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아온 시작하기 1시간 전)

전재학 디렉터의 사무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책상 위에 놓인 모니터에는 로스트아크 커뮤니티의 폭발적인 글들이 쉴 새 없이 올라오고 있었고, 전재학 디렉터는 마른 세수를 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보석을 대체 어떻게 해야하지? 광휘로 하는게맞나... (쩝) 아니면 그냥 이번에도 입꾹닫 모른 척 할까?"

머리를 감싸 쥐며 고뇌 하던 그 순간, 굳게 닫혀 있던 사무실 문이 열린다. 구두굽이 바닥을 치는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고요한 방 안을 채웠다.

뚜벅, 뚜벅.

정체 모를 사내가 어둠을 헤치고 들어와, 전재학 디렉터의 책상 앞에 멈춰 선다. 사내는 모니터 화면을 흘끗 보더니 혀를 찼다.

"허구한 날 나이스단이니 저능아단이니 쳐싸우고 보석값 내려가면 내려간다고 지랄, 올라가면 올라간다고 지랄하는거 보면... 재학아 머리 아프제?"

느닷없이 나타나 자신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는 낯선 이의 목소리에, 전재학 디렉터는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사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전재학 디렉터가 물었다.

"......누...누구시죠?"

사내는 대답 대신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거칠지만 단호한 확신이 실려 있었다.

"패배한 날을 뒤로 하고, 다시 증명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받아 적어라" 

사내의 압도적인 기세에 눌린 전재학 디렉터는 더는 신원을 캐묻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키며 펜을 쥐었다.

"아.. 넵.. 알겠습니다."

사내는 여유로운듯 단호하게 말했다.

"답은 '보석 귀속화'다. 그것도 광휘처럼 해제 가능한 귀속이 아닌 영원히 캐릭에 처박는 것"

전재학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펜을 쥔 손이 잘게 떨리며 되물었다.

"어... 보석값이 얼만데 거래 가능한 템을 갑자기 귀속시키면 유저들이 당장 난리가 날 텐데요..."

"갑자기 무작정 귀속으로 만드는 건 당연히 말이 안되지"

사내는 차갑게 미소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젬 처럼 가공 전에는 1회 거래를 가능하게 하되 가공 후에는 장착 가능한 귀속 상태로 만들어 유저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게 한다. 그리고 가공 이후 겁작을 광휘처럼 통합하고, 스킬들을 마음대로 세팅 가능하게 한다."

전재학 디렉터는 사내의 치밀한 설계에 감탄하면서도. 여전히 남은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석이 점점 쌓이면 가치 보존이 안 되지 않습니까...?"

사내는 머리를 저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한다.

"장비 계승하듯 계승 리셋을 때리면 된다. 간단하게 무기나 방어구 같은 장비라고 생각하면 쉽다. 개편하는 김에 여기서 조금 더 욕심 부리면 직업 간의 딜증 보석 효율 형평성 문제해결을 위해 스킬 데미지 증가 수치를 줄이는 대신 공격력 증가 수치를 더 올리는 것까지 하면 더 좋다."

사내의 거침없는 논리에 전재학 디렉터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헝클어져 있던 머리 속은 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보석 귀속화로 배알 꼴리던 나이스단은 박멸되고, 숙제방 투력컷 정상화에, 여전히 거래는 가능하지만 덜 신경 쓰이는 보석 현금 가치, 언제든지 마음 놓고 계승리셋 때릴 수 있는 지속 가능성까지.

당신이 선택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미친 신의 한 수 

"자, 이제 가서 전설이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