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웅 소리를 울리며 도끼며 창, 칼이 부딫힌다. 눈에 띄게 거대하고, 흉측한 도끼를 휘두르는 한 남자.

누구나가 첫 대면에서 같은 인상을 품을 정도로 확실한 악의와 폭력을 그 얼굴에 새긴 듯 한 남성이다.

그 인상을 한 치도 배신하지 않은 체격이며 눈빛은 유약한 사람이라면 그저 바라보는 것 만으로 무릎꿇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이름은 두말 할 것 없이 다리우스였다. 이곳 룬테라에서, 그의 인상착의를 설명했을 때 

그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는 이는 적다. 굴강한 다리가 냇물을 귀찮다는 듯 박차고 거대한 도끼가 초목을 가르며 

내달리는 이곳은 전장이다. 그 와중에 불행히도 그 끔찍한 다리우스에게 쫓기고 있는 그림자가 있다.

다만 이것은 누가 보기에도 어색한 장면은 아니다. 다리우스는 전장에 있어 항상 누군가를 쫓아내는 쪽이었고, 오히려 그

를 몰아세울 수 있는 이의 이름을 대자면 한 손에 꼽을 정도이니까.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작금의 상황은 분명한 

이상사태이다. 유복한 가정의 어린 여자아이가 도둑질로 하루를 연명하는 불량배의 걱정을 할 일이 없듯, 마찬가지로 맨

손으로 바위를 깨부수는 타곤 산의 전사가 해로윙의 밤 창밖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을 위로해 줄 일이 없듯, 여기에 달리고

 있는 나의 오리아나는 이러한 폭력의 무리와는 하등 상관없는 아이인 것이다.

폭력과는 일절 연이 닿을 일 없는, 가련하고도 예술적인 나의 오리아나가 어떠한 경위로 이토록 끔찍한 전장에서 더욱 끔

찍한 저 살인마에게 쫓기고 있는가를 설명하는 일은 의미가 없다. 다리우스라는 미치광이가 그녀를 데마시아의 졸개 

정도로 생각하여 쫓기 시작했다던지 하는 시시한 일이 발단이겠지. 그보다도 이 요란스러운 살육의 축제를 벌이는 숲에

 나의 오리아나가 들어왔어야만 했던 이유를 이야기해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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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다. 작동을 시작한 것이 이 순간인지, 그렇지 않다면 수면이라는 것이 기능에 포함되어 있는지 이 순간 오리아나는

 고민한다. 묘하게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미세한 태엽소리가 어두운 실내에 창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빛과 함께 방 

안을 채운다. 나무로 만들어진 테이블은 쟁반 위 파문처럼 실내의 정적을 너무도 쉽게 깨뜨린다. 마치 잠에서 깬 듯한 

부유감에 휩싸인 오리아나는 그 삐걱대는 소리에 정신이 맑아짐을 느꼈다. 그리고 다른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차르르... 마치 솜털처럼 단숨에 놓쳐버릴 것 같이 미세한 소리. 또 하나의 소리의 발생원, 오리아나는 태엽으로 움직이는

 기계장치인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