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VP 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많은 가운데, 연장선으로 그 전부터 나오던 논란의 기믹이 있습니다.
바로 "격돌" 시스템이죠. 분명 카멘과의 대결에 모든 캐릭터들의 모션을 넣으면서 처음에는 재밌다! 멋지다! 이런 평가도 있었지만 이제는 뇌절이다, 불쾌하다라는 평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왜 격돌이 문제인지. 어떻게 개선해보면 좋을지 짧게 생각해봤습니다.

1. 격돌의 정의와 의의는 무엇인가
2. 격돌은 어째서 불쾌감을 주는가
3. 격돌의 메커니즘은 가져가면서 살리는 방식은 무엇인가

1. 격돌의 정의와 의의는 무엇인가

격돌 시스템이 처음 등장한 것은 카멘 레이드부터입니다.
카멘은 너무나도 강한 상대이기에 일반적인 무력화로 인한 그로기가 발생하지 않고, 카운터에 성공한다 할지라도 짧은 딜타임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기에 카멘을 잠시나마 무력화시키며 딜을 할 수 있는 기믹이 필요했고, 그로인해 등장한 것이 격돌 시스템입니다.

격돌은 한명의 파티원이 본인을 희생하여 모든 공대원이 프리딜을 갖게되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격돌에 실패했을 경우 레이드에 매우 큰 지장을 주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기믹입니다.

2. 격돌은 어째서 불쾌감을 주는가

격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격돌자에게 주어지는 리스크가 너무도 크다는 것입니다.
우선 격돌자는 나머지 모두가 갖는 프리딜타임에 딜을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MVP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파티원 중에 격돌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파티의 서포터 역시 찬조의 기회를 잃게됩니다.
최소 2명 이상이 격돌 시스템으로 인해 가족사진에 들 가능성이 배제됩니다. 물론 이건 일리아칸 내부와 같이 특임조가 있는 레이드에서는 공통되는 문제이긴 합니다.

둘째로 격돌에서 오는 페널티가 너무 큽니다. 예를들어 지파 격돌과 뱀 격돌의 경우 실패했을 시 맵 전체가 반토막이 나면서 딜하고 있는 공대원들을 발할라로 보내버리는 대참사가 벌어지기에 당연히 긴장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기믹의 유형은 익수도, 스페연타도, 아재패턴도 아닌 리듬게임 QTE죠.
단순 QTE의 반응속도에  더해 4-8키 내에서 진행해야하는 랜덤성 때문에 더더욱 위험성이 높습니다.

물론 트리시온 연습모드가 있다고는 하나, 이는 단순히 어느 위치에서 격돌을 잡고, 어떤 리듬감으로 진행되는가에 대한 부분이지 리듬게임에 대한 장벽이 있는 유저에게는 분명한 부담감입니다.
이는 로스트아크 전투에서 기인하는 피지컬적인 요소와는 다른 영역입니다.
당장에 격돌하면서 키보드를 슬깃 쳐다보면서 내가 키를 제대로 누르고는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유저가 적지 않습니다.

3. 격돌의 메커니즘은 가져가면서 살리는 방식은 무엇인가

위의 문제들을 기반으로 해결방법을 모색해봅시다.
가장 흔히 나오는 해결방법은, 현 카멘 3관 1~2격처럼 격돌 시간 자체를 쉴드 깨기로 바꾸자는 겁니다. 격돌자가 넣은 데미지도 0이고, 나머지 파티원이 넣은 데미지도 0이라면 MVP에서의 차이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럴거면 굳이 격돌이라는 컨셉이 존재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아드로핀을 안쓰거나 주력기를 남겨두는 얌체딜러들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나온 차안이 단순 쉴드를 깨기보다는 칼리네사의 엔드로핀 패턴처럼 쉴드를 깨면 실제 체력바에 영향을 주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격돌 이후에 스킵불가 컷신이나 뎀감을 주어 얌체딜러 역시 격돌시간내에 주력기를 털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차안을 어느정도 보완한다면 어느정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쉴드에 가한 데미지를 '무효'가 아닌 별개의 폰트로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방법 자체로는 격돌자에 대한 리턴이 없습니다. 그냥 공대 전체가 패턴을 넘기거나 딜을 넣는 정도가 다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리턴은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카멘 3관의 경우 격돌에 성공하면 딜 버프를 줬는데 좀 더 넉넉하게 버프를 주면 안됐을까요?

제가 제시하는 또 다른 방법은 '전원'이 격돌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전원 격돌이라니, 이게 무슨 말이냐 싶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 두 패턴의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1. 비아키스의 아재패턴


2. 파이어혼의 40줄 입수패턴 (사진 예시로는 일리아칸을 가져왔습니다)



두 패턴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미친듯이 빨리 패턴을 마치고 보스에게 달려와 딜을 하려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전원이 격돌을 진행하되, 빨리 끝내는 사람일수록 보스에게 남은 격돌 시간동안 프리딜타임이 주어진다면 충분히 공평하겠죠? 잔혈 욕심이 있으면 그만큼 더 열심히 패턴을 마치려고 시도할테고요.
격돌을 올 퍼펙트로 성공하면 추가 쿨감, 딜뻥 버프도 붙여주자고요.

하지만 이 방법에는 2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다수가 격돌을 진행하기에 발생하는 페널티에 대한 부분입니다.
단순히 격돌을 실패했다고 즉사해버리면 앞서 언급했던 피지컬, 긴장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습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죽이지 않으면 됩니다.
죽을만큼 위험한 디버프를 걸어버리면 되죠. 이런식으로요.


정말 위험한 상황이지만 적어도 피지컬적인 요소로 파훼 가능하게 만들면 합당한 리턴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격돌 숙코라고 해도, 피지컬로 극복해낼 수 있다면 납득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아재패턴도 틀렸다고 즉사는 아니죠? 아재패턴은 패턴이 지속되는 시간동안 계속 리트라이가 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격돌도 격돌 타이머를 주고, 성공하면 바로 탈출해서 딜을 하게 하고 실패하면 다시 타이머가 끝나기 전까지 재시도를 할 수 있게 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종 카운트를 재서 격돌 실패자가 너무 많으면 전멸하게 되는거죠. 쿠크세이튼 정산 패턴과 같이 진행해도 되겠네요.

또 다른 문제는 격돌이라는 기믹에 대한 설명입니다.

격돌은 앞서 말했듯이 강력한 적의 공격에 맞서 버틴다는 설정입니다.
그런데 8명 다같이 격돌을 하면서 먼저 끝낸 사람은 파티원 무시하고 달려가서 딜한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 격돌의 진행 컨셉에 대해서 달리 생각해보면 됩니다.
우리는 잡기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도 스페 연타를 하고, 감금을 풀기위해서도 스페 연타를 하고, 보리보리 쌀을 하기 위해서도 스페 연타를 하니까요. 격돌도 꼭 그 상황에서만 리듬게임을 진행할 필요는 없죠.

예를들어 다시 등장한 아브렐슈드의 몽환에 빨려들어가 8명이 모두 개개인의 내면세계에 갇힌다 해봅시다.
내면세계에 탈출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과의 대결을 격돌로 진행하면서 격돌에서 성공하면 내면세계 밖으로 탈출하는 거죠. 실패하면 내면세계에 잠식되는 디버프 혹은 그에 맞는 페널티를 받게 되고요.

뭐 이런식으로 개연성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마치며...

격돌은 분명 잘 만든 기믹입니다.
강적에게 맞서 싸우는 느낌을 내면서, 내가 이런 존재와 맞서 싸우고있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면서도
공대원들에게도 안정적인 딜타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죠.

하지만 현재의 격돌은 리스크만 존재하는 불쾌한 기믹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격돌의 단점을 잘 개선해서 다음 레이드에서는 카운터처럼 똑같은 기믹 재탕의 뇌절 소리를 듣지 않고,
색다르다.. 재밌다.. 이런 평가가 오가는 시스템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