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 사태 터지고 메난민으로 넘어와서 신세계를 맞이했습니다.

난이도가 쉽다고 표기된 전사부터 시작했고, 홀나가 귀족이라는 말, 그리고 홀나 특유의 타격감이 좋아 주캐를 홀리나이트로 결정했습니다.(당시 버서커는 너무 흔해 보였고, 워로드는 백 대시가 마음에 안들었으며, 디트는 너무 느려 보였습니다)

점핑권과 슈퍼 익스프레스를 전부 홀리나이트에 썼고, 어비스 던전 어비스 레이드부터 가디언 토벌과 도비스까지 공략이란 공략은 싸그리 숙지했고, 홀나 매너 각인이라는 각성 3 심판의 오라 1도 맞춰 놨습니다.

홀나 특유의 체방덕분에 오레하 프라바사 할퀴기 기억 패턴에서 1초정도 늦어도 살아남을 때마다.
중갑 나크라세나 번개 장판에 넘어졌을때 일어나자마자 대쉬해서 딸피로 살아남을 때마다.

3일만에 익스프레스까지 끝내고 도비스로 회랑을 간 상황에서 뉴비들을 도와주던 유저님이 너무 잘하신다고 칭찬 하신 그때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물론 설명을 제가 다 해버려서 그 분이 할게 없긴 했지만요.

심지어는 축복의 오라를 쓴 상황에서 각성기 + 신성한 보호까지 쓴 상태에 보호막으로 몽환군단 퀸 즉사기를 넘어가려
 하는 그 모습도 너무 희열감이 느껴졌습니다.

다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 벽이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타워 오브 페이트는 25층에서 막혀버려 시간을 다 써도 체력이 남아 있었고, 그 높은 체방 때문에 한번 넘어지면 죽는 것도 오래 걸려 희망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각인에 달린 이동속도 2%감소 때문에 세토의 패턴을 피하지 못할 때도 괜찮았습니다. 조금 더 주의하면 되니까요.
그 각인 때문에 이그렉시온에서 굼벵이가 되어도 괜찮았습니다. 만병통치약이나 대시로 이동하면 되니까요.

4인팟으로 카던을 도는게 일상이라 생각했고, 개강때문에 자연적으로 늦어진 새벽 시간에 파푸니카 달 2를 도는 사람이 잘 안보이기도 했습니다.

권좌의 길이 업데이트 되었을 때, 사람들이 불타는 모습에 이 모든게 절대 정상적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트라이커 출시 보상으로 준 점핑권으로 파푸니카까지 밀어둔 버서커가, 각성기 하나로 백만이 넘는 데미지를 뽑아내는 것.
그냥 스킬 하나가 본캐인 홀나의 신성검 데미지에 필적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서 딱렙 카오스 던전을 혼자 도는 그 모습.
권좌의 길 까지 홀나보다 빨리 뚫어버리는 그 모습...

그 단순한 것 하나하나가 너무 큰 괴리감이 들었습니다.

이제야 딜러 매너 각인을 맞춘 캐릭터가 아르고스를 바라보는 캐릭터보다 더 쉽게 스토리를 밀었다는 것.

그리고, 최근에는 연달아 성역 공팟과 오레하 공팟에서 딜러 각인이 아니란 이유로 강퇴를 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친구놈이 보여줬던 홀나 하지 마세요 라는 영상 속 그 모든 말들이 이제 이해가 되네요.

홀나는 딜러가 아닌데도 딜러 각인을 맞춰야 하고, 검을 들고 있다는 이유로 딜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가디언이던 어비스 던전이던, 파티 치유로 MVP를 받아 왔는데 말이죠.

후반 가면 귀족이라고요?
귀족은 지 밥 혼자 못 먹습니까?
군단장 레이드를 가는 스트리머들 파티에 홀리나이트가 많은가요 바드가 많은가요?

생각해보면, 저는 롤에서도 서포터 유저였네요.
브라움같은 탱폿부터 쓰레쉬같은 유틸폿을 넘어 파이크같은 딜폿까지.

지금 홀리나이트의 입지는 롤 서포터와 너무 똑같아요.
어떤 식으로든 혼자서는 할 수 없는게 너무나 많고, 오로지 보조직인 점.
1인분의 딜을 하기 위해서는 손해를 봐야 한다는 점.

권좌의 길 보상을 보고, 사람들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유저들의 육성 난이도를 낮추기 위해 권좌의 길을 만든건데, 권좌의 길을 깨고 싶으면 육성을 더 하라니요.
나는 이 홀리나이트가 좋아서 이 직업을 택한건데, 컨텐츠를 즐기고 싶으면 부캐릭터로 깨라니요.
서포터가 1인분을 할 수 없는 1인용 컨텐츠인데, 서포터가 1인분을 온전히 할 수 있으면 그게 딜러지 서폿이냐니요.

곧 부캐 버서커도 베른 남부에 도달할텐데, 너무 서럽네요.
베른 남부를 밀 때, 그 가슴 벅참과 감동은 그대로일겁니다. 하지만 분명 더 빨리 지나가겠죠.

홀리나이트는 신성검, 돌진, 정의 집행을 써야 아베스타와 함께 사냥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버서커는 조금 움직이다가 헬 블레이드 한번이면 가능한 일이겠죠.

홀리나이트는 가지고 있는 모든 스킬을 쓰고 F5를 눌러야 페트라니아를 이어주는 마지막 권좌의 사슬을 부술 수 있겠죠.
버서커는 템페스트 슬래쉬, 스트라이크 웨이브만 쓰고 눌러도 가능한 일이겠죠.

이렇게 차이가 나도 스토리는 괜찮습니다. 어차피 조금만 시간 들이면 바드로도 볼 수 있는데요 뭘.

하지만, 홀리나이트는 다른 딜러들과 동일한 텝렙으로 권좌의 길 같은 층을 뚫을 수 없을 겁니다.
버서커는 아르고스만 잡을 수 있어도 박살을 내버리겠죠.

나는 내가 좋아서 한 직업입니다. 이 직업을 더 키우고 싶어서 부캐릭터를 정하기도 했고.
부캐릭터의 스토리를 보기 위해서도 정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처음 선택한 직업은 홀리나이트입니다.

왕의 기사로 임명된 홀리나이트고, 영지를 받은 홀리나이트고, 용기의 노래를 배운 홀리나이트입니다.
아르데타인의 집행관인 홀리나이트고, 창천제일검인 홀리나이트고, 슈사이어의 노예였던 홀리나이트입니다.
꿈꾸지 않는 낙원에 초대받았고, 힐데브리뉴를 돌파했고, 로맨틱 웨폰을 불렀고, 아베스타입니다.

그 모든걸 홀리나이트로 돌파했습니다. 
어째서 더 상위를 가기 위해 도움이 되는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직업을 키우라고 하는 건가요?
어째서 서포터직임에도 남들과 다르게 돈을 더 써 유사 딜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하라는 건가요?

귀족이라고 칭하면서 후반을 보상하게 할 생각이라면, 적어도 귀족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러니까 낙원 3종이나 오레하 갈 때 원한 보지마세요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