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니아 북부 숲. 아주 한적하지만 깊은 곳에 지금은 얼마 남지 않은 킨쿄우 닌자단이 모여 있다.
한 비석을 둘러싸고 모여 있는 이들.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걸까.
침묵이 계속되는 가운데 쉔이 정적을 깨고 한 마디 했다.
"머지 않았다."
정적이 깨진 탓에 긴장이 풀어져서일까.
장막을 치고 은신 중이던 아칼리도 거들었다.
"이제야.. 오랜 숙원이.."
아칼리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 비석이 솟아오르더니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내리쳐 충격의 여파로 모두를 공중에 띄워 밀려나게 했다.
그리고는 주변 이들의 피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실로 가공할 흡혈력이었다. 설사 리그의 블라디미르가 전력을 다한다 해도 이정도로 흡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믿었다. 아무리 냉철한 아칼리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대로라면 가장 효율적이고 확실한 대처법을 세웠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저 공포에 질려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도주해야 하나? 들키면? 그렇다면 어어떻게? 쉔은?'
아칼리는 쉔을 보았다.
쉔의 눈은 매우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으며 몸은 떨고 있었다.
'공포를 느낀다고? 쉔이? 황혼의 눈을 가진 그가? 대체 어떻게?'
아칼리는 점점 미쳐갈 지경이었다.
그 때. 모든 것이 멈추었다.
시간도 공간도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은 정적이 흘렀다.
비석은 잘게 나눠지더니 원 모양을 형성했다.
그 사이의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무언가가 차원을 찢고 나왔다. 누군가의 손이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쉔이 온 몸으로 차원을 비틀어내며 공간을 넓히기 시작했다.
마침내 무언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오신...겁니까.."
쉔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전히 공포에 질린 목소리다.
"너희가.. 날 불렀는가.."
"네..그렇습니다.. 아트록스.. 다르킨의 검이자.. 위대한 
처형자시여.."
"시끄럽다..피가...피가...부족하다.."
"네...?"

"공포를...느껴라...!!!"

"...!!! "

아트록스는 다시 피의 학살을 시작했다.
소환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몇배는 더 강력한 힘으로 흡수와 파괴를 반복했으며,
그날 아이오니아 북방 숲의 지도는 새로 그려지게 된다.
흔적도 없이 일대가 증발했기 때문에 이는 아이오니아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