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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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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
[소설] 악마의발톱-13삼항사와 이야기를 끝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버워졌다.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는 뜻이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내가 알고 싶은 것을 알게 되어서 그런 걸까. 알 수 없 지만 휴대폰을 닫는 소리가 나쁘지 않았다. 시간이 자정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풀어놓았던 짐도 다시 정리 해야 하는 시간이 된 것 같아 괜시리 아이들 눈치를 보게 되었 다. 아이 엄마와 함께 있을 때는 엄마가 짐을 챙겨주곤 했는데 이제는 내가 챙겨야 하니 부시럭 대는 소리에 아이들이 들을까 봐 고민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내일 일정을 생각해서 지금 챙겨야지하는 마음에 하나둘 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실 정리할 짐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프리카에 간다고 하니 여름옷을 조금 챙겨가야 할지도 모를 일 이었다. 긴팔 옷을 따로 빼두고 여름 옷을 꺼내니 옷장에서 나프탈렌 냄새가 났다. 화장실에서만 나는 냄새가 옷장에서 나니 익숙하지만 거북한 향기였다. 몇 벌을 꺼내어 두고, 겨울 옷을 다시 옷장에 넣어두었다. 아래 위 4칸으로 베이지색에 옷장은 아내와 나의 옷이 담겨진 옷 장이었다. 신혼 때 처음으로 장만한 가구라며 아내가 가장 아끼던 집안 살림이었는데 몇번 땜질을 하고, 갈라진 뒤에서야 아내가 옷을 넣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엔 배탄다고 몰랐던 사실을 아내가 간간히 들려주었던 탓에 그 옷장이구나 하고 옷을 챙겨넣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세월이 많이 흘러 내가 옷을 정리하고 있었다. 세월은 살과 같다고, 누가 말했던가. 홀애비 냄새가 날까봐 나프탈렌을 미리 넣어둔 아내의 배려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짐을 정리하고 거실에 앉으니 아이들이 자겠노라고 말했다. 평소처럼 다녀오라는 말도 없이 피곤에 골아떨어지는 녀석들인데 오늘도 마찬가 지였다. 최근 들어 컴퓨터를 자주 만지더니 두 놈다 부쩍 피곤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컴퓨터에 무슨 마력이라도 있는건지, 전자파의 영향이 시신경을 어쩌구, 저쩌구 하는 말은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것 이 애들 잠하고 무슨 관련이 있나 싶었다. 여하튼 피곤하다고 하니 들어가서 아이들한테 인사라도 해야되겠다 싶었다. '똑똑똑' "자니?" "잘려구요 아부지." "그래, 아부지도 막 옷이랑 몇가지 챙겼다." "내일 일찍 가시는거죠?" "그래야지. 그래도 너희들이랑 저녁 먹고 가니 다행이구나." "밥 드셔야 할텐데 괜히 피자 드시게 해서 죄송해요." "아니다, 뭘 먹어도 좋은걸 아부지는. 피곤할텐데 얼른 자거라. 새벽에 깨지 말고, 아침에 일어나서 밥 챙겨먹고." "알았어요 아부지. 내일 수업 없으니까 제가 동생까지 챙길 께요. 아부지도 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3개월 걸린다고 하셨죠? 3개월이면 한학기가 다 지나갈텐데, 좋은 성적표 보여드려야 겠네요." "허허, 그래. 3개월 뒤에 4점대 성적표 기대해야 겠구나. 얼른 자거라." "예 아부지. 주무세요." "그래, 불끈다." 아이들 방에 등을 끄고 문을 조용히 닫고 나왔다.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는데 하품이었는지 눈가가 촉촉해졌다. 무슨 하품이길래 이리 눈이 촉촉해 지는지 헛웃음이 나오면서도 아이 들 생각에 내심 마음이 미안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 한다고 하면서 결국 꺼내지 못한 것이, 아버지 로서 많이 서툴렀던 이유 때문이었다. 그간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지내왔다면 서스름 없이 이야기를 했을 텐데 아이들에게 차마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웠던 탓에 말하지 못한 것이었다. 하품이 아닌 한숨이 새어 나왔다. 3개월의 공백이 아닌 아이들에겐 3년의 30년의 공백이 될 수 있는 일이었다. '잘 견뎌주겠지. 이해하겠지. 바르게 컸으니까. 받아들이겠지.' 정리된 짐을 보고 떠날 일을 생각하니 한숨만 쉬고 있을 순 없었다. 아이들이 잘 이겨내리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속으로 바르게 컸으니까, 잘 컸으니까 하는 말만 되새기면서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불 끈 방이 어색하게만 느껴졌지만 침대에 남겨진 아내의 향기만 느낄 뿐이었다. 어두컴컴한 천장을 바라보니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더니 이윽고 피곤에 지쳐 눈이 감겼다.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깊은 세계로 항해를 떠났다. '따라라라라 일어나세요~!' 휴대폰의 알람이 울렸다. 일어나 시계를 확인하니 마지막 알람시간이었다. 하마터면 잠을 계속 잤겠구나 하는 마음에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나 불을 켰다. 아이들을 깨우면 안된다는 생각에 종종 걸음으로 화장실에 들어가 세면하고, 거실로 나와 짐을 챙겼다. 가방을 어깨에 매고선 아이들 방문 을 조심스레 열었다. 밤새 뒤척였는지 두 녀석이 이불과 엉켜서 자고 있 었다. '건강히 잘 지내거라.' 다가가서 얼굴이라도 쓰다듬고 싶었지만 손만 뻗을 뿐이었다. 아이들의 피부가 느껴지는 듯 했고, 아이들의 체온이 느껴지는 듯 했다. 문을 닫고 시계를 보니 시간이 약간 빠듯해 보였다. 마지막 알람이란 사실을 알고서도 아이들을 본다는 생각에 시간을 잠시 까먹은 탓이었다. 서둘러 짐을 챙기고 밖을 나섰다. 공기가 약간 차가운 것이 상쾌하기까지 느껴졌다. 집 앞을 나와서 큰 도로로 걸어갔다. 새벽녘에 택시에 있을까 반신반의했지만 의외로 택시가 많이 다니고 있었다. 새벽 손님은 먼 곳으로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그런 건지 도로에 닿자마자 택시에 나를 향해 달려왔다. 손을 흔들어 응답했다. "어서 오십시요." "버스터미널로 갑시다." "동부터미널 말씀이시죠?" "예, 거기로 갑시다." 앞 칸에 타야 하는데 짐이 있는 탓에 뒷칸에 올라탔다. 택시기사는 트렁크를 열어드릴 껄 하며 웃음을 보였다. 괜찮다며 서둘러 달라는 말만 남기고 바 깥 풍경을 감상했다. 도시의 모습이 약간 안개가 낀 회색 빛의 모습이었지만 오렌지색 조명과 많은 네온싸인이 거리를 환히 비추고 있었다. 20분 남짓을 내리 달리더니 택시가 터미널에 다다랐다. 짐을 챙겨 터미널로 들어서자 버스 기사들이 모여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서둘러 표를 끊고선 포항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려 하자 기사 중에 한명이 커피 한 잔 하라며 나를 불렀다. "어 거기 아저씨, 포항으로 가는 버스 탑니꺼? 거, 버스가 10분 뒤에나 출 발하니 커피 한 잔 하고 가지요." "블랙 커피 있소?" "자판기에 블랙 없는거 봤습니까? 얼른 오이소." 버스 기사에게 다가가 커피를 한잔 얻어 마셨다. 200원 짜리 커피였지만 쓴 맛은 배에서 마시던 커피보다 훨씬 진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꺼내는 탓에 약간 시끄러운 커피타임이었지만 이윽고 그 기사가 나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거 보아하니 선원분이신거 같은데 맞습니꺼?" "허허, 어떻게 하셨소?" "짐 많이 챙기고 포항으로 가면 공돌이 아이믄, 선원 아닙니까. 연휴도 아니고 명절도 아니고 허허." "허허, 거 기사 양반 눈치 한 번 좋구랴. 선원은 맞소만 선장이오." "선장? 허이고. 내가 사람을 잘 몰라봤네. 선장이믄 그 포항에 큰 배 모는 그 선장 말입니꺼?" "큰 배 인 것도 아는 걸 보니 이 곳 사람은 아닌가보오?" "내 매제가 선식업 하고 있어가 잘 알지요." "포항에서 선식업을 한단 말이오?" "예, 포항에서 선식하지요. 왜 거 혹시 아실런지 모르겠네 해양 선식이라고, 포항에서 큰 회사랑 거래한다던데." "해양 선식이면 김사장아니오?" "어이쿠, 이 선장님이 김사장이라고 하는 걸 보니 거래하시는 갑네. 인연 기가 막히네. 내가 오늘 매제 고객을 내 고객으로 모시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 "허허, 그러게 말이오. 인연 참 신기하네. 허허. 아참. 그러면 내 부탁 하나 합시다. 내가 배에 들어가봐야 하는데 매제더러 포항역에 나와달라 하면 안되겠소? 휴대폰에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모르고 지웠나보오." "그라지요. 매제도 물건 때문에 아침 일찍 움직이는데 포항역으로 나와서 선장님 모시라고 연락하지요." "허허, 고맙소. 내 커피값 200원은 뒤에 후히 값겠수다." "허허, 캄사합니다. 그나저나 시간 됐으니 버스에 오르시지요. 큰 배보단 작지만 제 배에 승차하신 이상 안전하게 모시겠십니다." "허허허, 어딜 가서든 안전이 최고아닙니까. 고맙게 버스타겠습니다." 기사와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찮게 선식업자와 매제 지간이란 것을 알게 되니 사람 인연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헛웃음이 절로 나올 일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포항역에 도착하자 마자 택시비 들지 않고 배로 들어갈 수 있게 됐으니 헛웃음도 값진 웃음이 될 일이었다. 버스에 올라타서 표를 내고는 기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포항 으로 향했다. 안개가 조금씩 걷히고 아침 해가 뜨더니 구름만 조금낀 날씨가 웬지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포항까지 이런 날씨가 이어져야할텐 데 하며 포항으로 조금씩 다가갔다. 차가 막히지 않아 포항엔 50분 만에 도착하게 되었다. 역에 이르자 선식업자의 차가 저만치 보였다. 버스에서 내리며 기사와 인사를 나누곤 선식업자 김사장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 대기실을 지나니 김사장이 입구에 기다리고 있었다. "선장님, 안녕하십니까. 전화받고 깜짝 놀랬습니다." "허허, 나도 참 놀랬소. 그나저나 아침일찍 이렇게 나오라고 해서 미안하오." "아닙니다. 저도 막 물건 떼고 오는 길이라 배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아침 일찍 출항하신다면서요?" "아직 연락이 없으니 괜찮긴 한데 혹시 모르니 서둘러야 하지 않겠소?" "하하, 예. 맞습니다. 얼른 차에 타시죠." 김사장의 차를 타고 부두를 향해 달렸다. 조금씩 보이는 배의 모습들 중에 우리 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개의 그랩이 붙어있고 나머지는 다른 곳으로 옮겨간 모양이었다. 차가 부두에 닿자 얼른 짐을 챙겨 내렸다. 김사장은 다른 배로 가봐야 겠다며 연신 인사하며 다른 곳으로 갔다. 짐을 어깨에 메고, 배로 다가가자 선수쪽에서 작업복을 입은 두 사람이 보였다. 얼핏 봐서는 삼항사와 실항사 처럼 보였는데, 작업복을 입혀 놓으니 누가 누군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다. "음음, 거 드라프트는 잘 읽어지나?" "어, 선장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삼항사와 실항사 녀석이었다. "어 그래 삼항사, 새벽에 출항한다더니 드라프트나 읽고 있고, 아무래도 오전 늦게 출항하겠제?" "예, 아무래도 오전 중으로 마치고 나갈 것 같습니다." "그래, 바다 상태 보니까 잔잔하니 드라프트는 잘 읽어지겠네. 실항사 한테 교육 잘 시키고, 읽는 법 빨리 가르쳐가 아 머리 속에 많이 좀 집어 넣그라." "예. 선장님. 피곤하실텐데 얼른 올라가십시요. 일항사님이랑 데크 오피스에 나와계십니다." "그래 수고." ------------------------------------------------------------------------- Draft (Draught) : 흘수라고 번역하구요 보통 배에서 드라프트라고 부릅니다. 배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을 흘수라고 하는데 배가 얼마나 가라 앉았는지 를 알면 화물을 얼마나 실었는지를 알게 되겠죠? 좀 어렵습니다만 선체 밖에 눈금을 적어놓은게 있기 때문에 이 눈금을 읽어서 계산하고 해서, 화물을 얼마나 실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흘수를 읽은 항해사들이 화물을 얼마나 실었는지 계산을 한 값이랑 화물업자들이 화물을 배에 실은 량이랑 비교해서 보통 아래 위 차이가 얼마나 났는지 보고 별 문제가 없으면 합의를 보고 그럽니다. ㅋ 좀 더 심도 있게 전문용어로 표현하자면 Draft Survey한다고 하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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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횬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