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내가 슈리마 사막 한가운데 쓰러져있다. 그의 모습은 사람이라 알아보기 힘든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이 세계에선 볼 수 없는 마스크로 가려져있었으며, 피부는 알수 없는 힘을 담았는지 보라색에 가까운 색이었다. 그의 곁에 공허의 예언자 말자하가 지나가더니 그의 힘에 이끌렸는지 그를 깨웠다.
"이보게, 이보게. 정신차리게나."
말자하가 흔들어 깨우자 그 사내가 서서히 눈을 떴다.
"으음... 여긴 어딘가?"
사내가 정신을 차리며 아직은 힘이 없는지 다소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룬테라네. 자네와 나의 고향이지. 그런데 자네 몸에서 풍기는 느낌과 힘, 익숙하군."
말자하가 말했다.
"익숙하다니? 내 몸에서 풍기는 느낌과 힘이? 당신도 공허를 갔다온 것인가?"
그 사내가 다소 놀랍다는듯 물었다.
"공허라... 역시 잘 아는구려. 이렇게 공허를 다녀온 사람도 얼마 안되는데 이름이나 주고받는게 어떤가? 내 이름은 말자하라 하네."
말자하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카사딘이라 하네."
그 사내가 이름을 말했다.
"그렇군, 카사딘. 공허를 어떻게 접했나?"
말자하가 물었다.
"나는 금지된 지식을 탐구하던 자였네. 그러던 중 우연히 이케시아라는 도시를 접했지. 그리고 알 수 없는 문을 접했고 그곳에 빨려들어갔지. 그러면 자네는 어떻게 공허를 접할 수 있었나?"
카사딘이 말자하의 질문에 대답하고 물었다.
"나는 예언자였지. 그러나 나는 현세 뿐 아니라 다른 세계 역시 미래에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하고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을 찾는데 열중했네. 그러던 중 고대문헌에서 이케시아라는 고대도시를 발견했지. 나는 이케시아를 찾던 중 공허로 가는 문을 찾은거고. 그래, 공허에 갔다온 소감은 어떤가?"
 말자하가 다시 물었다.
"공허는 정말이지 끔찍한 곳이었지. 그곳의 생물들은 모두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대부분은 식욕에 미쳐있었네. 개중에 지식을 탐구하고자하는 생물도 있었지만 먹는 것이 아닌 지식에 미쳤다는 것만 다를 뿐이지. 그들은 끊임없이 룬테라의 문을 두드리고 있네. 그들이 이 세계에 온다면 룬테라는 파멸할 것이야. 비록 나의 몸은 오염되었지만 정신은 오염되지 않았네. 나는 룬테라에 공허의 위험을 알리고자 공허의 세계를 애써 빠져나왔네."
카사딘이 말했다.
"자네가 나처럼 공허를 갔다왔다길래 기대했는데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인물이었군. 나는 룬테라가 이케시아의 생물들에게 짓밟히는 미래를 보았네. 미래는 어두워. 공허는 우리의 새로운 미래지."
말자하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공허에게 어떤 것도 바랄 수 없네. 그들이 룬테라로 온다면 모든 인간을 식욕에 못이겨 먹어치울 뿐이네. 룬테라는 공포와 불안 속에서 파멸당하게 될거라는 말이네."
카사딘이 말했다.
"그래서 자네가 파멸을 막을 수 있다 보는가?"
말자하가 물었다.
"나는 리그에 참가해 앞으로 올 파멸에 대해 알릴 것이네. 그들이 앞으로의 공허의 침략을 스스로 막아낼 수 있도록. 그들은 서로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지. 힘의 균형은 유지되어야한다는게 내 생각이네."
카사딘이 말했다.
"파멸은 불가피한 일이네, 카사딘. 나와 자네는 공허의 힘을 받았지. 필멸의 존재의 세계는 곧 끝나네. 영원한 삶과 강력한 힘을 가진 공허의 생물에 의해 새로운 세계질서가 열릴 것이네. 그리고 자네가 그런다고 어떤 필멸자가 감사해하겠는가?"
말자하가 말했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인간으로서 살아가야지 어찌 인간을 배신하고 공허족에 빌붙어 살 생각을 하나?"
카사딘이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필멸자들은 필멸한다. 이건 막을 수 없네. 어떻게 공허의 힘을 받고서 필멸자들과 함께 파멸당하려하는가? 공허를 다녀온 사람 중 저렇게 바보가 있을 줄이야."
카사딘은 말자하의 말에 더 대화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반가운 만남이었네, 말자하. 다만 우리의 길은 다르군."
카사딘은 가식적인 말을 던지고 뒤돌아 유유히 떠났다.
 카사딘이 집에 도착했을 때였다. 얼마만의 집냄새인가? 그리움에 집을 둘러보고 있었을 때 그의 부인이 손에 식칼을 들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오...오지마. 이 괴물아. 네놈은 어떻게 내 집에 들어온거냐? 한...한발짝이라도 온다면 몸부위 하나를 잘라주마."
부들부들 떨며 말하는 그의 부인에 그는 일단 다가오는걸 멈추었다.
"여보, 나요, 카사딘. 내 모습이 흉측해져 못알아보는거요?"
카사딘의 말했다.
"네...네놈이 어떻게 내 남편이냐? 내...내 딸을 납치하더니 이제 남편까지 납치해 그를 사칭하느냐? 남...남편이 네놈같은 괴물이 될리 없지 않느냐?"
부인은 여전히 괴물을 대하듯 떨며 말하고 있었다.
"뭐...뭐요! 잠깐, 내 딸이 납치되었다니? 언제? 왜?"
카사딘은 부인의 말에 놀라 말했다.
"그...그걸 네놈이 왜 물어보느냐? 그리고 내 딸? 네놈이 모습 뿐 아니라 정신까지도 흉측하구나. 싸이코같은 년. 헛소리말고 어서 죽여라."
부인은 여전히 카사딘임을 못믿어 이런 막말을 던지고 있었다.
"언제 납치되었는지만 말하게."
카사딘이 답답한 마음을 애써 누르고 말했다.
"네...네놈이 알아뭐하느냐? 구해주기라도 하게?"
부인이 비웃는 말투로 말했다.
"내 딸인데 당연한 것 아니오?"
카사딘이 말했다.
"내 딸! 내 딸! 지겹다, 괴물아!"
아내는 두려움에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
"차분히 생각해보시오. 내가 신체와 정신이 흉측한 괴물이라면 이런 말을 들은 후, 이성을 상실해 당신을 베겠지. 적어도 당신의 남편이 아니더라도 흉측한 괴물은 아니잖소?"
부인이 카사딘의 말대로 정신을 가라앉히며 식칼을 내려놓았다.
"당신이 흉악한 괴물이 아닌건 알겠소. 그렇다면 나를 도와주기 위해 온 것 같군. 남편과 딸을 찾아주시오. 남편은 몇주 전 금지된 지식을 찾는다며 집을 비웠고, 딸은 오늘 집을 잠깐 나가 안돌아오오."
부인이 말했다.
"오늘? 늦진 않았군. 알려주어서 고맙소, 부인."
카사딘이 균열이동으로 그의 부인 앞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카사딘은 공허의 힘을 느꼈다. 그 힘 가운데에는 인간의 힘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공허의 느낌을 더듬던 중 드디어 납치된 딸을 발견했다. 그러나 카사딘이 느낀 공허의 힘은 공허생물체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과 같은 공허를 여행한 인간, 말자하였다.
"이게 무슨 짓인가, 말자하? 그녀는 내 딸이네. 당장 놓아주게!"
그녀의 딸은 공허로 가는 문에 빨려들어가고있었다.
"오, 하필 자네의 딸일 줄이야. 더 잘됐군. 공허여, 공허를 배신한 인간 카사딘 대신 그의 딸을 바치나이다. 저 배신자를 공허의 힘으로 처단해주소서."
말자하는 카사딘을 흘끔 보더니 마치 도발이라도 하듯이 아랑곳하지않고 공허에 기도를 올렸다.
"이 미친 자식!"
카사딘이 말자하를 향해 무의 구체를 던졌다. 말자하는 이를 피하며 카사딘의 발밑에 무의 지대를 놓으며 공허의 부름을 시전했다.
"너의 마법 따윈 네게 통하지 않는다."
카사딘이 보호막으로 말자하의 공격을 막아내며 균열이동으로 말자하의 앞으로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말자하는 재빠르게 피하며 공허의 생물들을 불렀다.
"비겁한 놈!"
카사딘이 공허충들을 하나하나 베어넘기고 있을 때였다. 멀리서 산성으로 이루어진 액체가 카사딘 위로 떨어졌다. 카사딘이 균열이동으로 피했을 때 그것이 모습을 나타냈다. 아귀의 형상을 한 공허 생물체, 그것은 심연의 아귀 코그모였다.
"코그모? 룬테라에서 벌써 상위급 공허 생물체가 나타났단 말인가?"
카사딘이 균열이동을 다시 시전해 코그모를 베려했을 때였다. 말자하가 공허의 부름을 시전해 그를 방해했다.
"말자하!이젠 상위급 공허 생물체까지 불러온건가?"
카사딘이 그의 비겁함에 분노해 소리쳤다.
"이건 내가 소환한 공허생물체가 아니네. 스스로 빠져나온거지."
말자하가 말했다.
그렇게 카사딘이 말자하와 코그모 두 리그 챔피언을 상대하고 있을 때였다. 딸을 흡수한 공허의 문이 닫히고말았다.
"딸, 내 딸이..."
카사딘의 몸에 힘이 빠지며 풀썩 쓰러져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스크로 가려져있는 그의 마스크에서는 눈물이 비칠리 없었다.
"오오, 말자하 너 저주의 이름이여!"
카사딘이 분노에 사로잡혀 말자하에 달려들었다. 그때 말자하와 코그모가 마법에 의한 속박에 묶였다. 그리고 카사딘 자신도 속박당했다. 그들은 소환사들이었다.
"말자하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리그의 챔피언으로서 민간인을 공격하다니요?"
소환사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
"이보게들 이것 보게. 코그모는 어떻게 나왔대? 리그에서 철처히 감시 중이었는데... 아, 맞다! 저 분 괜찮으련지... 이보시오, 괜찮은거요? 리그의 챔피언 둘에 달려들다니 숨이 붙어있는게 다행이오."
또 다른 소환사가 말했다. 
"내 저놈들을 반토막내고 싶었는데 무슨 짓인가!"
카사딘이 화가 나 외쳤다. 그에게 말을 건 소환사가 그의 모습에 놀라 동료들에게 달려가 말했다.
"저 분, 인간이 아니잖소?"
그 소환사의 말을 시작으로 소환사들이 한동안 수근거렸다.
"당신은 인간이 아니군요. 어디서 오셨고, 왜 저들과 다투고 있었는지 설명해주실수 있습니까?"
소환사의 천연덕스러운 물음과 그를 속박한 그들에 카사딘은 화가 치밀었다.
"지금 내 딸을 죽인 원수들을 못베게 해놓고 그런 말이 나오는가!"
카사딘의 말에 소환사들이 놀랐다.
"저희는 리그의 챔피언을 관리하는 소환사들입니다. 저희가 당신을 속박한 이유는 말자하님과 코그모로부터 민간인을 보호하기위함이었습니다.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런데 말자하님과 코그모가 당신의 딸을 죽였다니요?"
소환사가 사과의 말을 한 후 놀란 말투로 물었다.
"말자하가 내 딸을 공허로 보내버렸지. 제물로 말이네. 그 험한 곳에서 내 딸은 살수 없을걸세. 사실상 죽였단 말이지."
카사딘이 화를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말했다.
"말자하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소환사들이 말자하에게 따지듯 말했다.
"공허에 재물바치는게 뭐가 문제인가? 영원하고 강력한 존재에 필멸하며 나약한 필멸자를 재물로 바치는게 문제인가? 강한 자를 섬기는게 약한 자의 도리 아니겠는가? 필멸자들도 강한 자의 명령에 따라 약한 자를 살육하지 않는가?"
말자하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소환사들은 그의 말에 어이가 없었으며 대꾸하고싶지도 않았다. 따라서 그의 말에 답변하지 않았다.
"리그의 소환사들이여, 잘 만났소. 나를 리그의 챔피언으로 참가시켜주시오."
카사딘이 한동안의 침묵 속에서 이렇게 말했다.
"말자하님과 코그모를 상대할 힘을 가졌다면 리그에 참여할 힘은 충분해보입니다. 허나 리그는 힘으로만 참가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당신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리그에 참여하는지를 시험해야합니다."
소환사 한명이 이렇게 말했다.
"마음가짐을 시험한다라.. 좋소. 리그의 시험을 치르겠소."
소환사들은 카사딘을 속박하고있는 마법을 풀고 그와 함께 걸었다. 카사딘은 리그의 챔피언으로 출전하기위해 소환사들과 함께 리그의 심판장을 향하고있다. 강자에 약자가 희생되는게 당연시하는 사람들과 싸우기 위해, 룬테라의 파멸을 막는 길을 알리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