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상소 일기장 쓴 사람입니다.
그 일기 쓰면서 옛 생각도 많이 나고 해서 월루 겸, 추억거리 공유할 겸 쓰게 됐습니다.
회사에서 짬짬히 일하면서 쓴 글이라 검토를 못했는데 모쪼록 읽으실 분은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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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픈 유저다.
모든 기록은 기억에 의거하여 다소 시기를 어긋나게 기억하거나 부정확한 내용이 있을 수 있음을 미리 알리는 바다.
나의 기억력은 매우 좋지 않은 편이다.

2018년 대망의 로스트아크 오픈베타
아르테미스 대륙에서 첫 탈것을 흑마냐 백마냐 아옹다옹 하며 의미심장한 말투로 히히덕 거리던 시절까지 올라간다.

직업을 고르려 할 때 소개 영상을 하나하나 보다가 고대의 창의 미친 자태에 매료되었다.
먼 훗날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모르고 망설임 없이 그녀를 내 로생의 동반자로 선택했다.

초창기 로스트아크는 정말 별 게 없었다.
스토리 밀고 전투레벨 50 달성하면 각성기나 잠긴 스킬 익혀서 쪼꼬맹이 가디언들이나 털고 (당시 나는 루메루스를 가장 무서워했다.)
재료 나오면 강화하고 모코코나 조금 주우러 다니고

그때 기억나는 거라곤 엘씨드+이끼늪 자체 공격력 증가 버프가 중첩이 가능해서
이끼-엘씨드-고창-알리마지 콤보가 미친 성능을 발휘했고 어떤 가디언 토벌을 가던지 환대를 받았다.

여담으로 이때 서머너 유저들 사이에서 이렇게 공증을 쌓아도 "콤보 대미지가 10만이 넘기 힘들다"는게 정설이었는데
한 유저가 10만에 근접하는 딜을 뽑는 움짤을 인벤에 올렸고
약코에 심취한 한 서머너가 해당 서머너 유저에게 우편으로 "니X미 가죽" 이라는 제목으로 '퐁퐁 가죽'을 보낸 것이
[ 서머너 = 퐁퐁이 ] 의 시작이라 할 수 있겠다.
*퐁퐁 가죽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시즌1 생활 아이템이다.

어느 날 보니 친구들은 모두 접고 나 혼자 남아 내실만 즐겼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 원래 하던 게임인 롤 세상에 완벽한 환멸을 느끼며
2021년 1월 발탄의 등장, 건슬링어 사전예약과 함께 나는 다시 아크라시아에 정착을 다짐했다.
팀원들로부터 오는 스트레스에 극도의 거부감을 느끼던 시기였기에
로스트아크는 매우 멘탈에 건강한 게임이었다.(롤보다 연령대가 높아서 실제로 그렇다.)

복귀 아닌 복귀를 마친 나는 욘까지(갈라투르전기 빼고) 모든 내실이 완료 돼있고
아이템 레벨은 조금만 올리면 발탄 노말에 들어갈 수 있는 특급 거물 모코코였다.
내실밖에 안 하고 아이템 레벨만 조금 올릴 줄 알았기에 다른 전투 컨텐츠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고
당시 길마 형은 이런 내 모습을 의아해 했다.
전투나 각인이나 스킬트리도 잘 알지도 못하는 녀석이 내실은 다 해놓은 게 여간 신기했던 모양.

이때부터 나와 서머너의 질긴 인연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 메이저 각인은 3레벨 각인 4줄이면 꽤나 고위직 유저였다.
골드 수급처도 별로 없고 전설 각인서도 비쌌고 고대 악세서리 물량도 풀리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또한 서머너는 대표적인 쌍직각 직업.
상급 소환사와 넘치는 교감을 둘 다 3레벨을 채용하는 것이 가장 강력했고
전설각인서는 상소 4천골드 중반, 교감 2천골드 후반 선을 유지하며 악세까지 고려했을 때 전 직업중 가장 비싼 세팅값을 자랑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당시 환율로 미친 가격이었음이 틀림 없다.

환각 장비세트는 아직 등장하기 전이었기에 소환수 지속딜에 걸맞는 매혹세트가 가장 적합했으며 매혹 딜에 치명 스탯이 적용됐기 때문에
소환수를 자주 사용하며 매혹의 딜 역시 챙겨주기 위한 고치신 혹은 치신반반 원돌상교3333 매혹 서머너가 메이저 각인이었다.
ㅡ당시 슈르디에 치적 트포가 없어서 충돌무시 채용으로 저신속이어도 돌대 효과를 풀로 받을 수 있었다.ㅡ

매혹 서머너의 위력은 비아키스까지도 엄청난 성능을 발휘했다.
소환수 + 매혹의 시너지는 다른 직업보다 저점이 말도 안 되게 높아서 어떤 레이드를 가던지 항상 상위에 랭크했다.
산책딜이라는 말도 여기서 처음 적용이 됐는데 소환수 깔아놓고 대충 뛰어댕기다가 이끼-고창 쿨만 돌려도 잔혈은 떠주니
난이도 최하, 우수한 딜량, 실린 외형 삼박자는 위대했으나 세팅값도 위대했기 때문에 성능에 비해 인구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진 않았다.
이 시기쯔음 메인 각인은 원돌저상교33333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슬슬 전반적으로 아이템레벨이 올라오자 아무 패치가 없었음에도 매혹세트는 점점 너프를 먹는 기분이었다.
고점을 보고싶은 고레벨 유저 사이에서 다양한 연구를 거쳤지만 현답은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 머잖아 등장한 것이 환각세트와 아드레날린, 타격의 대가 각인. 그리고 슈르디의 치적 트포 등장.
타대수저의 대막을 열었던 시점이다.
하지만 직각은 여전히 분리가 안 되었기 때문에 극신속기반의 괴랄하고 다양한 세팅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고대 장비가 등장하고 최종적으로 333332 각인이 가능할 때 서머너는 아크라시아 최초로 7줄의 각인을 쓰는
원돌예타3아2상1교1 세팅같은 것이 유행했다.
원돌예아상3교1같은 무난한 6줄짜리 세팅도 있었지만 둘 다 인구수도 적은데 쌍직각을 사용하는 미쳐버린 비용으로
서머너 키우는 사람은 사장님, 친한 친구중에 서머너가 있을 것, 호감작은 바드 다음 서머너 등등 비싼 조롱을 받았다.
남들보다 2배의 세팅값을 지불해야 비로소 남들과 같은 성능을 내는 호구 클래스로 전락한 것.
이때부터 유저들의 직각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22년 8월, 유저들의 부르짖음이 하늘에 닿아 니나브가 카멘의 공격을 둘로 쪼개듯 서머너의 각인도 분리가 되
ㄴ 줄 알았다.
둘로 쪼개진 카멘의 공격 파편중 하나가 페이튼으로 떨어질 때 교감은 거기 있다가 머리를 맞고 분리를 못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아니다.)
아무튼 상소는 특화계와수 아덴스킬의 성능 등 파격적인 개편을 받으며 메이저 각인으로 채택되고 실린 강점기의 서막을 열었다.
미친 기믹, 미친 딜, 미친 예쁨을 등에 업고 나날히 일취월장 하고있었다.

이때부터 굳어진 상소 각인이 원예아타상3에1, 교감이 원돌예아교3상1 되시겠다.
두 직업 모두 동시에 집을 비우고 동시에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품질 80짜리 직각 귀걸이 하나가 30만골드를 호가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직도 정확히 기억하건데 상소 하나 세팅하는데 부수적인 비용을 모두 합쳐 72만골드가 들었다.
ㅡ난 서머너가 둘이다.ㅡ

이사 비용은 매우 비쌌지만 성능은 그 값을 치뤘다.
타대에서 오는 미친 이점과 지속 폭딜형에 기믹 최우수인 상소 서머너는 잔혈을 뽑는 기계였다.
특히 켈시온 타이밍에 기본 7아키르를 꽂아버리는 미친 사이클은 보스의 형체만 남기고 갈아버렸다.
단 일주일만에 켈시온 아덴 수급량이 75%너프를 맞고ㅡ교감은 두번째 페이튼 당했다ㅡ바그론 콤보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마냥 좋았다.
ㅡ사실 너프 맞을 만 했다.ㅡ

약 반년 뒤인 23년 1월
실린 강점기가 위태로워지는 소식이 나왔다.
공통 서머너의 PVE 스킬 피해량이 4% 낮아지는 대형 너프가 진행된 것.
상소는 직업각인에서 피해량수치를 살짝 올려주어 그나마 피해가 덜했지만 가만히 있던 교감은 세번째 페이튼을 당했다.
사실 이때까지도 상소는 좋은 편에 속했다.

또 4개월 뒤인 23년 5월
교감은 상소때문에 네번째 페이튼을 맞게 되는데, 전체 PVE 대미지 2.9% 너프를 맞고 말았다.
솔직히 먹고살만 했던 상소는 고사하고 너무 약하다는 여론이 판을 치는 교감이었는데
이번 패치로 인해 스마게에 대한 서머너의 민심은 땅바닥을 기었다.
같은 서머너임에도 상소와 교감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말았다.

뼈 아픈 3연 너프를 맞았지만 상아탑까지 너무나도 준수한 성적을 보여줬던 서머너의 막은 카멘의 등장과 함께 찾아왔다.
3관문은 어떻게 어떻게 몸을 비틀면 끝날 수 있었지만 이동기 버프를 받기 전인 스페 10초쿨, 쉼없이 끊어지는 자공증, 스킬이 빗나갔을 때 복구하는 시간,
풀콤보들 다 욱여넣는 데 걸리는 시간에서 오는 피로감 같은 불합리함 등 많은 불쾌감을 지나쳐야 했다.
4관문은 더했다.
3관문에서의 노력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짤패턴에 대한 나름의 대처방안을 깎을 수 있었다.
ㅡ나는 여기서 4관문을 포기했다.ㅡ
긴 시간동안 번쩍번쩍 빛나는 아키르, 고대의 창같은 거대한 이펙트들은 카멘의 세밀한 움직임을 보는 데 굉장한 방해였고
스킬 투명도 조정을 해준다고 얘기가 나온지 꽤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지면에 닿는 부분 제외하고는 여전히 투명도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비단 카멘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해야하는 숙제인 베스칼 마저도 상소 서머너에게 극악의 스트레스를 더해줬는데,
이에 서머너에 진심인 고스펙 유저들 사이에서 소소한 인기를 끌었던 속속지배극신 서머너도 생겨났다.

그런데 왜 교감을 논하지 않느냐.
더 말하지 않겠다.

그 이후 스페 쿨타임 2초, 고대의 정령 스킬 PVE 피해량 7%의 버프를 받았지만 우리가 원한 방향은 이게 아니었다.
상소는 조금 올려 버프를 받아서 위안을 받았다 치지만
교감은 다섯번째 페이튼을 맞았다.
상소는 버프인데 교감은 패싱을 맞은 상대적 박탈감이 이유다.
마리린 무적화, 소환수 쿨타임 버그 픽스는 X발 당연히 해줘야 하는건데 뭐라도 주는것마냥 패치노트에 써주는 밸패팀의 모습은
가히 유혈사태를 일으킬만 했다.

여기까지가 머나먼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주관적인 서머너의 이야기다.
오늘 나온 에키드나, 아직 회사에 쳐박혀 있어서 아무 소식도 못 들었지만
상소에게나 교감에게나 좋은 소식을 가져와주길 바란다.
또한 앞으로 암흑기를 이겨내고 창창한 앞날을 기원하며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