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소방관님이 이야기해주신] 화재가 났을 때 살아남는 방법 세가지

1. 모든 방문을 조금이라도 열고 자면, 화재 발생을 초기에 알 수 있다. 
2. 화재 발생 초기에 가정용 소화기를 사용하는 것은, 불이 번진 후 소방차 10대보다 효과적이다. 
3. 로프 5m만 미리 준비해놓으면, 최악의 경우 아랫 집으로 도망가서 목숨을 건질 수있다. 


요즘 날이 따듯해져서 인라인을 타고 있습니다. 
제가 가는 인라인 트랙 옆 운동장에서 몇일전부터 소방관님들이 훈련을 하고 계셨습니다. 
고생이 참 많으시네.. 하면서 몇일을 봐왔는데, 오늘은 그 중에 한분께서 다가오셔서 말을 걸어주셨습니다.
"인라인 타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훈련 중이실때 제가 인라인하키 채를 들고 타시는 모습에 호기심이 생기셨나봅니다. 
이런 저런 인라인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다리 운동에 좋고, 넘어지지만 않으면 무릎 건강에 정말 좋다고. 

저만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다가, 제가 늘 궁금했던 점을 여쭤봤습니다.
"예전에 어느 기사를 보니, 방화복을 개인적으로 구매하셔서 입으신다던데 요즘은 좀 나아지셨나요?"
조금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좋지 않은 교통환경"에 대해서 분노하셨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갈수만있으면 좋겠는데, 서울 시내 교통환경이 정말 좋지 않다구요.

화재가 일어난 본인들에게는 1분이 1시간 같겠지만, 빨리 가려고 노력한 소방관들에게
""소방관이 늦게 와서 집이 다 탔다. 옆집까지 탄건 너네가 늦게 와서 그런거니 니네가 책임져라" 
이런 말들과 정부 민원과 민사 소송, 막무가내 언론에 상처입으신 섭섭한 마음을 내보이셨습니다. 
본인들은 정말 빨리 가고 싶다시면서요.

그리고 불이 나면 소방소는 2차적인 기관임을 아셔야 하신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불이나면, 가급적 불이 난곳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 소방차는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출동하는 것이지
불이 났다고 119에 전화걸면, 소방차가 하늘을 날라서 즉시 도착할수있는게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러시면서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화재는 초기에 잡으면 정말 좋겠죠?"
"네~!!"
"한밤중이라도 불이 났다는 것을 어떻게 하면 빨리 알아낼 수 있을까요?"

저는 당황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금새 알아차렸습니다.
"경보기???"
저의 짧은 대답에 소방관님께서 웃으시면서
한밤중에 경보기 오작동으로 인한 소음과 그로 인한 소동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해주셨습니다. 

"왜 화재가 발생하면 사람들이 방을 못나오는 줄 알아요? 그건 화재가 이미 심해져서 방 밖이 불과 연기로 가득찼기 때문입니다.
불은 처음에 작게 시작해도 연기를 내뿜습니다. 연기는 위가 가득차서 갈데가 없어지면 밑으로 내려오기 시작하죠. 
그래서 문이 닫힌 화장실에서 불이 났다면, 연기는 위에서 부터 차서 내려오고, 불은 화장실 문을 태우고 커져서 나갑니다. 
그리고 연기는 화장실을 빠져나와서 거실을 채우기 시작하고, 불은 거실을 태우고 나서 침실 문을 태우기 시작해야 사람들이 잠을자다 집에 불이 났다는 걸 알게 되죠. 그때는 이미 많이 늦은 겁니다."

헐......

"그래서 화재가 일어났다는 것을 빨리 인식하는게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방문의 문을 조금씩이라도 열어 두고 잠을 자면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하면, 초기 스파크에 의한 화재가 발생했을때 연기가 천정을 뒤덮으면서 퍼져가서, 침실까지 침투하게 되면 화재가 크게 번지기전에 잠에서 좀더 빨리 깰수가 있는 거죠"

아~~~!!!!!

정말 처음 들어본 말씀이셨습니다. 납득이 가고 이해가 가면서 정말 쉬운 예방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방관님은 계속 말씀을 이어나가셨습니다.

"초기 화재시 집안의 소화기는 화재가 퍼진후 소방차 10대보다 훨신 낫습니다. 그런데 왜 다들 그 몇푼이 아까워서 비치를 안하고 계시다가 불이 나면 119에 전화를 하고, 빨리 안온다고 화를 내시는지 참..."

그러시면서 소화기 종류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습니다. 
ABC제품은 싸서 좋지만, 분말이 구석구석 들어가서 청소하기가 너무 나쁘다는 점
청정 소화기는 가스 형태라서 사용후 청소가 없지만, 가격이 좀 비싸다는 점.
어느 것이 되었건 스프레이식 하나와 3kg짜리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초기 화재를 진화 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추가 구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구매하는 것보다 이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는게 옳다 싶어, 글을 먼저 쓰고 있습니다 ^^

그리고는 계속 말을 이으셨습니다.
"불이 진압되고 나중에 보면, 보통 방 한쪽에서 인명사고가 많이 나있는데, 사실 로프 5m정도만 있어도 살 수있어요"
"로프요?? 로프로 어떻게요??"
"불이 커져 방문밖으로 피할 수 없는 경우에는 창문을 통해서 로프를 타고 아랫집으로 피난 갔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었을 겁니다."
라고 말씀하시면서 안타까워하셨습니다. 

5m짜리 로프를 사서 30cm 간격으로 매듭을 짓고, 최소 3m정도 길이로 만들어놓으면, 화재시 로프를 구조물에 묶고, 로프를 타고 아랫 집으로 내려가서 아랫 집 창문으로 피난 갈수 있었을텐데, 
소방차 사다리만 기다리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자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 

이 외에도 소방관님들의 훈련중 사고와 업무의 고충, 애완 동물들 사고 출동, 완강기 사용, 사회의 안전 불감증, 안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본인이 더 신경쓰고 책임져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혹시 논지를 흐릴까봐 다 옮겨적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지금 바로 소화기와 로프를 사러 갑니다. 
이 글을 많은 분들이 읽고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