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바빠서 인벤을 잘 못 왔는데 오늘
루팡 각이 떠서 차례차례 읽어보던 중,
깊이 있는 콘텐츠에 대한 언쟁을 봤다.

언쟁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일방적인
까와 유저 사이, 의미 없는 마찰이었음.




그 와중 '깊이 있는 콘텐츠의 기준'에 대한 댓글을 보았다.

나도 까들의 '깊이 있는 콘텐츠의 기준'에 대해 알고싶다.

그 기준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우선 공유해보려고 한다.



I. 검은사막의 현주소

'검은사막'은 보편적인 한국형 MMORPG의 이미지를 벗고
솔로잉 게임, 즉 레이드가 없는 온라인 게임으로 성공했다.

탐험과 경험보다 뽑기 운이 중요한 NC식 게임이 자리잡은
이 시장에서 유저의 패밀리어와 니즈 사이를 파고 들었다.

C9과 리니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에도 개인 거래 배제와
유료 템들이 경제에 미치는 미미한 영향 또한 매력점이다.

레이드가 없다는 것은 공략 숙제가 적어진다는 의미이고
이에 파생되는 장점도 존재하지만 분명 단점도 존재한다.
(아토락시온이 나온 시점에서 이 부분도 퇴색되긴 했지만)

가장 큰 단점으로 : 하나는 확실한 플레이 방향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유저가 직접 자신의 길을 닦아가야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수익 구조로 인해 하루
벌어 들이는 재화가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게 뭐가 단점이 될 수 있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미
게임에 적응한 경우고, 필자 또한 적응하는 데에 성공했다.

대신 한 번 역으로 신규 유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유튜브 광고나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보다가 전투나 그래픽같은
요소에 꽂혀 게임을 시작한 뉴비의 입장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처음에 게임을 시작하면 3D 멀미가 느껴짐과 동시에 복잡한
UI 때문에 여타 게임들보다 거대한 진입장벽을 느끼게 된다.

위에 떠있는 수치가 기운과 공헌도, 각종 버프인 것을 알아도
이게 정확히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감 잡히지 않는 와중 흑정령이 공감도 되지 않는 대사를 하며
퀘를 하라며 뒤에서 억지로 밀어버리니 흥미 돋긴 쉽지 않다.
(재미있는 것은 초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Lv.20을 달성하기
전까지 의뢰 타입을 설정할 수 없는데, 덕분에 초보들이 얻는
가방확장 퀘스트 2개를 포함해 저레벨 구간의 서브 퀘스트를
받을 수 없어 결국 어느정도 게임이 익숙해진 후에 되돌아옴,
이 문제는 의뢰 타입 레벨 제한 해지와 의뢰 타입 튜토리얼로
해결을 할 수 있지만 2022년인 오늘까지 여태 방치되어 있다)

여기서 게임을 접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내가 게임을 추천한 사람들이 10명 넘는데
이 구간을 극복하지 못하고 접은 사람들이
2주 전에 추천한 지인 포함 최소 5명은 됨.

안 그래도 방치되어 있는 콘텐츠들이 많고
그 숫자도 많은데(수렵 필드보스 라우라우
재등장같은 간단한 버그 고치는 것도 오늘
끝나서 총 20주나 걸렸을 정도, 잊어버리는
건지 감당이 되지 않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게임에서 첫 걸음을 떼는 것부터 이리 많은
방해 요인이 남아있다는 건, 게임이 그다지
유저 편의적이거나 직관적이지 않다는 뜻임.

우리야 이미 시스템에 친숙해져서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것들이겠지만 신규 유저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개선 작업을 한다고 해도 기존 유저에 의존적인 수익
구조에서 전환 비용을 만든단 건 쉽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내 지인들은 아무도 적응하지 못했고, 어렵사리 적응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 많은 콘텐츠들에 대한 의무가 되지 않는 안내 시스템
부재는 분명 큰 걸림돌이며,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게임
특성상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수익 구조 앞에서 뉴비가 선배들이
앞서 쌓은 데이터로 도출해 낸 최적해를 따르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비단 뉴비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게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는 것.

이게 검은사막의 현주소이다.


검은사막 유튜브 광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사가 있다.

어떤 목표에 얽매이지 말고 검은사막 월드에 들어가 게임에 취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그 과정 속에서 찾으라는 의미인 것 같다.

물론 그리 즐기기야 할 순 있지만 그러기에는 뭔가 부족한 것 같다.

기본 시스템이 탄탄해야 선택지도 많아지고 자유도도 높아질 거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구글 배너나 유튜브 광고도 시기상조이다.

아직은 홍보보다는 튼튼한 기반 마련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II. 깊이 있는 콘텐츠

콘텐츠의 깊이는 사람들마다 그 기준이 다르다.

그래서 절대적인 기준보다는 상대적인 기준
세우는 것이 보다 더 설득력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게임과의
콘텐츠끼리 비교가 필요하다.

위에 예시로 든 까가 생활
콘텐츠를 주로 들이대니
생활 위주로 알아봤다.



■ 다른 인기 게임들과 비교


1. 로스트아크



로스트아크는 개인의 경험 뿐만 아니라
1,616레벨 창술사의 의견을 반영하였음.




생활로 구하는 아이템이라고 해봐야 버프
받기 위한 만찬(검사로 치면 크론 정식)
전분데, 파티원이 공유할 수 있고 이 마저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로아에 딱히
의미있는 콘텐츠는 아니라고 한다.

현질로 구하는 재화를 시간을 들여 만들
수 있고, 이걸로 부수입을 만드는 정도임.

잠수형 생활 콘텐츠는 전무하고 오로지
노가다로 재료를 얻어야 한다는 게 결론.

로아 생활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2. 블레이드&소울

블레이드&소울은 필자가 약 5년 정도 했던 게임이다.
개인전 비무는 기공사로 플레티넘 1995점까지 해봤고
나선의 미궁 2인 버스 때부터 소용돌이 사원 버스까지
기사로 뛰었던 경험이 있으므로 발언에 신뢰해도 좋다.

꼴에 다른 게임 생활 콘텐츠 따라한다고 만들어서 홍보
실컷 해 놓고 결국 낚시 하나 뿐, 물고기도 낚아서 받는
진주 보상으로 강화 재료 교환하는 정도라서 생활이라
부르기엔 소금쟁이를 보고 파리라고 칭하는 수준이다.

하늘 농장이라고 농사 비스무리한 것도 있는데, 이 것
또한 농사라고 하기보단 파푸아크리니 일퀘보다 못한
거라 생활 콘텐츠라고 부르는 것은 분명 어폐가 있다.

블소에도 '생활'이 존재하지만 이걸 생활이라고 하면
차라리 검은사막에서 낚시로 황납해서 얻은 인장을
교환한 물품을 상점에 팔아 은화로 바꾸는 것이 좀
더 '생활' 콘텐츠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겠다.


3. 파이널판타지 XIV

파이널판타지에도 생활 콘텐츠는 존재한다.

GP를 이용해 채집을 할 수 있는데, 채집물은
획득력과 감별력(HQ)의 영향을 받고, 스텟이
일정 수치를 넘어야 1성부터 3성까지의 채집
물을 얻을 수 있어서 채집 도구도 중요하다.

제한시간 내에 원하는 채집물을 모아 납품을
하는게 메인 목표인 이 게임의 생활 콘텐츠는
신생 에오르제아에서 미지 채집을 할 수 있고
채집 레벨을 올려 디아뎀 제도에 입장해 특수
재료를 모을 수도 있다. (출처: 2015학번 후배)

근데 이게 다임… HQ 납품이 목표라고 한다.

검은사막 채집과 요리의 도인 납품
축소화 된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4. 천수의 사쿠나히메

좀 하드한 3D 스타듀밸리 느낌이 드는 일본 게임이다.

농사(재배) 한정으로 검은사막과 비교했을 때 세세함에서
월등하며, 진짜 논을 일구어 벼를 재배하는 느낌이 든다.

게임 하려고 이앙법, 묘대기, 분얼기, 출수기, 등숙기,
심지어 낙수법까지 배워 모내기부터 수확까지 모든
벼농사 과정을 제대로 거쳐야 게임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하드함이 유저들이 원하는가이다.

물론 원하는 변태들이 있기야 하겠다마는
온라인 게임이라는 성질을 고려한다면
약보다는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천수의 사쿠나히메같은 하드함은
콘텐츠의 깊이를 논하기에는
부적절하단 감이 있다.
IV. 결국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을까?
일부 유저들이 컨텐츠가 얕다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정량조사 이후 직접 로짓 분석을 해봐야 알겠지만
V. 까들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