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존댓말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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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 유저라면 랭크 게임을 돌릴 때 한 번 쯤은 들어볼 만한 소리들이 있다.

'정글(혹은 타 포지션) 차이 오지네 ㅉㅉ'

'우리 정글은 뭐함?'

'~~클라스 봤냐?'

이 외에 수도 없이 들어봤을 거친 표현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랭크 게임, 일반 게임을 막론하고 이루어지고 있다.

위 세 가지 예는 '실력'에 기반한 발언들이다. 우리는 자기가 잘 하는 것, 못하는 것. 그리고 팀원과 적이 잘 하는 것, 못 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끼면서 게임에 임한다. 

 브론즈부터 챌린저까지, 내 실력을 평가하고, 나의 한계를 시험하는 공간이고, 소소한 성취감을 느끼고, 때로는 실력에 스트레스를 받는 곳이 랭크 게임이다. 정도의 차는 있지만 AI와 일반 게임, 칼바람 나락 또한 같은 맥락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실력 평가의 최상층이 소위 '챌린저'라는 세계이고, 더 나아가면 프로의 세계이다. 우리는 각 지역에서 1위를 다투는 그들을 '프로게이머'라는 말로 부른다.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오직 실력으로 그 사람의 평가가 달라지는 곳이다. 그것은 하나의 엔터테인먼트이자, e-sport이다. 그리고 이 전체를 지탱한는 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유저들이다.

 e-sports는 한국에서 그 새싹을 텄고, 가능성을 열었다. 온게임넷과 MBC게임을 주축으로 스타크래프트:브루드 워, 워크래프트3는 물론 서든어택, 피파3, 기타 무수한 게임들의 리그가 있었고 흥망성쇠를 같이했다. 시대별로 정점을 찍은 사람들과 빛을 보지 못했던 이들이 있었고, 그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작금의 사태에서 비교해 볼 만한 사례 중 하나를 들어보자. 마 모씨가 관련된 프로게이머 승부조작사건이 있었다. 브로커를 통해 불법 도박 사이트 베팅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마 모씨를 비롯한 프로게이머들은 범죄자가 되었다. 공중파 3사에서 동시에 보도되었고, 게임업계에 가장 큰 타격을 주었던 사건으로 꼽힌다.

 스포츠선수는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 프로게이머 또한 그러하다. 우리 또한 승리라는 목적의식 아래 알지도 못하는 불특정 다수와 협력하여 대항하는 팀을 꺾으려 한다.

실력이다. 내 컨트롤이다. 내 운영이다. 모자라면 고치면 된다. 경험하면 된다. 안되더라도 그게 '나'이다.

어쩌면 게임을 하는 나, 너, 우리들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소환사의 협곡에 발을 붙였고, 희노애락을 같이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사실 이 사태가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이지만), 이 과정은 실력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우스갯소리로 '랭겜은 운이다'라고 떠들던 것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다인큐, 대리게임, 트롤링, 그리고 이번에 점화된 헬퍼 문제까지. 

 지난 18일에 방영된 OGN 게임플러스에서 홍민기 선수는 헬퍼유저는 도저히 피할 상황이 아닌데도 그랩스킬을 피한다고 언급했다. 헬퍼는 인간의 영역이 아닌 곳에서 게임의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음을 입증하는 사례이다. 게임이 직업인 프로게이머가 직접 의견을 말했다. 이제 실력만으로는 롤을 잘 한다고 말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더 이상 실력으로 이 게임을 즐길 수 없게 된 것이 수면 밖으로 드러났다.

 롤 헬퍼 방관 논란 사건은 이제 라이엇 코리아의 해명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한국 e-sports업계 전체가 들고 일어나야한다. 특히 프로선수단과 챔피언스 중계 담당인 OGN, 그리고 무엇보다 케스파가 나서서 라이엇 코리아에게 진실을 요구해야 한다. 유저들은 들고 일어났다. 이젠 당신들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