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슴의 체액은 너무나도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 체취가 숲에 퍼지자, 금새 큰 뿔을 가진 늠름한 숫사슴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뒤에서 나타났지만 말이다. 친구와 나는 컴파운드 보우를 들고 북쪽을 주시하고 있었고, 이내 등뒤에서 투레질을 하는 소리와 함께 열기를 띤 숨이 등줄기를 간지럽힌 것이다. 먼저 눈치챈 나는 화들짝 놀라 그 자리에서 벗어났으나, 친구는 한 발 늦고 말았다.
애초에 체액을 체취한 것이 친구였기에 그의 손은 그야말로 페로몬 덩어리와도 같았고, 자연스레 숫사슴은 그를 노리고 접근한 것이었다. 사슴은 그야말로 눈이 돌았고, 이윽고 친구를 향해 흉포하고 더러운 물건을 들이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