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이었다. 뜻밖에 눈과 비가 함께 내리던 날 나는 강화를 하고 있었다. 우리 집앞 자판기에서 커피가 질질 흘러넘치는 것처럼 강화 스텍 역시 멈출줄 모르고 집 앞에 쌓이는 눈비보다 더 빠르게 쌓이기 시작했다. 뻘뻘 거리며 강화을 했지만 돌아서면 다시 쌓여있는 스텍을 보며 
내 전생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지금 현세에서 이렇게 고통받아야 하는지 나의 전생의 업보를 진심으로 뇌우치고 있을때 쯤 이었다.

부대장의 호출이었다. 지금 적길들이 하이델 입구에서 진을 치고 지나가는 길드원들을 학살하고 있으니 당장 모여서 전면전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게임내의 싸움을 스포츠와 비교하자면 점령전이 전국체전이라면 하이델 앞 패싸움은 올림픽이었다. 
점령전이야 여러길드가 모여 치구박구 싸우다보면 어부지리에서 부터 먹여주기 까지 명예롭거나 혹은 명예롭지 않을 때도 있지만 마을 앞 패싸움은 달랐다. 어부지리도 없을 뿐더러 오로지 힘과힘의 싸움 단합력과 근성의 싸움이었기에 더욱 명예로웠다. 

내구도가 3남은 그루닐 갑옷을 바라보며.. 오늘 쟁은 유난히고 고될거같은 기분이 들었다.
적 레인저를 향해 돌진했다. 고속돌진했다. 고속 다단 돌진을 했다. 따발총 같은 단명에 내구도3 그루닐은 물에 젖은 휴지처럼 녹아 내렸고 내 워리어는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길바닥에 널부러졌다. 
회색화면속에서 워리어는 바닥에 널부러져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간질이라도 온건가 놀란 마음에 캐릭터를 살펴보니 갑옷의 내구도가 다 떨어져 옷이 벗겨저 이 추운날 젖꼭지를 다 들어내며 사시나무 떨듯 떨고만 있었다. 딸리는 자산에 스펙좀 올려보자고 내구도 복구도 신경못쓰고 폭구기관차 처럼 강화를 했으니 
그것은 이미 갑옷이라기 보나는 휴지조각 이나 혹은 넝마에 가까웠으리라. 
내 워리어는 명치에 맞은 단명의 고통 때문인지 강화에 대한 막막함 때문인지 영원히 끝나지 않을것 같은 내구도 복구에 대한 공포 때문인지 내 워리어는 눈물까지 흘려가며 고통을 호소했다.

물약값 까지 떨어져 전쟁도, 사냥도 아무것도 할 수없는 상황이 되었고 내 워리어는 들어난 저ㅉ꼭지 때문에 성적 수치심을 느꼇는지 가만히 있어도 연신 고개를 땅으로 숙였다.

이젠 그저 12시가 되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조르다인 듀케인이게 받을 5만원만이 내 워리어를 위로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