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딜 못하는 사람은 있었고 잘하는 사람도 있었음.

근데 그때는 기믹 수행하고 다 같이 살아남으면 깰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었거든.

지금은 8명이 전부 살아 있어도 딜이 부족하면 못 깨는 레이드가 됐음.
그러니 자연스럽게 누가 딜을 못하는지 알아야 했고 전분이 필요해진 거임.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거지.

처음에는 딜 부족의 원인을 찾기 위해 사용하던 전분이
이제는 사람을 걸러내는 기준이 되어버렸음.

전분 지참팟이 생기고 클디피, 1인분 디피를 요구하는 파티까지 등장했으니까.

그렇다고 그런 파티를 만드는 유저들이 잘못됐다는 게 아님.
깨려고 모였으면 잘하는 사람을 데려가는게 당연한 선택이지.

근데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게 있음.

유저가 100명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중 가장 못하는 20명이 걸러지고 게임을 접었음.

그럼 남은 80명 중에서 또 가장 못하는 사람들이 생기겠지?
그 사람들이 걸러지고 접으면 60명이 남음.

이걸 반복하면 어떻게 될까?

결국 잘하는 사람들만 남겠지.
근데 그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누군가는 가장 못하는 사람임.

못하는 사람을 계속 걸러내는 구조에서는 결국 잘하는 사람도 못하는 사람이 되는거임.

난 이게 지금 로아가 가진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함.
그리고 이 구조는 레이드 난이도를 낮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

레이드를 깨는 데 15억 디피면 충분하다고 해도
전분으로 20억, 25억 넣는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는 이상
굳이 15억 넣는 사람을 데려갈 이유가 없거든.

결국 게임사가 요구하는 딜량과 유저들이 요구하는 딜량이 달라지는 거임.

실제로 스트리머가 7명을 데리고 익르둠을 클리어해 준 적이 있었음.
혼자 30억 이상의 디피를 넣으면서 간신히 클리어했는데
그걸 본 일부 시청자들 반응이 어땠는지 앎?

"쟤네는 차단해야겠다."

클디피도 안 나오는 애들이 깼다고 조리돌림이 엄청났음.
난 그걸 보면서 참 씁쓸하더라.

누군가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데리고 레이드를 클리어해 줬으면
그냥 잘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도와준 일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

근데 이제는 그것조차 누가 1인분을 못했는지 따지고 있음.
못 깨면 못한다고 욕먹고, 잘하는 사람이 데리고 깨줘도 1인분 못했다고 욕먹는 게임이 된거임.

그럼 도대체 못하는 사람들은 어디서 게임을 즐겨야 하는 걸까?
이 사람들도 언젠가는 실력이 늘 수 있고
다음 레이드에서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입장이 될수도 있잖아.

근데 그전에 게임을 접게 만드는 구조라면?
결국 남아 있는 사람들끼리 또 서로를 평가하고 걸러내는 일이 반복될 뿐임.

그래서 난 로이괜에서 무슨 개선책을 내놓든

전분 삭제라는 큰 결단 없이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함.
그렇다고 잘하는 사람들의 성취감까지 없애자는건 아님.

전분을 삭제하는 대신 엠빕창을 개선하면 된다고 봄.
레이드가 끝나면 엠빕 창에 등장하는 4명의 클디피를 공개하는 거임.

당연히 다른 공대원들도 볼 수 있게.

잘한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도 그 수치를 보면서 목표를 세울 수 있겠지.
대신 나머지 4명의 딜량은 공개하지 않는 거임.

잘하는 사람의 성과는 보여주되, 못하는 사람을 굳이 찾아내지는 말자는 거지.

물론 전분을 삭제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거임.

레이드의 딜 압박도 함께 완화해야 하고,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걸러내는 문화도 남아 있을 수 있음.

하지만 지금처럼 8명 전원의 딜량을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을 그대로 두고서는

어떤 개선책을 내놓아도 결국 같은 문제가 반복될 거라고 생각함.

전분을 없애면 반발하는 사람들도 많겠지.

근데 난 그정도 반발은 운영진이 감수해야 한다고 봄.

게임은 잘하는 사람만 남기는게 목적이 아니라, 못하는 사람도 계속하고 싶게 만들어야 하는 거니까.

전분이 로아를 망친 시작점은 아니라고 생각함.
전분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레이드를 만든 게 시작이었고
이제는 전분이 그 구조를 더욱 고착시키고 있는 거임.

난 로아가 다시 살아나려면

이 악순환부터 끊어야 한다고 생각함.






근데 예전에 금강선이 한 말이 기억남.

"피지컬은 아무리 해도 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결국 실력이 늘지 않는 사람들이 전부 없어져서 이렇게 된건 아닐까
생각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