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술주정은 한밤중까지도 계속되었다.
주위에 나뒹구는 술통과 찌꺼기만 남은 더러운 접시들 그리고 호쾌한 웃음소리가 주변을 채우고 있었다.

"아 이그 오랜만에 대취하니 죽끗다."

베인은 그나마 남아있던 술통을 저편으로 던져버리고는 중얼거렸다.

"사내가 되야스 말이데이 이렇게 사는기도 나쁘지는 않다 카드라
원 사람들은 서로를 못 잡아 묵어 안달인거 보믄 참으로 한심하데이."

"흠..."

술에 취해서 몸도 못겨누고 있는 베인과는 달리 아론은 눈의 초점하나 흔들리지 않고 있었다.
아론이 베인보다 술에 강하다는 것도 적용되긴 하지만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랍시고 들이부은 베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게 마셨기 때문일 것이다.

"들어가서 자야긋다. 자리 좀 내도."

"그러죠. 크라이스트 안내해 줘라."

"끄윽..."

크라이스트는 피곤한 몸을 일으켜 베인을 이끌어 갔다.
크라이스트 역시 베인이 건네준 술을 계속 받아 마시다 보니 허용량을 넘어 그도 취했다.
술냄새 풍기는 2명이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 아론 역시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한 아론은 술도 마신 김에 잠시 과거를 회상했다.

해적왕의 아들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등에 안고 태어나
수많은 동료를 만나고 또한 잃었다.
사랑하는 여자가 죽고 나서는 이성을 잃고 반기를 들었으나
이내 냉정을 되찾고 때를 기다린다.
때를 기다리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나니
간접적 선전포고를 선언하고는 자취를 감추고서
현재 이 상태로구나

조용히 생각하던 아론은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다.
더이상의 트라우마는 회상하기 싫다. 라는 이유를 덮은 채 자기합리화를 하며 잠에 빠졌다.


한편 베인을 방에 모셔두고 나선 크라이스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그 인간 참 무겁구만 마셨던 술이 싹 다 깰정도야."

고개를 숙였던 크라이스트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 하자
반대편에서 크리스텔이 다가오고 있었다.

"음? 않잤나?"

"...아, 아까전에 죄송했어요. 여긴 떼를 쓰는 곳이 아니란걸 알면서도..."

고개를 푹 숙인 채 몸을 떨던 크리스텔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바닥에 떨어졌다.

"저...크흑...이 곳에 온거 잘못한 걸까요?..."

눈물을 흘리며 아무말도 못하는 크리스텔을 바라보던 크라이스트는
크리스텔의 머리에 손을 올려놓고는 작게 속삭였다.

"전혀.. 네가 이 곳에 온것도 신께서 정해주신 너와 나의 인연이다.
나는 절대로 제자를 버리지 않는다. 걱정하지 마라."

"저...정말요?"

크리스텔이 고개를 들고는 울상이 된 얼굴로 크라이스트에게 안겼다.
크라이스트도 별 수 없이 그녀를 안고는 한동안 그러고 있었다.
진정시킨 크리스텔은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고 크라이스트 역시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달이 지고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시각은 아침 9시
아무리 술에 강하다는 아론일지라도 술을 마신 다음날의 피곤함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가 침대에 누워서 일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자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이닥쳤다.

자고로 해적왕의 방은 그 누구도 허락을 받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다.
해적들에게는 지금의 해적왕인 아론이 지도자 급 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혹여나 그가 암살이라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동료 중에 그 규칙을 무시하는 자가 있는데...

"선장님! 일어나요! 해가 중천에 떴다고요!"

이사벨이었다. 그녀는 항상 아론을 해적왕이 아닌 선장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남들보다 아론에게 가까이 갈 수 있고 또한 그것이 인정받고 있다.

"...어제 술을 너무 마셨다. 이번 회의는 쉬겠다."

"않되요. 어제 오신 베인님이 생각해 낸 작전이 있으시다고 불러오라고 하셨다구요."

'...그 분은 어제 대취하시고서는 빨리도 숙취를 해결하시는군...'
"아니 지금은 무리다 회의는 낮에 하겠다."

'철컥'

왠지 익숙한 머스켓 장전 소리

"어서요~♡"

장난 반 진담 반에 살기까지 느낀 아론은 자리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자리에 일어나자 이사벨은 아론에게 다짜고짜 팔짱을 끼었다.

"뭐하는거냐?"

"기다려 봐요. 이제 나가시면 상당히 재밌는 일이 벌어지니까요."

"...?"

아론이 약간 의아해 하는 사이 이사벨은 아론의 팔을 이끌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야!! 네가 뭐길래 아론이랑 팔짱을 끼는거야!"

"흠...? 직장동료간 이랄까요?"

"당장 그 팔 못 빼?!"

'재밌는 일이란게 이거였나...'

꽉 잡고 있던 이사벨의 팔을 빼내고는 그대로 회의장으로 들어섰다.
회의장으로 들어서자 이미 크라이스트,베인,데이비드,크리스챤 등은 이미 자리에 앉아있었다.

"말씀하시고 싶은게 무엇입니까?"

아론이 베인에게 묻자 베인은 탁자위에 있던 종이를 건네 주었다.
그 종이에 쓰여있는 것은 여러가지 해군 내 기밀 자료들
예를 들면 각 국의 중요 거점이라던가 총 병력 등이 적혀 있는 자료였다.

"이건..."

"이걸 토대로 말해줄 것이 있다. 잘 듣도록 해."

베인은 어제와는 다른 사뭇 진지한 얼굴로 아론과 대했다.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던 사투리도 없어지고 표준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회의장에서 회의를 한지 약 4시간 뒤 정리를 끝마치고 모두들 밖으로 나섰다.

'잘 알았나? 내가 말한 것 절대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도중에 잘못 틀어지기라도 하면 일은 무산된다.'

아론은 베인이 한 말을 다시한번 되새겼다.
그가 말하는 작전이 성공한다면 현재 해적과 해군과의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약간 힘들다. 이런저런 고민을 해봐도 실패확률이 어느정도 있는지라
어쩔 수 없이 그 의견을 받아들인다.

그러던 중 회의를 끝마친 베인에게 데이비드가 다가갔다.

"어이 중늙은이"

"아 놈 시키가 말하는 꼬라지 보락메 즈기 뭐꼬."

"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댁 말이야 아무리 해군 대장급이었다지만
어차피 뒷돈 받는 그런 놈 아냐? 댁이 무슨 능력이라도 가지고 있다는 거야?"

"하 이거 참 어이가 없구마잉 네는 내가 고철 허수아비로 보이는겨?"

"별로 다를 바 없지. 별로 특별해 보이지도 않고 말이야."

"야 놈 이그 않좋은 버릇있네? 사램을 겉모습보고 판단하지 말그라."

그 때 갑자기 마주보고 있었던 데이비드가 사라지고 어느센가 베인의 등 뒤로 엑스칼리버를 휘둘렀다.
모두들 그 상황이 인식되기도 전에 엑스칼리버는 휘둘려 지고 있었다.
그러나 베인은 그 엑스칼리버 보다 더 빠르게 몸을 비틀어 피하였다.
허공을 가른 엑스칼리버는 그대로 지면에 박혀버렸다.

"늙은이가 꽤나 운이 좋군 그래?"

"마 아놈아 '운'자는 빼그레이."

"뭐?"

"운좋게 피하기 아니라 보고 피한기다."

"허세부리지마! 내 엑스칼리버는 광속으로 움직인다고!"

"흐미 지가 시방 진심으로 날 죽일라 카네
그리고 임마 사램은 광속으로 못 움직이다 카디? 허 참 어이가 없어서."

사실 사람이 광속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말도 않되거니와
그 광속을 버틸 수 있다는 것도 말이 않되는 것이다.
사람이 광속으로 이동하기만 해도 인간계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애초에 사람은 광속으로 인한 에너지를 견딜 수 없다.
광속으로 이동하는 사람은 대개 2가지다.

첫째는 데이비드 처럼 무언가 매개체의 힘으로 스스로가 빛이 되어 함께 움직이는 것

둘째는 무언가의 힘으로 광속에 적응할 수 있는 육체를 얻게 되는 것

'팟'
갑자기 이번엔 베인이 사라지더니 땅에 박혀있던 엑스칼리버를 더더욱 깊숙히 눌렀다.
그리고서는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자.

'퍽!'
갑자기 데이비드는 안면에 강한 충격을 받고는 뒤로 나자빠졌다.

"뭐...뭐야! 맞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확실히 그와 베인과의 거리는 대략 3m가량 되었는데 단지 허공에 대고 휘두른 주먹이
데이비드에게 닿을리가 없다. 그러나 닿을 수 있다.

바람을 이용한다면.

"음속으로만 움직이도 그깟 거리쯤은 충분히 닿을 수 있제."

베인은 장난스레 손을 툴툴 털고는 앞으로 나아갔다.
자세히 보니 그가 허공에 대고 휘두른 곳 땅은 깊숙히 파여져 있었다.
그는 박혀있던 엑스칼리버를 손쉽게 꺼내고는 데이비드에게 건네주었다.
데이비드는 무안한 마음에 재빨리 받아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그야 이제 알긋나? 내가 왜 이 자리까지 왔는지?"

"...칫"

"말 않하믄 알았다 치마 내도 아그 상대로 진심으로 싸울 생각 없응께."

베인은 그대로 뒤로 돌아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데이비드는 그저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몇 발자국 가던 베인은 잠시 멈칫하더니 데이비드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아 참고로 이건 네랑 내만이 아는 비밀로 치자잉? 이래저래 귀찮은 꼴 못 보니께."




약간 새삼스러운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
21편에 나왔던 그 광대 기억 하는가? 그의 후의 이야기를 좀 할까한다.
21편에 나왔던 부분부터 시작하자면 항구에서 그대로 뛰어내려 수면을 땅 삼아 뛰어갔던 것 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수면을 박차고 뜀박질을 하는 그의 목적지는 암스테르담
뭐 딱히 이유를 묻자면 무슨 순회공연이랍시고 각 수도를 돌아다니는데 배가 없어서 뛰어간댄다.

그렇게 암스테르담에서 공연하길 이틀 이번엔 리스본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아무리 특이한 녀석이라도 그도 일단은 인간인지라 도중 도중 항구에 들르기도 한다.
그 항구에서 또 연주  연주로 얻은 구경비를 밥값 삼아 허기를 해결한다.
솔직히 말해서 만약 그가 실존 인물이라면 좀 웃길 것이다.
옆에서 배타고 이동하는데 바로 옆에 뜀박질하며 바다위를 건너다니는 사람이 있다니

아무튼 그렇게 해서 리스본까지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이 불과 5일
마치 중국의 축지술을 방불케 하는 속력이었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축지술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자기 스스로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무언가를 생성해 낸것 같다.
아무튼 그 곳에서 또다시 연주
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며 다음 곳으로 향하려 할 때 그를 부르는 누군가가 있었다.

"잠깐 항구에서 보도록 하지."

후드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그는 그가 누군지 알고 있다.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않는 밤 항구로 나서자 후드를 뒤집어 쓴 2명의 사람...아니...

신이 서있었다.

그렇다. 메리가 만난적 있는 '-ㅅ-'모양의 이상한 가면을 쓴 신과
상당히 기괴하게 생겨 메리에게 타로카드를 건네중 광대 모양의 가면을 쓴 신이 서있었다.

"현재 상황은 어떻던가?"

"아론이 반기를 일으켜 선전포고를 선언한 뒤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아마도 해군들을 긴장시켜 사기를 감소시키려는 행위겠지요."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에는 런던에 없었던 그가 상당히 정확하게 그 때 있었던 일을 알고 있었다.

"그 이외 다른건?"

"서로가 서로의 병력을 증가시키고 훈련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대규모의 전쟁이 한번 더 일어나겠죠."

"해적선은?"

"정처없이 떠돌고 있습니다. 아직은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더군요."

"음...그래 그정도면 충분하다."

라면서 두 신은 자리에서 사라졌다.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남은 그는 자신의 품속에 있는 타롯카드 '광대'카드를 집더니
곧 이내 생각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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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진 모르겠지만 일지/소설/카툰 게시판은 슬럼프인것 같군요.
제가 그렇게 부러워 하던 카툰러 분들은 줄어가는 댓글에 못이기신건지(뭐 그건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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