엔은 알루스틴 일행과 가벼운 작별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이내 그들은 자신들을 찾아온 모험가를 보며 감사를 표했다. 이번 여정 속에서 오로엔은 모험가 덕에 목숨을 건졌고, 벨모른의 음모 역시 성공적으로 저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험가는 에단의 목걸이를 돌려주려했지만 그는 이내 사양하고 모험가에게 주었다. 또한 이제 비밀 수호단은 메디아에 생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출항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갖고 있을 때, 야즈의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곧 출항한다며 빨리 올라타라는 신호였다. 그렇게 에단과 오로엔은 메디아로 향하는 배에 올라탔고, 마지막으로 배 위에서 손을 흔들며 먼 길을 떠났다.


▲ 작별인사를 나누는 비밀수호단과 알루스틴 일행

▲ 앞으로 모험가는 비밀 수호단과 다시 만나게 될까?

▲ 메디아로 떠나는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