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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2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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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대해적 - 5. 기각━━━━━━━━━━━━━━━━━━━━━━━━━━━━━━━━━━━━━━━━━━━━━
“최대한 지체하며 런던으로 항해하라” 는 노튼의 당부는 일찌감치 반한채 리버풀로 상륙하여 말로 이동수단을 바꿔 일말의 지체 없이 향한 부관 ‘해롤드’는 그날 밤 늦게가 되서야 런던에 도착하였다. 실로 빠른경과였다. 서서히 겨울이 다가오는 시점이라 런던의 밤은 차가웠다.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라.」 해롤드가 부하들에게 명한뒤 자기는 말 안장에서 내려 ‘미런 제독’의 저택으로 향했다. 이미 해롤드 는 노튼의 말로를 예상한듯 그에 대한 충성심은 상실한채 어떻게 해서든 그를 매도할 생각뿐이였다. 「…후우.」 찬 바람을 피하고자 재촉한 걸음이 어느덧 미런 제독 저택 모퉁이에 멈춰섰다. 창살 너머로 보이는 미런 저택은 역시 그의 지위와 권력을 대변하듯 상당한 규모였다. 잠시 멈춰서 숨을 몰아 쉬던 해롤 드가 이윽고 마른침을 삼키더니 다시 걸음을 떼었다. 「멈추시오.」 해롤드가 모퉁이를 돌아 미런 제독의 저택대문으로 향하기 무섭게 입구의 경비병이 그를 불러세웠 다. 모리온 헬름과 군복을 착용하고 스피어를 들고있던 그의모습은 일개 경비임에도 불구하고 강직 해 보이기까지 했다. 해롤드는 그의 엄한 눈빛을 슬며시 피하며 입을 열었다. 「나… 난 ‘노튼 윌터스’ 대령의 휘하에 있는 해롤드 중위다. 미런 제독님께 긴히 드릴말씀이 있어서 이리 찾아왔다.」 「공교롭지만 왕실의 고위 신료나 명사가 아닌이상 출입을 엄하라는 제독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죄 송하지만 돌아가주십시오.」 경비병이 딱잘라 그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자 골이 난 해롤드는 품에서 노튼의 편지를 꺼냈다. 「노튼 윌터스 대령의 편지이시다. 이걸 보면 얘기가 달라지겠지?」 「… ….」 그또한 왕실의 병사이다. 어찌 촉망받는 군인인 ‘노튼 윌터스’의 이름을 모르겠는가. 가슴 깊이로는 늘 젊은나이에 그런 지위에 오른 노튼을 존경하는 병사였으나 사심도 거기까지, 자신의 본분이 떠오 르자 경비는 절도있게 다시금 답했다. 「죄송하지만 이 시간에는 그 어떠한 출입도 금하시란 제독의 명 이십니다. 용건은 내일 오후중으로 제독께서 사무를 보시는때에 와주시길 바랍니다.」 「‘노튼 윌터스’ 대령 모르나? 그의 친필서라니깐! 이게 급한 일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입구에서 경비와 옥신각신하는 자신의 처지가 꼴불견이였는지 해롤드가 언성을높혔다. 노튼을 매도 할 생각뿐인 그가 출입을 위해 별 수 없이 노튼의 이름을 팔아야 하는 꼴이라니, 지위의 높낮음이 이 리도 차갑게 느껴질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입김을 뿜으며 경비와 때아닌 만담을 나누기도 한참, 갑작스레 저택의 문이 열렸다. 「무슨 일인데 이리 소란스럽지.」 실내의 빛이 대문을 빚춤과 동시에 냉소한 물음이 던져졌다. 바깥의 소란스러운 기별을 느낀듯 나선 모양이였다. 해롤드가 창살 사이로 그 낯익은 목소리를 바라보자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크로헨 칼 슨이 서있었다. 「죄송합니다. 이 남자가 제독님을 뵙겠다 억지를 부리시는 바람에…」 칼슨또한 어둠 속에서 낯익은 이목구비를 느낀탓일까, 힐끗 눈살을 찌뿌리며 그 얼굴을 주시하더니 대문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자네는…?」 「노…노튼 대령의 휘하에 있는 ‘해롤드 톰첸’ 중위입니다!」 이윽고 창살대문을 사이에 놓고 조우한 두 남자. 칼슨은 그가 이 시간에 왜 찾아왔는지 단번에 직감 했다. 「이 늦은 시간에 찾아온걸 보니 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로군.」 「아, 예…!」 해롤드는 편지를 들고 있는 손을 창살 사이로 짚어 넣었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 짚혀 있는 편지를 빼 낸 칼슨은 편지봉투를 한번돌려보더니 노튼의 사인이 쓰여있음을 파악하고 경비에게 시선을 옮겼다. 「제독의 손님이네. 영접실로 정중히 뫼시게.」 「아… 알겠습니다!」 칼슨은 등돌려 다시 건물안으로 향하였고, 그와 동시에 굳게 닫혀있는 쇠창살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 작하였다. ━ 「… ….」 어느덧 해롤드는 긴 복도를 걷고 있었다. 한참토록 찬 ㅤㅂㅏㅋ에 있다가 들어온 실내라 그런지 얼어 있던 그의 코끝과 귀끝이 찡했다. 한참을 걸은뒤 멈춰선 곳은 영접실의 앞. 그 문을 조심스레 열고 영접실 안에 발을 들이서자 전날 미런이 아수라장으로 만든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말끔히 정리되어 있는 실 내가 눈앞에 펼쳐졌다. 「어서 들어오게.」 그리고, 그의 부담을 더욱 크게 만드는건 잠옷을 입은채 여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미런제독과 그 곁에 서있는 칼슨의 모습이였다. 해롤드는 다시한번 마른침을 삼킨뒤 재빨리 걸 음을 옮겨 잠옷차림의 미런제독의 앞에 멈춰서 경례를 하였다. 「노튼 대령 휘하의 해롤드…」 「네놈의 인사따윈 들을 필요도 없다. 용건만 말하고 사라져.」 역시 그 표정은 거짓이 없었다. 몹시 성가시다는 투로 말을 던진 미런의 앞에 문득 칼슨이 편지 봉투 를 내밀었다. 「저자가 가져온 ‘노튼의 편지’ 입니다.」 미런은 편지를 내밀은 칼슨을 한번 힐끗 쳐다보더니 책상 위에 올려놓은 편지로 손을 가져가 봉투를 거칠게 찢어 편지를 꺼냈다. 그의 시선은 빠르게 편지의 조밀한 글씨를 읽어 내려 갔다. 과연 노튼이 그 편지에 무엇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미런의 마음을 풀어줄리는 만무했다. 「이제와서 긴다고 내가 용서할것 같으냐!」 미런이 목청을 높히며 들고있던 편지를 두쪽으로 찢은뒤 앞에 서있는 해롤드에게 던졌다. 해롤드 앞 에서 나풀거리며 땅으로 떨어지는 편지조각들 뒤로 분노 서린 미런의 험상 궂은 얼굴이 자신을 향하 고 있다는 사실에 해롤드는 질겁하였다. 「이따위 편지를 전하려고 아픈 내 딸 곁에서 나를 떼어 놓다니! 상종 못할 놈이로군! 적당히 두들겨 팬뒤 바다에 내다 버려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미런이 훽하니 고개를 돌리며 문쪽으로 향했다. 해롤드는 감히 말문을 열지못 한채 온갖 애처로운 표정을 띄니 그것을 잠자코 지켜보던 칼슨이 나지막히 묻는다. 「…자네가 이 편지를 전하려고 더블린에서 이 밤까지 고생해 오진 않았을거라 믿네. 우리에게 전할 말이 있는가?」 「그… 그것이…」 「전할 말은 무슨! 칼슨, 당장 이놈을 내 집에서 쫓아내버려라!」 미런이 뒤이어 “경비!” 를 외치자 해롤드가 다급히 말문을 열었다. 「대, 대령이 무엇인가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해롤드의 말에 영접실 안은 삽시간에 물을 끼얹은듯 조용해진다. 그러나 그도잠시, 미런은 콧방귀를 뀌며 그런 해롤드의 말은 무시한다. 「그까짓 놈이 일을 꾸며봤자 내 손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 말을 마치기 무섭게 다시 “경비!” 를 외치는 미런의 목청에 해롤드가 다시금 말한다. 「대령은 지금 출항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해롤드의 이번외침은 감히 미런의 몸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잠시 생각을 하던 미런이 인상을 찌뿌리 며 해롤드에게 묻는다. 「그놈이 도피라도 한다는 것이냐?」 「그, 그것이… 슬하의 함대도 같이…」 말을 듣던 칼슨이 그의 말을 갈무리 하려는듯 나섰다. 「‘노튼 윌터스’ 대령이 자신의 함대와 함께 도주를 계획한다는 것인가?」 「도…도주는 아니고…」 잠시 말꼬리를 흐리던 해롤드는 자신을 향하는 두개의 차가운 시선을 느끼자 다급히 말을 이었다. 「정확히는 ‘출병 준비’ 를 하고 있었습니다….」 「출병?」 칼슨이 자신의 날카로운 턱을 손끝으로 쓰다듬더니 해롤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네가 알고있는 모든걸 말해보게.」 해롤드는 이윽고 자신이 살길을 깨달았고 아는 사실을 모두 실토하기 시작했다. 자세한 정황같은 건 들은바가 없어 알지 못하나, 루에르를 런던에 데려다주고 더블린으로 회항하자 노튼은 이전부 터 진행한듯 함대에 대포와 화약등, 전투에 쓰일 군수품을 싣고 있었고 그 경위를 물을 새도 없이 자신에게 편지의 전달을 명했다는 것이였다. 칼슨은 그의 말을 깊이 경청하였다. 이윽고 그의 말이 끝나자 칼슨은 생각끝에 두가지 가설을 내 놓았다. 「아무리 노튼이 일함대의 총지휘를 맡고 있다 하더라도, 그의 뜻만으로 출병을 하는건 가당치도 않습니다. 이는 ‘출병’ 을 위장으로한 도주일 수도 있습니다.」 「흥! 촉망받는 유망주? 웃기는군! 벌이 두려워 그따위 일이나 꾸미다니! 한심한 놈이로군!」 「허나… 노튼이라면 그것에 맞서 항소를 하면 하였지, 도망따위를 꾸밀 자가 아닙니다.」 「허면 놈이 무엇을 꾸민다는 것이냐, 칼슨!」 「…아무래도 진짜 ‘출병’ 을 하려는 것인듯 합니다.」 ‘진짜 출병’ 이라니. 도대체 무엇을 목적으로 그리한단 말인가. 미런은 그의 말을 듣고 생각을 해 보았으나 도무지 연관점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인상을 굳혔다. 「나를 놀리나, 칼슨.」 「…아마 노튼은 제독님의 소환이나, 처벌 따윈 안중에도 없을 것입니다. 지금 그는 무언가 목표 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모든 심혈을 기울일 뿐, 이번 소환과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일 을 꾸미는게 절대로 아닙니다.」 「그럼 놈이 무얼 노린다는거냐!」 미런의 물음에 칼슨은 회심의 미소를 띈다. 「…그것을 알아봐야 겠지요.」 노튼과는 같은 사관학교 생도이다. 그를 이기기 위해 그에 대해 많은것을 조사하였으며, 원치 않 게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노튼, 그 강직한 성격이 고작 골이 괴팍한 노인네의 처벌따 위가 두려워 그따위 술수를 부리는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는 칼슨이였다. 그는 자신보다 강한 힘앞에라도 정당함 없이 무릎꿇는 일이 없었고,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자였 다. 목표에 대해선 맹목적인 인물로도 충분히 달리 말할수 있었기에 그의 ‘출병준비’는 무언가를 위장함이 아닌 그 자체였다.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법을 어기진 않을 것입니다. 준비가 철저한 놈이니, 출병준비와 함께 그 것을 알리는 보고를 상소했을것입니다.」 「폐하께 말인가?」 만약 국왕이 그것을 윤허하였다면, 왕명을 받든 출병이기에 자신의 힘으로도 노튼을 소환할 수 는 없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미런은 분을 터뜨리며 어금니를 물었다. 「제기랄… 영악한 족제비같은 놈!」 「허나 그건 일시적인 회피책입니다. 놈은 언젠가 런던에 회항할 것이고, 제독께서는 놈이 자국 영지를 밟는 그 순간 소환을 하면 됩니다. 그걸 놈또한 모를리 없습니다.」 칼슨은 생각했다. “역시 이 괴팍한 노인네의 화를 면할 생각이 아닌, 잠시 피할 생각인 것인가.” 라고 말이다. 하지만 어째서 일까? 생각에 잠겨있던 칼슨이 문득 떠오른 바가 있는지 조속히 미 런에게 귀뜸했다. 「지금 국왕께서는 부재이십니다. 노튼의 상소서는 여전히 부재 문서로 폐하의 손길에 닿지 않 았을 것입니다. 제독께서는 그 권한으로…」 「놈이 보낸 문서를 열람하여 꿍꿍이를 알아내라- 그 소리로군.」 「예, 그런 뒤 적당한 구실로 놈의 상소를 기각하고 영내에 묶어 두면 조만간 놈을 법정에 소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흥! 놈이 뭘 꾸미는진 몰라도, 그놈은 절대로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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