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는 나에게 미소조차 한 번도 허락하지 않았고,
나에게 눈길조차 준 적이 없었다.

내 곁에 항상 있었던 것은 오직 악마뿐이었다.
악마는 미소를 지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나를 죽음으로 초대했다.



그래서 나는 악마의 손을 잡았다.

이제야 내가 원했던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나는 처음으로 천사를 바라보았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했으니까.

천사는 처음으로 나에게 눈길을 주었고,
광기에 가까운 황홀한 미소를 지었다.



천사는 처음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드디어 죽는구나.」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 천사는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었던 거였다.

「너는 나였구나……」

「죽지 못해서 괴로운 삶을, 너는 한 번도 바라보지 않았던 거야.」

천사는 나에게 미소를 지었다.

「나를 죽일 수 있는 건 나뿐이었어.
그래도 이제야 너도 미소를 지을 수 있으니까.」





천사는 약간 슬픈 표정으로,
악마의 손을 잡고 죽음을 향해 가는 나를 바라보았다.

「죽어서도 그 미소만은 잊지 마.
그것이 너와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복수니까.」

그 말을 남긴 채 천사는 사라졌다.


악마는 슬픈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눈물을 흘리는 악마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와 함께 눈을 감았다.

「고마워……
이번 인생은 괴로움뿐이었어……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만나기를……」