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면 봐
그냥..한탄같은 글이여
쓰고나니 엄청기네

예전에 오래 활동하던 길드가 있었어
친목길드였고 꽤나 재밌게 지냈지
항상 수요일 오픈부터 레이드 달리고, 종겜도 같이하고
다들 성장에 대한 욕심도 많아서 경쟁심도 자극되고 좋았어

근데 어느날 갑자기 길드가 터져버렸어 서든리
조금의 전조가 있긴 했지만 길드가 터질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하루아침에 길드가 진짜 펑하고 터져버렸지
(지금은 다시 그 길드 사람들하고 연락하고 지내고 있지만 각설하고,)

길드사람들도 어안이 벙벙해서 갈피를 못잡다 하나 둘 흩어지고
안락한 길드생활에 젖어있던 나는 그 중 한명과 깐부를 하게됬어
공팟에 대한 막연함이 있었으니까
그때가 베히모스가 출시한 지 얼마 안됬을 시점이었을거야

서로 본캐는 딜러지만 본캐급으로 올리던 폿이 있어서 항상 딜1 폿1 같이 다녔어
당시에 랏폿난 심할때라 우린 무조건 딜1폿1 같이 가는거야! 이러면서 서로 끌어주고 당겨줬지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서폿이 재밌어서 키워야겠다는 마음이 커졌지만, 깐부는 가성비가 좋아서 키웠던 폿이 레벨이 오를수록 가성비가 떨어진다 판단해서 성장을 멈추게 됬고 점점 그게 벌어지더라

나는 좀 운이 좋게도 무강이 잘붙어서 25강도 찍고, 서폿 레벨도 계속 올리고, 많지는 않지만 딜러서폿 유각을 조금씩 읽는데
깐부는 스펙업이 한동안 멈춰있었어

그러다보니 레이드갈때 취업을 항상 내가 먼저하고 깐부를 끌고다녔지
한동안 깐부보다 내가 둘 다 스펙이 좋았거든
근데 그것도 매번 그러니 나도 지치더라

물론 깐부도 나를 끌어줬지만 돌이켜보면 잘 모르겠다

여하튼 취업하는 과정이 슬슬 짜증나서 꼬공잡을 하기 시작했어
공대장 잡는거? 솔직히 너무 귀찮아
사람모으는것도, 에스더 쓰는것도

그치만 언제나 공대에 2자리가 비어있는게 아니잖아?
혼자였으면 바로 갈 수 있는 공대는 차고 넘첬지만
폿자리가 다 차있는 경우가 많았거든
근데 깐부는 죽어도 하기 싫다하니 어쩌겠어
목마른자가 우물을 파야지

그때부터 에스더 타이밍 찾아보고 공대를 짜서 다니기 시작했어
근데 나는 흡연자고 깐부는 비흡연자야
에스더는 어차피 내가 쓰니까 공대원을 받는 것 정도는 부탁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어
그 시간에 나도 담배한대 정도는 태우고 올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썩 달가워하지않더라
대부분 내가 방을 먼저파서 초대한 다음 방장을 넘겨주곤했었드랬지..

경매 항상 먹으려고하고, 내가 먹으려고하면 선심쓰듯 말하고
암수브리핑도 맨날 까먹어서 던지라고 말해줘야하고..

적으려면 밑도 끝도 없긴 한데 이런 것 하나하나가 쌓이다보니 답답해지더라구



그러다가 강습이 출시되고 미친듯한 랏폿난에 허덕일 때 나랑 내 깐부를 구원해준 바드동생이 한명있어 이친구를 a라고 할게

나와는 오랜 친구이자 현재는 같은 길드원인데 강습을 다닐 당시에도 a라는 동생이 그러더라
ㅡ저 사람은 왜 배텀 자꾸 안던져요?

밉지만 그래도 깐부니까 좋게 얘기를 했었어 항상 까먹어서 그렇다고 말이야

근데 강습캐릭은 하르둠 하브까지 가잖아?
거기에 내 깐부가 앞서 말했던 성장을 멈춘 서폿을 가져오더라
본캐 딜러는 냅두고말이야

a동생과 나는 본캐로 돌리는데 깐부는 공팟에선 취업이 어려운 서폿을 몇주간 가져왔어
근데 생각해봐

서폿이 두명인데 한명은 본캐에 25강이고, 나머지 한명은 스펙미달까지는 아니지만 딜찍방에 올 스펙은 절대 아니었거든

그러면 본캐딜러를 빼는 내 입장에서는 a동생의 본캐 바드랑 같이 하고싶은게 당연하지 않을까?
근데 그걸로도 눈치주더라
섭섭할 수는 있겠지만 이게 삐질만한 일인가 이해가 안가더라고

자기도 본캐 딜러면 더 맛있는 버프 먹고 싶어하는 양반이말야

게다가 둘은 바드고 내가 서머너라서 더 그런가
마나 마르면 음식 좀 먹지 또 그건 절대 안먹거든

몇주간 같이 다니다보니 a동생이 나한테 그러더라
ㅡ우리는 본캐가져오는데 왜 저사람은 부캐가져와요?
ㅡ맨날 끝나고 버스 맛있다, 버스 감사하다는데 좀 그래요

저 말을 듣는데 정말 미안하더라고
a동생한테도, 그동안 같이 레이드를 갔던 다른 공팟 사람들한테도
그 이후로 깐부한테 얘기해서 그 다음부터는 본캐딜러로 같이 다니게됬어



지속되는 없데이트에 나는 로태기가 와서 발키리 출시 전까지 3주정도 로아를 쉬고있었어
현생이슈도 있어서 게임하는게 너무 지치더라구

그러다 3주만에 레이드를 셋이 같이 가게됬는데 깐부가 스펙업을 많이 했더라구
"잔혈은 무조건 깐부가 먹겠는데~" 라며 너스레를 떨었지
나랑 a동생은 2400~2500정도 였는데 깐부는 2800 그쯤이었을거야
근데 그때 공대채팅창에 그러더라
ㅡ아~2400따리랑 같이 가야되나 2400따리랑 못가겠는데
이런 뉘앙스였어


참...그렇더라

그래,  그러면 2800방으로 가라고 했어
돌아오는 말은 그런 방이 없대
있었으면 갔을텐데 많이 아쉬웠겠다 그치?
그러면 방을 파면되는데 그건 또 싫으실테고 말이야

하고 싶은 말들이 목끝까지 치밀었지만 숙제가 끝날때까진 참았어
그리고 모든 레이드가 다 끝난 후에 얘기했어

그동안 고생했고 깐부는 여기까지 하자고
앞으로 로아 잘 하라고



이게 얼추 일주일 전 일이네
깐부가 그동안 나를 친구로 생각했을지, 호구병신으로 봤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감정이던간에 오래 게임했던 깐부가 사라지니 시시콜콜한 로아 얘기할 사람이 없더라
10추글도 볼게업써 요즘 다들 로아하느라 바쁜가봐 ㅜㅜ

언젠가는 또 다른 인연을 만나겠지만 좀 마음이 허해서 주절주절해봤어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다들 좋은 밤보내



ㅡㅡㅡㅡㅡㅡㅡㅡ
쓰다보니 늦은 시간에 올려서 아무도 안볼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위로를 분에 넘치게 받은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왈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