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스토리는 이제 새로운 강화를 도입하려고 합니다. 주문서 강화에 이어 잠재능력이 도입되고 별도의 강화가 도입되더니, 8성이 최고였다가 파괴 방지 캐시 주문서가 나오고 15성이 최고가 되더니, 이제 25성이 최고가 됩니다. 

패치를 이틀 남겨두고 다섯 배 가까이 오른 강화비용 차트가 나왔습니다. 테스트서버에서의 밸런스도 적당하다고 생각했고 만약 오른다면 두 배 이상의 상승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상당한 상승이 있었습니다.

과연 기획자 분이 이 글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몇 글자 적어 봅니다.


1. 기획자가 꿈꾸는 이상은 무엇인가?

 - 최대의 수익을 추구하며
 - 최대로 게임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며
 - 유저를 최대한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한다

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럼, 강화 패치가 가져야 할 방향벡터

- 무/저자본 유저의 화력 측면의 성장을 쉽게 하면서
- 기본 투자 유저의 반발을 최대한 줄인다

입니다. 그런데 아시듯이, 이 두가지는 서로 충돌하는 부분입니다. 무자본 유저에게 혜택을 주면, 이미 투자한 유저가 불리해집니다. 반대로 무자본 유저에게 혜택을 덜 주면, 신규 유저 유입이 줄어들어 투자된 유저는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게 되고, 위치가 '상대적'으로 정해지는 특성 때문에 기 투자 유저에게도 다시 손해가 돌아갑니다.


2. 자세한 설명

- 현실 세계의 경제와 게임 경제는 다릅니다. 현실 세계의 경제는, 현재 패러다임 상 '노력과 성과에 따라 차등적인 보상'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무조건 그렇지는 않고, 어떤 사람에게는 '기본적인 지원'을 해 줍니다. 그 이유는 '인권 보장'에 있구요. 비록 둘 중 어떤 것이 더 더 우선시되느냐에는 사람마다 이견이 있지만, 이 두개의 축 사이에서의 중용을 맞추는 것이 현재 '정치와 경제'의 패러다임입니다. 

- 하지만 게임은 다릅니다. 게임도 초보 유저나 복귀 유저에게 지원을 해 줍니다. 그리고 지원을 해 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 것은 '인권 보장' 의 이유가 아닙니다. 그저 게임의 일원으로 오래 남으면서 많은 수익을 유도하는 것이죠.
-  또, '성과에 따라 차등적인 보상'을 해주기는 하지만, 이 또한 '노력에 대한 공정한 댓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게임 회사의 수익' 을 늘이기 위해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 초보 유저나 복귀 유저에게 지원을 해 주면 어떻게 될까요? 그 유저는 '게임에 오래 남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게임을 오래 플레이하면, 자연스럽게 게임과 게임 내 해당 캐릭터에 애착이 생깁니다. 이는 다시 더더욱 장기적인 플레이라는 선순환으로도 이어지고, 코디 캐시 아이템, 강화 캐시 아이템을 구매할 확률도 비약적으로 상승시킵니다. 결국 이 것은 회사의 수익 창출으로 이어집니다.
- 설령 저자본 유저가 캐시샵 한번 들어가지도 않고 인게임에서 게임을 열심히 플레이해서 고스펙 유저가 되었다고 합시다. 하지만 이 케이스 또한 캐시 아이템이 필요한 고스펙을 갖추기 위해서는 분명히 해당 강화 캐시 아이템이 이용되었다는 것이고, 이는 누군가가 캐시 아이템을 구매하였다는 의미, 즉 '노력에 의해서 성장한 유저'도 결국 '수익 창출'에 도움을 주었다는 의미가 됩니다. 또한 이 경우 게임에 대한 애착이 더욱 강할 것이구요.

- 게임 속에서 코디를 하거나 강화를 하여 강해진 유저들이 느끼는 즐거움은 상대적 우위에 있습니다. 누구도 사설서버에서 만렙 250레벨을 찍고 스텟 공격력이 몇천만이고 코디를 원하는 대로 했다고 해서 부러워하지는 않듯이, 상대적인 가치로부터 파생된 '즐거움'에 이들의 '캐시 투자'의 이유가 있습니다. 


3. 결국 더 요약하면

- 고투자 유저의 즐거움과 만족감은 상대적 우위에 있습니다.
- 이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려면 무자본, 저자본 유저, 즉 신규/복귀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해야 합니다.
- 신규/복귀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게 하려면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 신규/복귀 유저에게 지원을 하면 고투자 유저는 배신감과 불공평함을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
- 결국 이 둘 사이에서 중용(golden mean)을 맞춰야 합니다.



4. 결론

- 이번 강화비용은 이솝우화의 '부자와 당나귀' 였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금액이라고 하니 패치 한방에 10배가 왔다갔다 했고, 고자본 유저 반발이 많아지자 갑자기 패치도 없이 공지 한 방만으로 몇 배가 뛰어오르기도 하고.. 

판단은 기획자가 했습니다. 이제 본섭 패치까지는 약 서른 시간 남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획자가 갑자기 줏대없이 금액을 바꿔 버렸다는 것입니다. 언리미티드 패치 이후 유저 수가 상당히 빠져나가 이후 '복귀 유저 유입'에 신경쓰면서 140까지 동선을 준비한 것의 연장선으로 결국 17성까지는 5억, 22성까지는 70억대의 금액으로 정해지나 했더니 결국 몇 배가 뛰어버렸습니다. 이 상황에서 신규/복귀 유저의 유입과 이들의 현금 투자를 기대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수치상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예전 상황에서 몇십퍼센트 올라간 금액이라면 '이해할만한' 상황이겠지만, 이 정도 상향은 '놀장강으로 별 몇십개 달아놓은 남은 유저끼리만 놀아보자' 이상으로는 이해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