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lude


" 자, 쓰레쉬. 네 낫이야. 새로 주문했던 것이 나왔어 "
" 아아, 고맙다. 엘리스 "

이공간 군도의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성. 군도의 챔피언 및 예비 챔피언들은 모두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곳의 어딘가에 있는 거대한 홀 안에서 엘리스는 쓰레쉬에게 그의 낫을 건네주었다.
이전 카직스의 공격을 막아냈더니 낫이 부러져버려, 쓰레쉬가 랜턴만 들고 돌아오자 그녀는 성내의 대장장이에게 그의 낫을 새로 만들것을 주문했다.

"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나와서 다행이군. 몇 주는 걸릴거라 생각했는데 "
" 대장장이한테 말을 좀 해놨지. 요즘 주가 급상승중인 챔피언이니 가급적 빨리 하라고 "
" 여튼 고맙다. 잘 쓰지 "

낫을 길들이기 위해 곧바로 협곡으로 향할 준비를 하러 가는 쓰레쉬를 본 엘리스는 다시 자리에 앉아 크립 재질로 된 서류철을 집어들었다.
앞으로 처리할 일들이 무척 많았다. 동족의 인간계 출입시 가할 처벌에 관한 서류, 공허의 생물체들에 대한 인간류 챔피언 수장들과의 회담 때 쓸 자료 정리, 리그 내 무단결투 등등 자잘한 것부터 큼직한 것까지 그 종류가 다양했다.
다만 일은 바로 진행되지 않았다. 크립판을 든 엘리스의 얼굴이 옅은 홍조를 띠고 시선이 일정하지 못하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 낫 줄때 손가락 닿았는데....눈치 못챈 걸까 '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소녀감성에 휩쓸린 엘리스는 검지손톱 끝을 중지로 계속 만지작거렸다.
차가운 손가락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곳만큼은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
눈을 감고 그 때의 느낌을 떠올리던 엘리스는 고개를 휘휘 젓곤 진지한 얼굴로 깃펜을 들었다.




" 이번엔 이런 포지션으로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헤카림 님?"
" 흠, 7-3-1 포지션이라....장점은? "
" 우선, 처음 진입할 때 7명의 유령 기수들을 배치함으로서 피격될 확률을 올렸습니다. 저희들의 궁은 맞기만 해도 적들에게 공포 상태이상을 주니 갱킹이든 딜이든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후속 딜을 넣어주실 헤카림 님이 최후미에 계심으로서 안정적인 갱 루트 진입과 동시에 딜을 넣는데도 일조할 수 있을 겁니다 "
" 그리 하면 가운데가 좀 비지 않나. 차라리 5-5-1로 하는게 어떤가? 아니면 6-4-1도 괜찮을 것 같다만 "
" 그에 관해서는... "


엘리스의 집무홀을 나와 성 안에 있는 작은 벌판으로 나온 쓰레쉬는 곧바로 헤카림과 그의 유령 기수들을 보았다.
궁극기의 포지션을 짜는 듯했다. 유령 기수장과 헤카림이 포지션을 의논하는 동안 일반 유령기수들은 어딘가에서 주워온 낡아빠진 축구공을 이리저리 차며 놀고 있었다.
쓰레쉬는 자신의 낫도 자랑할 겸 터벅거리며 그들 쪽으로 걸어갔다. 그를 알아본 몇몇 기수들이 꾸벅 인사했다.


" 동포여, 뭘 하고 있는건가? "
" 아, 쓰레쉬. 지금 그림자의 맹습 포지션을 재배치하고 있었다네. 소환사가 이젠 기존 포지션말고 다른 진형을 한번 연구해보는게 어떻겠냐 해서 해보고 있는데 의외로 답이 잘 안나오는군 "
" 이곳은 협곡하고 달라서 스킬 수에 제한도 없고 마나 소모량도 없잖아. 그러면 되는대로 해봐서 맞는 걸 고르면 되는 일 아닌가? "
"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네. 괜히 이런 일로 내 부하들 달리게 하고 싶지도 않고 "
" 동포도 동포 나름대로 힘들겠군 "
" 뭘. 그보다 그 낫, 엘리스한테 새로 받은건가? 예전보다 내구도가 좀 더 올라간거 같아 보이긴 하는데 "
" 새로 만들었으니 전것보다 낫겠지. 난 갈테니 잘 짜라고 "
" 아아, 그래 "


자랑할 심산이었건만, 바쁘게 머리를 굴리고 있는 그의 앞에서 낫을 자랑할 수는 없었다.
쓰레쉬는 다음에 해도 늦지 않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소환의 제단으로 향했다.


/1


" 오---빠----!! 일어나! 학교가야 돼!! "
"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렇게 이불 들추지 마. 추워... "


한편, 데마시아에선 럭스가 오늘도 활기차게(?) 가렌을 깨워 일으켰다.
비몽사몽인 눈으로 일어난 가렌은 꾸벅거리며 졸면서도 책상 위에 반듯이 걸려있는 데마시아 국기에 경례를 했다.


' 데마시아를 위하흐아아아아아....ㅁ '


데마시아의 힘조차도 잠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이 때 밖에서 럭스가 안 일어나면 알몸으로 쳐들어가서 부둥켜안아버리겠다고 협박(?)하자, 가렌은 어떻게든 잠을 떨쳐내려 애를 써야 했다.




" 아참, 오빠 그거 들었어? 카직스를 찾는 소환사님 이야기 "
" 아....들었어. 그런데 며칠전부터 제단에서 안보인다는데? "
" 그러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신걸까? 소환사님들은 들어오는 주기가 항상 일정치 않으시니깐 "


학교에 도착한 럭스는 가렌을 따라 그의 교실로 들어갔다. 아직 어수선한 교실 분위기 속에서 몇 챔프가 그들에게 인사했다.


" 여어, 좀 늦었네. 너희들 "
" 이즈리얼? 너가 웬일로 이렇게 빨리 왔어? "
" 왜기는. 이제 곧 시험이잖아? 그 대비를 하려면 빨리빨리 움직여야지 "
" 헤에. 너한테도 성실한 면이 있기는 있었구나. 의외네 "
" 의외라니, 너.... "


럭스가 이즈리얼과 이런저런 애기를 하는 동안 가렌은 자리에 앉아 가방을 정리했다.
원래 럭스는 한 학년 아래라 아래층으로 가야 하지만 어째선지 가렌의 교실까지 들어와있었다.


" 럭스, 네 교실은 아래쪽이잖아? "
" 으응, 그렇긴 한데 다른 챔피언들이랑 좀 말하고 싶어져서 왔지 "
" 좀 있음 시험인데 내려가서 공부라도 하지 그래. 너 저번 시험 성적이 엉망이라 부모님도 뭐라 한소리 하시지 않았... "
" 네네, 거기까지. 그 이상은 말해주지 않았음 하는게 여동생의 소망이에요 "
" 에휴... "


귀엽게 한쪽 눈을 찡긋하며 이번엔 이렐리아 쪽으로 달려가는 럭스를 본 가렌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손은 책가방에서 책들을 꺼내 책상에 집어넣는 걸 계속하고 있었다.
이따 점심시간에 잠깐 자르반 폐하한테 들를까, 생각한 뒤 잠시 화장실에 가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섰다.




" 리~신~어디가? "
" 매점에 가고있소 "
" 진짜? 그럼 나 뭐 하나만 사주면 안돼? "
" 아리양은, 돈 꽤 많지 않소? 굳이 나한테 사달라하지 않아도 충분히 많이 사먹을 수 있을텐데. 당신의 추종자들도 있지 않소이까 "
" 자고로 내 돈으로 사먹는 것보다 남의 돈으로 사먹는 것이 몇 배는 맛있다고들 하지 "
" .....그리 따지자면 추종자들도 남이지 않소 "
" 넌 챔피언이고 개들은 일반인이고 "
' .....어디로 가야하오... '


한편, 매점 근처에서 리신은 우연히 만난 아리한테 삥뜯기는 중(?)이었다.
아침수련에 집중하다 아슬아슬하게 등교해버려 배고픈 뱃속을 빵우유로 보충하려고 했더니, 웬걸 매점에서 아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를 기다리고 있던건진 모르겠지만....


" 자, 나는 저 사과주스! "
" 사준다고는 아직 한마디도 안했소만.... "
" 난 신이 사줄거라 믿고있거든 "


하아, 한숨을 작게 쉰 리신은 할수없이 매점으로 걸어갔다. 이렇게 된 이상 사주지 않고선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평소 리그에서도 그녀의 추종자들한테 수없이 선물을 받고, 이따금 골드도 어느 정도 받는 것 같은데 그녀는 항상 리신한테만 달라붙어 뭔가를 사달라고 떼썼다.
이건 좀 언제 한번 날 잡아서 진지하게 말해야 할지도, 남모를 결심을 한 리신은 팔짱을 끼려드는 아리를 떼어내며 매점 앞에 섰다.
쭉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블리츠크랭크는 말없이 사과주스를 내밀었다.


" 리신, 아리다. 아리는 사과주스라고 들었다. 여기 가져왔다. 추가로 주문할 것은? "
" 이런 데서 준비성 철저하지 않아도 되는데....난 우유랑 크림빵 "
" 알았다. 다해서 200골드다 "
" 여깄소. 고생하시오 "


주스를 들고 나오자 아리가 벽에 기대서 즐거운 얼굴로 리신을 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어딘지 남모를 감정이 숨어있다는 걸 리신은 알고 있었을까.
그 기다리는 몸짓에 기묘한 감정이 꿈틀거리고 있는 걸 리신은 눈치채고 있었을까.
리신이 그걸 볼 수 있을리는 없지만. 어찌됐든 아리에게 주스를 준 리신은 근처에 비어있던 자리를 확인하고 앉아 빵봉지를 뜯었다.


' 빨리 먹고 올라가야겠어... '
" 어머, 리신 거기서 혼자 먹으려고? 혼자 먹으면 맛도 없고 체할 수 있어. 내가 같이 있어줄게 "
" 그렇게까지 안해도 되오. 빨리 먹을 거기 때문에... "
" 그러니까, 그래서 체할 수 있다니깐? 아니면 리신은 내가 같이 앉아서 뭘 먹는게 싫은거야? "
" 그, 그런건 아니오...하아, 좋을대로 하시오. 다만 곧 있으면 수업 시작이니 빨리 먹긴 해야한다오 "
" 응, 알았어♡ "


또 한건 해냈다는 얼굴로 아리는 캔을 따서 주스를 마셨다. 얼마나 즐거웠는지 양 다리까지 앞뒤로 흔들리고 있었다.
리신도 빵을 한 입 물고 우유를 마셨다. 잠시 대화가 없어진 와중에 아리는 슬쩍 리신의 두 눈을 보았다.
주황색 천으로 감겨진 눈은 굳게 감겨져 있는 듯했다. 그걸 본 아리는 천천히 주스를 내려놓았다.


" 리신, 눈을 떠보고 싶었던 적은 없어? "
" ? 갑자기 무슨 질문이오, 그것은. 아리양치고는 진지한 질문이군 "
" 그냥. 리그에서 처음 봤을때부터 궁금했었어 "


리신은 잠시 생각하다가, 아스라이 멀리 있는 걸 회상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문을 텄다.


" 눈이라....안 뜨고 싶다하면 물론 거짓말이지. 나도 당신들이 매일같이 보는 하늘을 보고싶고 구름도 보고 싶소.
수많은 리그를 헤쳐나오며 승리의 영광, 패배의 씁쓸함을 함께 헤쳤던 챔피언 동료들. 나와 함께하는 소환사님. 그리고 이곳에 있는 다른 일반인들의 얼굴도 내 눈으로 보고싶소. 허나 이 눈은 내 속죄의 대가로 바쳤던 것. 내가 과거 저지른 짓의 대가가 눈이라면 난 평생 앞을 못보는 장님으로 살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이후 죽을 때까지 장님으로 살 것이고, 앞을 보지 않기로 결심했소. 그러니 난 앞을 볼 수 있게 되선 아니되오 "
" 흐음, 복잡하네. 그래도 아까워. 그 얼굴에 천 없애고 눈 뜨고 다니면 꽤 잘생겼을 얼굴상인데... "
" 과한 칭찬 고맙소. 그나저나, 이제 곧 쉬는시간이 끝나가지 않소? "
" 어, 그러네. 어떻게 알았어? "
" 정글을 하도 돌다 보니 시간 세는것에 익숙해져서, 시계 없어도 시간을 셀 수 있게 된 것 뿐이오 "


이만 올라갑시다, 하고 무심히 걸음을 재촉하는 리신을 따라 일어선 아리는 그를 따라 걸으며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듬직하지만 아까 그 말을 들어서인지, 어딘지 뭔가에 짓눌려 처져 보이는 듯한 등이었다.
문득 아리는 그 등에 안겨서 얼굴을 묻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것으로 그의 위로가 조금이나마 될지도 모를것이기 때문이란 생각 때문이었을까.
그리고 그 등에 속삭이고 싶었다. 그 고행길은 분명 외로울테니 나도 그 옆에서 같이하면 안되겠느냐고.
전하지 못한 일언(一言)은 마음속에서 메아리가 되어 사라졌다.


/2


" 고생하셨습니다--- "
" 고생했어요 "
" ..... "


리그 오브 레전드 대기실에선 막 리그를 끝마치고 나온 소환사와 챔피언들이 모여서 쉬고 있었다.
이기고 지고 상관없이 모여서 조금 전 리그에 대해 말하던 그 때, 무리와 동떨어진 탁상에 앉아 정신없이 신문을 들여다보는 생물체가 하나 있었다.


" .....칫, 여기에도 안 나와 있잖아...! "


일자를 확인해보니 무려 2일 전 것이다. 카직스는 짜증난 얼굴로 신문을 홱 내팽개치고 보랏빛을 빛내는 날개를 손질했다.
그로부터 3주가 지났다. 눈을 감았다 뜨니 7일이 훌쩍 지나가 있어 부랴부랴 리그에 신청서를 내고 수없이 협곡에 출입했지만 그 소환사는 찾지 못했다.
어디로 사라진것인가? 아니면 리그에서 당분간 떠나있기로 한 것인가?
승패가 문제가 아니었다. 당장 그 소환사를 찾아내 눈 앞에서 보고 싶었다. 이유? 모르겠다. 그냥 본능이 그렇게 충동질시키고 있었다.


" 카직스, 이곳에서 뭐하나 "
" .....녹턴이냐 "
" 평소 날카로웠던 칼날이 요즘들어 많이 무뎌진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는거냐? "
" 캇, 네놈이 알 바 아니다. 난 바쁘니 말상대라면 다른 데 가서 찾으라고 "
" 놈, 말하는 꼬라지하고는....이미 소문 다 났다. 네놈이 어떤 소환사 한 명을 찾고 있다고. 만사 무심하기로 소문난 네놈한테 그런 소문이 돌 정도라면 상당히 애써서 찾고 있는 모양이지? "
" 쓸데없이 귀만 빠른 시커먼 놈 같으니...본질이 귀신이라 그런가. 뭐가 됐든 너하곤 상관없잖아 "


계속 비협조적인 그의 모습에 녹턴은 짐짓 팔짱을 꼈다. 하얗게 빛나는 눈이 유감인 표정으로 변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물론, 상관없다. 하지만 동포가 마음쓰는 일이 있다면 도와주는 것이 의리이자 동포애 아니겠나. 나도 내 나름 여러 방면으로 네놈이 찾는 소환사와 같은 조건의 인간을 물색해왔다. 그러다 어느 정보를 입수했는데... "
" 찾아냈나!? "


덜커덩, 의자가 뒤로 넘어가고 카직스가 일어서서 놀람과 흥분이 뒤섞인 눈으로 녹턴을 쏘아보았다.
그 반응에 재미를 느낀 녹턴은 팔짱을 낀 채로 이리저리 두둥실 날아다녔다.


" 물론. 입수했다. 그 소환사의 친구라는 소환사한테서 직접 전해들은 정보이니 신뢰도 또한 보장하지 "
" 뭐냐. 얼른 말해라. 어디로 가야 그 여자를 만날 수 있는것이냐 "
" 그 소환사는...잠깐 먼 곳으로 떠났다더군 "
" 뭐...? "


떠났다니? 벙쪄서 아무 말도 못하는 카직스한테 녹턴은 숨을 내쉬고 이어서 말했다.


" 원래 그 소환사는 몸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꽤 중병이라고 알려진 병에 걸려있던 모양인데 그 치료를 위해 외국에 있는 병원이라는 곳으로, 인간들이 질병을 치료하는 곳으로 떠났다더군. 완치될 수 있다고는 하는데 거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고 했다. 상당히 큰 병을 앓고있던 모양이야.
때문에 한동안 리그에 출전하지 못할 거라고 했다. 그 여자도 그 소환사가 널 자주 다뤘다는 것을 잘 알고있더군. 어찌됐든, 이제 그만 찾는 건 포기해라. 그 여자는 오랫동안 이곳으로 오지 못한다 "
" .......그런가. 병의 치료를 위해서..... "


납득한 것인지, 충격을 받은 것인지 모를 표정으로 뭔가를 중얼거리다 그치다를 반복하던 카직스는 말없이 대기실을 나서서 공허로 향하는 게이트 위에 올라섰다.
잠시 후, 카직스가 사라지자 녹턴은 딱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 녀석이 인간한테 관심을 가진 건 살아온 세월 중 처음있는 일인데, 녀석대로 상심이 크겠군 '




같은 시각, 교내 독서실에선 가벼운 침묵 속 펜소리만이 사각거리며 나지막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챔피언, 일반인들의 차별이 없는 학교 안에 있는 독서실인 만큼 안에는 챔피언과 일반인들이 뒤섞여 공부하고 있었다.
평소 '오빠 정말좋아' 모드인 럭스도 이 곳에서만큼은 진지하고 신중하게 공부에 임했다.
다만 가렌의 옆에 앉아 어깨를 그 쪽으로 기대고 앉아 있었다. 한시라도 그가 곁에 없으면 안심할 수가 없는 것일까.
나머지 챔피언들은 모두 칸막이가 없는 커다란 책상에 모여 앉아 책을 보고 있었는데, 모르가나는 탈론의 맞은편에 앉고, 탈론의 왼편엔 카타리나가 앉아 있다.
그리고 그녀의 왼편엔 소나가 앉아 있고, 카타리나 맞은편엔 아칼리, 그 옆에 베인이 앉아 총 5명이 책상을 점거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챔피언이 공부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었다. 모르가나는 탈론의 얼굴을 흘긋거리기에 여념이 없고, 탈론은 눈만 책을 보고 있지 머릿속으론 받고 싶은 스킨의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었다.
카타리나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베인은 아칼리와 낙서를 주고받으며 조용히 히히덕거리고 있었다.
유일하게 공부하는 챔피언은 소나 혼자였다. 애초에 그녀는 말을 할 수 없으니 잡담을 나누려면 일일이 종이에 펜으로 써야하니까 번거로운 탓에 하지 않는게 아닐까.
살짝 베인과 아칼리를 본 소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 나도 말할 수 있는 설정이었다면, 저렇게 독서실에서도 장난치면서 공부할 수 잇었을텐데 '
" .....엇, 펜 잉크가 다 떨어졌네...잠깐 매점 갔다올게 "


일러스트에 열중하던 탈론이 다 쓴 펜을 버리는 김에 매점에 가려고 일어서자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모르가나가 덩달아 일어났다.
일어나면서 의자가 끌리며 소리를 냈기 때문에 그 책삳에 앉아있던 챔피언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대차게 졸고 있는 카타리나는 제외였다.
시선이 쏠리자, 모르가나는 수줍어진 얼굴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 나, 나도 마침 목말라서 탈론하고 같이 매점가려고 일어난거야 "
" 누가 뭐라진 않았는데... "
" 가는 김에 나도 하나 사줘. 아이오니아 산 생수 한 병만 "
" 돈 줘, 이 년아 "
" 너무하는구만. 생수 한 병 갖고 "


베인이 투덜대면서도 지폐를 건네주자 받은 모르가나는 탈론을 따라 독서실을 나갔다.
둘이 나가자, 곧바로 카타리나를 제외한 나머지 챔피언들이 상체를 앞으로 쭉 내밀어 머리를 맞댔다.


" 오늘따라 모르가나 분위기가, 좀 꽁냥거리는 분위기지 않냐? "<-아칼리
" 그러니까. 여기 오기전에 탈론하고 만났을 때부터 얼굴이 붉어져  있더만. 난 어디 아픈 줄 알았어 "<-베인
" .....(저도 오늘 모르가나는 어딘지 상태가 안 좋다고 생각해요) "<-소나
" 분명 썸타고 있어. 둘 사이의 썸인지, 아니면 모르가나만의 일방적인 썸인진 모르겠지만 분명 "


아칼리가 한줄평을 내리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챔피언이라지만 그들 또한 여성. 남자와 여자 간 사랑에 대해 들으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설레는 기분이 드는 한창때의 소녀들인 것이다. 일부는 소녀가 아니라 일반 여성이지만...
둘이 돌아올 때까지 그들에 관한 토론은 한시도 멈추질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카타리나는 계속해서 졸았다.




※이런저런 끄적임


안녕하세요! 2년 전 10월에 마지막으로 8화를 올리고 군에 입대했던 버스를존경함 입니다!
제가 병장이 되서 돌아왔습니다! 전역까지 3개월 남았습니다! 답도없는 짬찌입니다!
하하...그래도 이제 시간이 되면 끄적끄적여서 다시 연재를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습니다.
군대에서도 틈틈이 소설을 써서 분량 충분히 확보해놓았고 이제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제가 안 쓰고 군대에서 뺑이치는동안 미흡함밖에 없는 제 글들을 반복해서 봐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