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는 언제나 그래왔다.
롤을 할때도 맨날 천상계 원딜 유저를 먼저 찾았고, 옵치 할때도 아나한방전에서 친목질을 했다.
방 안에서 재잘대는 소리가 들리면 100% 여왕벌 노릇을 하는 것이다.

솔직히 누나는 게임을 못한다.
솔직히라는 단어가 필요 없다. 걍 개못한다.
그런데도 언제나 같이하는 사람은 최소 마스터이다.
덕분인진 몰라도 누나는 무슨 게임이든 다이아는 꼭 갔다.

갑자기 누나가 게임을 접는다고 선언했던 적이 있다.
앰생짓도 질린다며 자격증 따면서 공부를 하겠다더라.
내가 롤 계정이나 지우고 얘기하라 했더니 진짜 지웠다.
뭔가 달라지는게 있다고 생각했다. 누나 스스로를 변화하고자 하는 그 모습을 25년 같이 살면서 처음 봤다.
방 안에서 재잘대는 소리도 없어졌다. 매번 하던 전화도 그 횟수가 줄었다.

그런 누나가 몇 달 전 로아를 시작했었고, 친목질을 안해서 그런가 나한테 게임을 알려달라 했다.
일단은 뉴비는 뉴비니까 알려줬다.
던전에서 탈출의 노래 부르는거도 몰라서 헤매고, 자고라스 방벽 넘어 모코코 먹은 다음 나가는 법 몰라서 방벽 다시 치고있는 모코코 다운 모습을 보면서
누나한테 모코코의 귀여움이 느껴진다는게 너무 좆같았다.
그래도 참고 알려주면서 하브 3관까지 보내줬다.

하브 3관문까지 가면서 이전 레이드를 다 딱랩으로 맛보여줬다.
맞을때마다 뼈 꺾였다고 징징댔다. 좆같다.
그래도 알려줄만큼 다 알려줬고 일리아칸은 현역 레이드니까 직접 공팟에서 해보라고 야생에다 내던져봤다.
솔직히 말하면 좆같고 귀찮아서 내던진거다.
누나도 이에 대해서 딱히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몇 주가 지나고 누나가 하칸을 깼다고 자랑했다.
깨고 좋아하길래 방에 들어가서 구경해봤다.
아니 시발? 근데 왜 도화가로 깼지?
분명 하브까지는 충모닉이였다. 부캐도 없었는데?
누나가 내 이름을 연신 부르며 하칸 클리어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데
스피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내 이름) 부르는거 보니 동생 왔나봐요"

나중에 누나한테 물어봤다. 도화가는 언제 1600 찍었냐고
누나는 존나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같이 하는 사람이 재료 줘서 찍었어"
어쩐지... 요즘 또 방 안에서 재잘대는 소리가 들리더라...
나중에 카멘도 잡으러 같이 간다고 그랬다.
카멘 잡는거는 한두명 도와준다고 되는거 아니라고 하니까
같이 하는 사람이 꽤 많다고 했다. 아마 공격대 하나 꾸릴 정도는 된다고

그 사람들은 왜 누나를 돕는걸까
누나한테 물어봤다.
"저새끼들은 왜 너 도와주냐?"
누나는 존나 '아~~~무고또 모루겠눈뎀? ㅇㅁㅇ' 이 표정으로 본인도 모르겠다고 했다. 본인은 별 생각 없다고.
그래서 저 사람들이 버스 안태워주고 재료 안주면 같이 안할거잖아 하고 물어보니 당연한거 아니냐고 했다.

인지부조화라고 해야하나?
나는 부캐들 재련하는데 한번도 슈모익 같은걸 써본적이 없다.
왜냐면 내가 올릴땐 슈모익이 없었으니까 씨팔
나는 부캐 올려주면서 등골이 휘었는데 누나는 ㅈㄴ 편하게 올리는거 보니
뭔가 내가 아는 로아가 아니였다. 이렇게 쉬운 겜이라고?
알고 있던 로아와 누나가 즐기는 로아가 다르다는걸 보고 뭔가... 불쾌감이 들었다.
내 좆고생이 물거품이 되는 불쾌감.

누나의 겜창인생을 가장 옆에서 보고 3가지를 느꼈다.
1.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2. 여왕벌은 등처먹을 생각밖에 없다.
3. 그런데도 한 번 꽂아보겠다고 퍼주는 병신은 어딜가나 존재한다.


끝.



추신(수ㅋㅋ). 참고로 우리 누나는 슈렉에 나오는 피오나 공주 슈렉 버전 닮았으니 자신있으면 처남이라 부르셈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